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 – Reckoning – I.R.S., 1984 부단히 유영하는 거라지 팝(garage pop) 얼터너티브 록을 1990년대 이후 메이저 음반사에서 배급하는 음반에 레코딩된 사운드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에 실망할 것이다. 반면 얼터너티브 록을 1980년대 미국 대학교의 구내식당을 빌려 연주하는 밴드의 사운드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단연 베스트다. 피터 벅이 언젠가 “미국의 음악인들은 1960년대의 거라지 밴드(garage band)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듯이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업템포의 스트레이트한 거라지 팝(garage pop)이다. R.E.M.의 앨범 가운데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영향이 가장 큰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레코딩에 소요된 기간도 “11일에서 25일 사이”라고 밝혔듯이. 당시의 한 인터뷰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듣고 난 뒤) 과묵한 반복이 화려한 다성음악(polyphony)보다 가치가 크다”고 말했던 피터 벅의 말처럼 앨범 전체를 듣고 있으면 ‘스트리밍’이 부단히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보통의 팝 음악처럼 산(山)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분이 아니라 강물에서 유영하는 기분이다. 첫 트랙 “Harborcoat”부터 네 번째 트랙 “Pretty Persuasion”에 이르기까지 기타는 백킹과 리프와 아르페지오를 부지런히 바꿔가면서 음악을 이끌고 간다. 보컬과 다른 악기들은 기타 사운드를 ‘따라잡으려는’ 것 같다. 마이클 스타이프의 노래는 다른 어떤 앨범보다도 기교가 없고 자유롭다. 한마디로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미세하게 변화하는 음의 전개’가 이 앨범의 묘미다. 완급을 조절해주는 트랙이 없는 건 아닌데, 느린 템포의 두 곡인 “Time After Time”과 “Camera”가 그 예이다. “Time After Time”에서는 1960년대의 싸이키델릭 팝/록을 듣는 듯 기타 드론이 줄기차게 전개되고(인트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Venus In Furs”를 듣는 기분이다), “Camera”는 오르간 소리와 끈적거리는 기타 솔로(!)까지 더해져서 나른하고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도 앨범을 듣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들은 “I’m Sorry”라는 코러스를 절박하게 반복해서 외쳐대는 “So Central Rain (I’m Sorry)”, 그리고 “Don’t Go Back To Rockville”이라는 코러스를 흥청거리면서 노래하는 “(Don’t Go Back To) Rockville”이다. 이 곡들은 ‘대학생 같은’ 단아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R.E.M.이 ‘남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특히 후자에서 인트로로 등장하는 서프 연주곡 풍의 기타(싱글 버전에는 삭제되었다)나 피아노 소리는 20세기 초 미국 남부의 온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음반은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30위권까지 진출했다. 물론 이런 상업적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 컬리지 록의 개화에 큰 영향력을 주었다는 점이다(한 예로 “Camera”는 페이브먼트(Pavement), “(Don’t Go Back To) Rockville”은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10,000 Maniacs)가 공연에서 즐겨 커버하는 넘버다). 1985년부터 1986년 시점에 전성기를 이룬 미국 인디-컬리지 록을 논할 때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같은 해에 나온 음반들 중 허스커 두(Husker Du)의 [Zen Arcade], 미니트멘(Minutemen)의 [Double Nickels on the Dime]과 더불어. 20010511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Harborcoat 2. 7 Chinese Brothers 3. So Central Rain (I’m Sorry) 4. Pretty Persuasion 5. Time After Time (Annelise) 6. Second Guessing 7. Letter Never Sent 8. Camera 9. (Don’t Go Back To) Rockville 10. Little America 관련 글 R.E.M. [Murmur]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Fables Of Reconstruction]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Life’s Rich Pageant]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Document]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Green]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Out Of Time]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Automatic For The People]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Monster]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New Adventures In Hi-fi]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Up]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Reveal] 리뷰 – vol.3/no.10 [20010516] 관련 영상 “So Central Rain (I’m Sorry)” 관련 사이트 R.E.M. 공식 사이트 http://www.remhq.com R.E.M. 팬사이트 http://www.murmurs.com Warner Bros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wbr.com [Rolling Stone] 특집 R.E.M. A-Z http://www.rollingstone.com/features/rem/default.html?cf=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