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 – Fables of Reconstruction – I.R.S., 1985 혼돈 속에서의 재건의 사운드 아무리 존경받는 음악인이라고 하더라도 ‘범작’이 한두 개쯤 있게 마련이다. 이 음반이 그런 경우다. 몇 개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음반의 프로듀서 문제였다. 새로운 프로듀서인 조 보이드(Joe Boyd)는 1960년대 활동했던 영국의 포크 록 밴드(라기보다는 컬렉티브) 페어포트 컨벤션(Fairport Convention)과 긴밀하게 관련된 베테랑 프로듀서였다. 불행히도 R.E.M.의 멤버들과 프로듀서는 자주 충돌했다. 다른 하나는 음반의 레코딩이 영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영국의 음울한 날씨로 인해 멤버들에게 향수병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묘한 기타 리듬으로 시작하는 첫 트랙 “Feeling Gravitys Full”은 R.E.M.이 무언가 다른 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Driver 8″같이 이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도 있지만 분위기는 음산하게 바뀌어 있다. 게다가 당시 LP로서는 B면 첫 트랙인 “Can’t Get Way From Here”는 난데없는 훵크 넘버다. 물론 훵크의 골수 팬이 들었다면 ‘사이비’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Wendell Gee”는 만돌린 소리가 감싸는 따뜻한 발라드인데 이후의 발전을 고려하면 자연스럽지만 음반 발표 시점에서는 어색하게 듣는 사람도 많았다. 앨범의 음악적 컨셉트는 ‘싸이키델릭 포크 록’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수록된 트랙들 사이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이들의 이전 작품과 이후 작품과 비교한다면 더더욱. 밴드의 경력을 고려해 볼 때 몇 가지 지적할 점은 있다. 하나는 “Green Grow Rushes”에서 마이클 스타이프가 정치적 발언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Document]와 [Green]에서 보다 명시적인 정치적 노래의 전조(前兆)다. 다른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다면 이 앨범은 R,E.M.으로서는 처음으로 ‘셀링 아웃(selling-out)’이라는 악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다름 아니라 전작들보다 잘 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마이클 스타이프는 1991년 이 음반이 “나의 페이버릿 앨범”이라고 말했다. 앨범을 만들고 난 직후에는 “어둡고 축축하고 편집증적”이라고 표현했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셈이다. 어떤 논리로? “블론디가 “Heart Of Glass”를 불렀을 때 나는 ‘셀링아웃이군’이라고 말하고 슬리츠(Slits)로 돌아갔다/…. 갱 오브 포(Gang Of Four)가 [Hard]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지금 그 레코드를 들으면 놀랍다. 비밀스럽고 경외스러운 것이 세상에 드러나면 비밀스럽고 경외스러운 면이 조금 감퇴한다. 그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시간이다. 그게 정당하고 건전한 싸이클이다.” 그래, 이 앨범은 제목대로 밴드로서 R.E.M.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재건의 우화’인 셈이다. 제목 하나만은 R.E.M.의 음반들 중에서 베스트다. 비아냥거리는 건 아니다. R.E.M.의 골수 팬이라면,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한다면, ‘밴드의 이후의 성숙을 예비하고 있는 숨겨진 명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동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틀린 말은 아니므로. 20010512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Feeling Gravitys Pull 2. Maps And Legends 3. Driver 8 4. Life And How To Live It 5. Old Man Kensey 6. Can’t Get There From Here 7. Green Grow The Rushes 8. Kohoutek 9. Auctioneer (Another Engine) 10. Good Advices 11. Wendell Gee 관련 글 R.E.M. [Murmur]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Reckoning]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Life’s Rich Pageant]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Document]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Green]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Out Of Time]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Automatic For The People]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Monster]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New Adventures In Hi-fi]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Up] 리뷰 – vol.3/no.10 [20010516] R.E.M. [Reveal] 리뷰 – vol.3/no.10 [20010516] 관련 영상 “Feeling Gravitys Pull” 관련 사이트 R.E.M. 공식 사이트 http://www.remhq.com R.E.M. 팬사이트 http://www.murmurs.com Warner Bros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wbr.com [Rolling Stone] 특집 R.E.M. A-Z http://www.rollingstone.com/features/rem/default.html?cf=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