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5081333-remgreenR.E.M. – Green – Warner Bros, 1988

 

 

경쾌하고 세련된 음악으로 주류에 입성하다

R.E.M.이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표한 첫 앨범. 전작(前作) [Document]가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보여줬던 R.E.M. 음악의 귀착점이라면, 여섯 번째 앨범 [Green]은 그 성과물을 좀더 세련화하기 시작한 출발점쯤 될까. 피터 벅이 후일 “너무 매끄럽다”라고 인정했던 것처럼, 이 앨범에서 이들은 다양한 악기, 정교한 편곡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선보이고 있다.

“Orange Crush” “Get Up” 등 몇몇 곡들에서 파워풀한 기타를 중심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것은 [Document]보다는 훨씬 더 우회된 경로를 통해서 일어난다. 그래서 이런 파워풀한 록 스타일보다는 열정적이고 듣기 쉬운 ‘팝송’이 [Green]에서 더 인상적이다. 첫 곡 “Pop Song 89″은 흥겹고 경쾌한 대표적인 R.E.M.식 팝송. 와와 이펙트를 입힌 기타 솔로, 캐치한 리프가 삽입된 “Stand” 또한 버블껌처럼 느껴지는 흥겹고 밝은 노래다.

물론 앞서 지적했던 강렬한 록 스타일의 곡들도 다양한 질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타하는 스네어 드럼 소리로 시작하고 끝맺는 “Orange Crush”는 버스(verse)에서의 메기고 받는 보컬, 코러스(chorus)에서의 샤우팅 보컬, 그리고 헬리콥터(처럼 들리는) 소리와 함께 함성 및 연설조로 전쟁 연상효과를 주는 간주부에서의 보컬이 서로 대조를 이룬다. “Turn You Inside-Out”([Document]의 “Finest Worksong”의 실질적인 개작이란 평을 받을 만큼 그와 비슷하다)에서 전반부에 묘한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퍼커션, 기타 및 보컬이나, “Get Up”에서 빠르게 스토로크하는 피터 벅의 손놀림 속에 뮤트되며 끽끽대는 기타 소리가 인상적이다.

미드템포의 발라드도 전작보다 더 연마되어 있다. “The Wrong Child” “You Are The Everything” “Hairshirt” 등은 이전에 그들이 보여준 사이키델릭하고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내성적이고 고백적인 컨템퍼러리 포크 송이다. “Hairshirt”에서는 하강하며 반복되는 화성 위에서 여리게 떨리는 보컬과 만돌린 연주가 어우러지고, “The Wrong Child”에서는 불안한 듯 떠도는 사운드(중후반부에 잠시 피아노 선율에 의해 해소되기도 하지만), 겹겹이 쌓이는 목소리들이 몽롱하게 만든다. “World Leader Pretend”에서는 페달 스틸 기타, 첼로, 그리고 퍼커션이 부드럽고 세련된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쉽게 귀에 들어오는 사운드 위에서 가사는 비교적 명료하게 들린다. 이는 고의적인 난해주의를 비판하며 ‘표현상의 직접성, 감정상의 정직함’을 표방한 마이클 스타이프의 노선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발매한 [Green](환경보존, 혹은 순수함을 암시하는 타이틀)은 전작에 이어 여전히 ‘정치적’이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의 고엽제 사용을 비판한 “Orange Crush”처럼. “난 무기를 알고, 바리케이트를 알지… 난 벽을 세울 수도 있고 부술 수도 있어. 그게 내 세상이야. 내 인생이야. 난 그 세계의 지도자야”라는 “World Leader Pretend”처럼(이 곡은 R.E.M. 최초로 ‘가사를 부클릿에 적은’ 노래다). 때로 그 목소리는 “잠이 인생을 지연시켰지… 삶이 거칠고… 어렵다는 걸 알아… 졸린 머리를 들고 일어나… 지금은 도피할 수 없는 때(“Get Up”)”처럼 각성의 목소리이며, “이 세상이 두렵고, 내가 두려울 때… 넌 여기 나와 함께 있지. 넌 전부야(“You Are The Everything”)”처럼 위로의 목소리이다. 이 앨범이 [Document]에서 [Out Of Time]으로 가는 과도기 작품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반(半) 1인칭, 반(半) 의식의 흐름 기법 가사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류로 진입한 그들의 음악은 화려하고 세련되고 풍성해졌지만, 스타일은 고정되었고 실험은 삭감된 듯했다(부드러운 발라드 이외에는 그들의 사이키델릭 포크 성향도 많이 상실된 것 같다). 컬리지 록 밴드에게 볼 수 있었던 치열함과 풋풋함 역시. 그리고 주류로 진출한 그들의 음악적 삶은 피곤하고 고단해졌다(이 앨범 발표 후 월드 투어를 비롯한 ‘최초의 메이저식 투어’에 녹초가 되기도 했다). “때로 난 노래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 세상이 두렵고, 내가 두렵다”라는 그들의 노래처럼. 20010512 | 최지선 fust@nownuri.net

7/10

수록곡
1. Pop Song 89
2. Get Up
3. You Are The Everything
4. Stand
5. World Leader Pretend
6. The Wrong Child
7. Orange Crush
8. Turn You Inside-Out
9. Hairshirt
10. I Remember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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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ong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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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ing Stone] 특집 R.E.M.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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