untitled28오소영 – 기억상실 – 하나뮤직/신나라, 2001

 

 

편안하고 단아한, 그러나 조금은 밋밋한 포크 록

간만에 여성 포크 뮤지션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웠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재생산보다는 과거의 향수에 기대곤 하는 포크 음악계에서. 오소영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해서 ‘완벽한’ 신참내기라고 생각했는데, 1994년 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몇몇의 포크 뮤지션이 이 대회를 등용문으로 삼았다)에서 “가을에는”으로 동상을 수상했으며, 그간 조동진, 한동준, 장필순, 안치환, 시인과 촌장 등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하면서 나름의 이력을 쌓아온 ‘경력자’였다. 그녀의 데뷔 연도에 비하면 첫 앨범은 너무도 늦었다.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고. 그래서 무척 기대되었다. 그녀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따라 간결하고 잔잔한 슬로/미드 템포의 곡들이 대부분이다. 악기도 간소하다(“바람”에는 악기 두 대만이 쓰였는데,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오보에 선율이 아련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밀” “눈을 감았지”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만 녹음되었다). 그래서/그런데 대부분의 곡들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자세히 여러 번 들으면 미세한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겁쟁이”에서 백워드로 녹음된 기타와 간결하면서도 경쾌한 드럼(김영석)이나, “잊고 싶어”에서 그루브한 베이스(조동익)가 인상적이다. 또한 “덜 박힌 못”에서는 지극히 편안한 그녀의 목소리를 보완하기 위해 이펙트가 동원되기도 한다. 일렉트릭 기타(이한철)와 키보드(박용준) 등이 펑키(funky)한 느낌을 주는 “실수”가 이 앨범에서 가장 예외적인 곡이랄까.

물론 간단한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정말 자연 그대로의 것은 아니다. ‘인공적인’ 세련화 작업이 포크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조율할 조동진(프로듀서)과 조동익(베이스, 편곡, 디렉터) 등, 세칭 ‘조동진 사단’으로 통하는 하나 뮤직이라는 이름이 기대를 갖게 했던 앨범이었다. 그러나 깔끔함, 단아함 이상의 매력은 별로 찾기 어려웠다.

편안한 사운드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와 좌절을 음악 속에 표현”하고자 했다고(타이틀 곡 “기억상실”은 꿈속에서 기억상실에 걸려 외로웠던 느낌을 표현한 곡이라 한다). 때문에 삶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 관계의 단절 등에 대한 솔직한 내면 고백적 가사는 통속적인 사랑이나 이별의 감정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러나 포크만이 줄 수 있는 시적인 비유도, 통찰력 있고 사색적인 문구도 없이 지극히 평범했다. 쥐어짜거나 격렬하게 호소하지 않는 감정 표현도 곡마다 차별되지 않아 그저 덤덤하게 다가온다.

신인을 소개할 때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누구를 닮았고 누구 뒤를 잇는다고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는 것인데(빨리 알려질 수 있으면서도 빨리 사라질 수 있게도 하는), 그녀에게도 ‘제2의 이상은’ ‘장필순의 뒤를 이었다’는 등의 수식어가 붙곤 한다. 확실히 그런 문구대로, 오소영은 주술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한영애나, 열정적 샤우팅의 보컬리스트 이은미와는 다른 이미지를 지녔다. 옆집 언니/누나 같은 친숙한 이미지의 장필순 정도가 비슷하달까. 그녀의 목소리는 소개된 바대로 이상은을 닮긴 했다. 오소영이 좀더 편안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이는 밋밋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또한 귀에 쏙 들어오지 않고 큰 재미를 주지 않기에, 그녀가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건 그렇게 큰 장점이 아닌 듯하다. 20010514 | 최지선 fust@nownuri.net

5/10

수록곡
1. 준비
2. 덜 박힌 못
3. 왜일까
4. 비밀
5. 겁쟁이
6. 잊고 싶어
7. 기억상실
8. 실수
9. 그건 싫어
10. 부작용
11. 떠돌이
12. 바람
13. 부질없어
14. 눈을 감았지

관련 사이트
오소영 공식 사이트
http://www.osoo.net
하나뮤직 비공식 사이트
http://my.netian.com/~rabbits/hana/intro.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