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1112104-naplogo냅스터가 새로운 필터링 시스템을 추가했다. “Acoustic Fingerprinting”이라고 이름 붙여진(TRM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기술의 핵심은 이전처럼 파일 이름을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 파일 자체를 조사해 어떤 곡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즉, 파일 이름, bit rate, 파일 종류과 관계없이 어떤 곡인지 알아내는 기술이다. 오디오 파일을 조사해서 고유 코드를 알아내고 그것을 냅스터 중앙 서버의 금지곡 리스트와 대조하여 파일을 걸러낸다고 한다. 새 필터링 시스템은 이전의 파일 이름을 걸러내는 방식과 함께 쓰인다.

예를 들어 라디오헤드(Radiohead)의 [Kid A]를 냅스터에서 찾고자 할 경우 “Radiohead”란 단어를 “Radiohed”로 하든, “TVhead”로 하든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불완전해서 이용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아티스트 검색에서 “Smashing Pumpkins”나 “Eminem”등의 검색어를 ‘아티스트’ 란에 쓸 경우 한 곡도 나오지 않는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부틀렉이나 데모 등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불완전한 예로 “Rage Against The Machine”을 검색하면 파일이 한개도 나오지 않는데 “RATM” 또는 “rageagainstthemachine”으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파일이 검색된다.

어쨌든 이 시스템이 도입되자 냅스터에서 파일 구하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한편 새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파일들도 걸러지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냅스터는 ‘지나치게 걸러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를 수정하겠다고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한편 냅스터 새 버전은 유료 서비스가 가능하게 고쳐져서 나올 예정이다. 냅스터가 곧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용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월정액 4.95달러가 될 듯하다.

20010501112104-sst_logo상황이 이렇게 되자 필터링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에 ‘Hot List’에 등록해둔 아이디들도 더 이상 만나기 어려워지고, 그들 역시 소수의 파일만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젠 개별 곡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이쯤되면 냅스터의 사용가치는 거의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사람도 나올 법하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모든 곡이 삭제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냅스터에서 금지곡으로 된 것들은 모두 5대 메이저(Sony, Universial, EMI, BMG, Warner)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곡들이다. 따라서 5대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곡들은 여전히 구할 수 있다. 만신창이가 된 냅스터의 사용가치는 여기에 있다. 인디 레이블, 마이너 레이블 소속의 곡들은 냅스터에서 여전히 구할 수 있다.

유명한 인디 레이블로는 Matador, Touch & Go, SST, 4AD, Sub Pop, Mute 등이 있다. 이런 인디 레이블에 소속된 밴드 중엔 페이브먼트(Pavement), 요 라 탱고(Yo La Tengo), 씸(Seam) 등이 있다.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첸버그가 만든 마이너 레이블 드림웍스(Dreamworks) 소속인 Eels, Elliott Smith 등도 있다. 따라서 All Music Guide(allmusic.com)에 가서 레이블 별로 앨범들을 조회한 후 냅스터에서 파일을 구하는 잔꾀를 쓸 수도 있겠다. 다만 저작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거나, 냅스터사의 ‘과잉 블록킹(overblocking)’ 때문에 일부 인디 레이블의 곡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인디 레이블 업자들은 이를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엔 메이저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냅스터 등 무료 MP3이 자기들의 수입을 줄인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냅스터를 인디 레이블의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어쨌거나 인디 레이블의 곡들이 냅스터에서 금지될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 그럴려면 냅스터에 금지곡 파일 이름 목록을 보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인디 레이블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료화가 되기 전까진 냅스터는 인디 레이블 소속의 음원을 구하는 데에는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여 월드 뮤직 애호가들도 여전히 냅스터 사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20010430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

관련 사이트
Napster And Relatable Enter Into Agreement – Napster Press Release
http://www.napster.com/pressroom/pr/010420.html
Imstation.com에 있는 미국의 인디 레이블 소개글
http://www.imst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