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연주자 황병기가 한 강연에서 직접 작곡한 “미궁”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이 곡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아세요? 인터넷 때문입니다. 그 곡이 담긴 앨범이 가장 안 팔렸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 됐죠.” 초고속 인터넷으로 전율하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불현듯 엽기문화가 흥했다. 앨범으로 접하지 못했던 이상한 곡들이 ‘엽기’ 혹은 ‘유머’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미궁”은 대열의 선두격이었다. 이 곡이 등장한 것은 1984년. 라디오와 TV는 이 곡을 외면했다. 8~90년대 라디오와 TV를 주름잡았던 것은 가요와 팝송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곳에서 팝송이 외면받는다는 하소연을 접할 수 있다. 뜻밖인 것은 올해를 비롯, 재작년부터 엠넷에서 그래미 시상식을 다시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팝 음악을 듣지 않아서 큰일”이라고 말한 배철수의 여파였을까. 영미팝을 많이 듣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음이 분명하다. 팝송은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많은 실력파 아마츄어들이 기본적으로 팝 음악의 레퍼토리를 달고 나온다. 노래를 하는 가수라면 여전히 팝 음악이 중요한 교재라는 것을 공감하는 듯한 분위기다. 팝송(pop song). 정확히 영미의 팝 음악은 지금도 음악 스타일, 패션, 춤과 같은 트렌드를 결정짓는 요소다. 릴 웨인의 오토튠 사용은 곧 국내 가수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제이슨 므라즈의 기타팝의 영향으로 놓았던 기타를 다시금 잡는다. 영미팝에서 스타일을 결정지어주면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소화하려 노력한다. 외국가수의 내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어떤 팝 스타를 모셔오느냐에 따라서 흥망이 좌우될 정도다. 현상들만 놓고 본다면 팝 문화는 계속 몰아치는 파도와 같다. 팝송은 철저히 매스 미디어(TV, 라디오, 신문 등)를 이용한 상품이다. 다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집중시키는. 거기엔 다른 선택적 대안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 이후 등장한 소셜미디어(페이스 북을 비롯한 각종 SNS)는 수많은 줄기들이 뻗어있다. 영미의 팝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음악들, 일반 사람들이 만든 창작물들을 함께 공유하며 들을 수 있다. 매스미디어에 집중된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단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스타만큼이나 집중도가 생길만한 매력을 어필하게 된 것이다. UCC는 그런 화두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TV나 라디오에 의지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팝음악이 가요에 미치는 영향력 정도가 반드시 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익숙한, 듣고 싶은 장르의 음악들을 맘껏 들을 수 있고 영미팝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의 음악을 접하며 나름의 기호를 만들어 나갈 수가 있다. 빌보드 차트의 몰락은 곧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 감소를 의미한다. 케이팝(K-pop)차트가 빌보드 차트에 더해졌다한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매스 미디어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사람의 생산주체로서 거듭나기까지 한계가 있다.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제한, 저작권법 등은 일반 사람들에게 쉬이 생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다시금 매스미디어에 의존하는 현상이 생긴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의 경우 프로그램에 사용된 음악들을 공개한다. 사람들은 이를 검색해서 구입하거나 듣게 된다. 라디오를 배제한 TV가 음악의 기호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라이브를 표방한 음악방송들은 예외에 가깝다. 가수들은 음악방송을 고집하기보다는 예능에 자진 출연한다. 여전히 예능은 사람들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좇으려는 욕망은 늘 있어왔고 팝 음악은 중심에 있었다. 팝송을 듣고, 부르는 것이 하나의 고급기호이기도 했고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인식된다. 하지만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기호를 예전처럼 결정할 권리는 없다. 능동적으로 자기 기호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늘고 있고 매스미디어의 실제 영향력은 줄어가고 있다. 황병기의 음악이 엽기코드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생산 문화였듯 음악도 그렇게 변해가야 하는 것이 소셜 미디어의 흐름에 부합한다. 팝송도 이 흐름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팝 스타가 매스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대형 페스티벌에 등장한다고 해서 실제 인기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의문은 매스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 음악을 ‘간증’하고 오디션을 비롯한 억지기획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의 음악적 범주는 팝송과 가요보다도 더 넓게 걸쳐있다. 음악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굳이 팝송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 류석현_contributor info. 매체의 관점으로 음악을 연구하는 류석현은 아카펠라, 사운드 아트에도 관심이 많다. 5년 전 음악웹진 [이즘(IZM)]의 필자로 활동했고 다양한 관점의 음악 칼럼을 써왔다. | http://www.facebook.com/soulryu 9 Responses JasonPark 2012.03.17 오디션을 비롯한 억지기획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이부분에서 와닿습니다 응답 Ryu Seok Hyun 2012.03.18 그 남발이 가혹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봅니다 ^^ 응답 Gawon Song 2012.03.18 여기서 말하는 Popsong 을 정확히 정의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응답 Ryu Seok Hyun 2012.03.18 팝송은 위에 적었듯 영국과 미국의 대중음악을 주로 뜻합니다. 합치자면 영어권 국가의 대중음악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고요. 응답 Gawony 2012.03.19 그럼 피폭, 엔엠이, 웨이브 같은 건 어디에 속하나요? 매스미디어? 응답 Ryu Seok Hyun 2012.03.19 매스미디어 기능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분류하자면 매스미디어 기능을하죠. 매스미디어 기능이 꼭 나쁜게 아니고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데 다만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 Daniel J Park 2012.03.21 ㅇㅇ 막 무한도전에 나온노래가 다음날 차트1위에 뜨는거 보면 , 참 기가 막힘. 응답 Jeong 2012.04.04 국내 뮤지션들이 영미권 음악을 소위 흉내내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답 Ryu Seok Hyun 2012.04.06 어차피 음악 산업이라는게 유럽과 미국에서 출발했고 90년대까지는 철저하게 팝송을 레퍼런스 삼아왔죠. 일본에서도. 지금은 이 단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도 팝송을 지금도 듣고 좋아합니다만 모든 사람이 팝송을 즐겨야 하고 교양삼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응답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
Ryu Seok Hyun 2012.03.19 매스미디어 기능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분류하자면 매스미디어 기능을하죠. 매스미디어 기능이 꼭 나쁜게 아니고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데 다만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
Ryu Seok Hyun 2012.04.06 어차피 음악 산업이라는게 유럽과 미국에서 출발했고 90년대까지는 철저하게 팝송을 레퍼런스 삼아왔죠. 일본에서도. 지금은 이 단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도 팝송을 지금도 듣고 좋아합니다만 모든 사람이 팝송을 즐겨야 하고 교양삼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