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5084242-remlifesR.E.M. – Life\’s Rich Pageant – I.R.S., 1986

 

 

‘풍요로운 꽃수레’에 올라탄 인디 ‘대박’ 음반

‘재건(reconstruction)’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심기일전하여 제작한 네 번째 앨범. 프로듀서 돈 게맨(Don Gehman)은 존 멜렌캠프(John Mellencamp)의 프로듀서로서 ‘히트곡 지향’의 인물이었지만 밴드와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결과적으로 프로듀싱은 ‘클린’하고, 음악은 ‘하드 로킹’하다. 얄랑꾸리한 기타 인트로로 시작해서 강한 백비트와 기타 피드백이 나오는 “Begin The Begin”, 쉴새없이 몰아치는 “These Days”, 10년 뒤의 펑크 팝 리바이벌을 예고하는 듯한 “Just A Touch” 등이 앨범의 전체적 색깔을 만들어낸다.

물론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2분 50초의 짧은 발라드곡 “Fall On Me”. 이 곡은 마치 비틀스에서 “Yesterday”가 차지하는 지위와 비슷한 곡이다. 그 시기 밴드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곡이라는 뜻이다. 단조로 음울하게 시작해서 전조(轉調)와 함께 따뜻한 코러스가 나오는 아름다운 곡이다. 브리지에서 대위법 비슷하게 밀스가 이어받고 다시 스타이프가 마무리하는 부분도 또하나의 백미. “어떤 문제가 있어, 깃털의 쇠덩어리 / 빌딩들, 무게들, 풀리들(pullies)과 흥정해 봐 / 무게가 공기를 떠나갈 수 있기 전에 깃털이 땅을 두들기지 / 하늘을 사고 또 하늘을 팔아 / 그리고 하늘에게 말해 하늘에게 말해 / 나에게 기대지지 마”라는 가사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산성비의 폐해를 고발하는 정치적 노래’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 곡 외에도 이 음반의 ‘숨겨진 명곡’ “The Flowers Of Guatemala”와 “Cuyahoga” 등도 비슷하게 ‘오해(?)’받아 생태주의 운동의 송가(頌歌)가 되기도.

전체적인 주조에서 조금 벗어나는 곡들도 있다. “What If We Give It Away”의 전반부는 뉴웨이브를 듣는 듯한 기타 사운드와 무감정한 보컬을 들을 수 있고, 1960년대 포크송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Swan Swan H”는 역시나 남북전쟁 당시에 유행했던 발라드고, 연주곡인 “Underneath The Bunker”는 난데없이 볼레로 가락이다. 마지막 트랙 “Superman”은 그때까지의 R.E.M.의 색채가 가장 강한 거라지 팝(garage pop=마구리 팝)이라서 오히려 이색적이다(이 곡은 스타이프가 아니라 밀스가 마치 ‘얼간이처럼’ 부른다).

전체적으로 볼 때 밴드로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인디 음반이라는 어울리지 않게 골드 레코드(50만장 판매)를 기록하고 차트에서도 21위까지 올라간 성과를 올렸다. 빅 리그로 올라가기 직전 2군에서 컨디션 조절을 마친 듯한 느낌의 음반이다. 물론 2군 경기에서 인생의 참맛을 느끼는 매니아들도 많았을 테고. 20010513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Begin The Begin
2. These Days
3. Fall On Me
4. Cuyahoga
5. Hyena
6. Underneath The Bunker
7. Flowers Of Guatemala
8. I Believe
9. What If We Give It Away?
10. Just A Touch
11. Swan Swan H.
12. Sup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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