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1124452-nickcave_nomoreNick Cave And The Bad Seeds – No More Shall We Part – Warner, 2001

 

 

대속적 사랑에 관한 고통스러운 발라드

우리 이제 더 이상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고딕-펑크 밴드 버쓰데이 파티(Birthday Party) 시기의 닉 케이브(Nick Cave)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런 제목이 당혹스러울지 모르겠다. 굳이 그때가 아니라도 빔 벤더스(Wim Wenders)의 영화 [Wings Of Desire(‘국역’: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From Her To Eternity”(주의: ‘here’가 아니라 ‘her’임)를 부르던 모습을 기억해도 마찬가지다. 그가 중년에 접어든 뒤에도 [Murder Ballads](1996)에서는 이리저리 비척거리면서도 선지가 줄줄 흐르는 음악을 들려준 바 있다. 물론 변화의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년 전에 발표한 [The Boatman’s Call](1997)은 그동안의 ‘듣기 버거운’ 음악을 넘어서 언뜻 듣기에 범상한 사랑의 발라드를 들려주었다. 물론 언뜻 듣기에 그런 것이고 유심히 들으면 상처받은 영혼의 강렬한 감정이 깔려 있는 ‘Bittersweet’한 것이지만.

[The Boatman’s Call]이 닉 케이브의 새로운 출발을 알려주는 ‘문제작’이었다면, 새로 나온 [No More Shall We Part]는 그때의 질문을 더욱 심화시킨다. 전작과 같이 노래들은 발라드(한국의 ‘뽕 발라드’와는 관계없음) 형식이고 동일한 멜로디가 여러 번 반복된다. 대체로 서너 개의 코드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악곡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무언가 전작과 느낌이 많이 다른데, 무엇보다도 그건 닉 케이브의 목소리와 창법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는 바리톤이라기보다는 테너에 가깝다. 별 뜻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고음부의 멜로디가 많다는 뜻이다. 창법 또한 이전처럼 입 속에서 웅얼거리는 것보다는 심장(혹은 창자)에서 긁어낸다는 느낌을 준다(가스펠 풍의 “God Is In The House” 중반부에서 반주 없이 허스키하게 긁어내는 목소리는 창법의 어떤 극한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튜디오에서 많이 다듬어진 듯한 전작의 프로듀싱과는 달리 급하게 녹음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긴박한 분위기다. 첫 트랙인 “As I Sat Sadly By Her Side”는 짧게 끊어치는 기타 스트러밍, 불길한 피아노 라인, 귀기 어린 바이올린 소리로 인해 기나긴 가사와 반복되는 멜로디가 지루하지 않다. 이런 긴박한 분위기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록 음악’에 가까운 “Fifteen Feet Of Pure White Snow”로 이어지고, “The Sorrowful Wife”의 후반부에는 긴박하다 못해 혼돈에 접어든 절망적 사운드를 낳는다(이런 독특한 사운드 텍스처는 배드 시즈에서 오래 함께 연주해 온 블릭사 바겔드(Blixa Bargeld) 및 믹 하비(Mick Harvey) 뿐만 아니라 더티 쓰리(Dirty Three)의 바이올린 연주자 워렌 엘리스(Warren Ellis)의 공헌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는 장조의 느린 템포의 ‘과묵한’ 곡들이 페이스를 조절해 나가고, 마지막 세 곡들은 고통과 고뇌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준다. 주목할 점은 해결의 방식이 예전 작품들처럼 ‘난폭한 폭력’이 아니라 ‘대속적 사랑(redemptive love)’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세 트랙(특히 세박자의 “Gates To The Garden”)은 수없는 질문과 오랜 방황 끝에 마침내 찾은 마음의 평화를 노래한다. 백킹 코러스를 해줄 군번은 아닌 맥개리글(McGarrigle) 자매의 목소리는 멀리서 손짓하는 구원의 메시지처럼 들려온다.

젊은 시절 신이라든가 절대자에 대해 고민하면서 방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음반에서 깊은 감동을 받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잊고 있었던 어떤 생각이 다시 뇌리에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고민에 ‘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고, 만약 그런 ‘환자들’이 있다고 해도 이 음반을 듣게 될지는 더욱 모르겠고, 이 음반을 들을 사람들 중에는 ‘신’, ‘종교’,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대해 서양인들의 ‘병’이라고 일축할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에서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가사를 음미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일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당신의 자비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의 자비의 결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 신은 또한 그가 창조한 세계를 당신이 창가에 앉아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그 사이에 슬픔은 당신 주위에 쌓여간다. 못나고, 쓸모없고, 이상팽창된 당신 주위에.” 20010426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As I Sat Sadly By Her Side
2. And No More Shall We Part
3. Hallelujah
4. Love Letter
5. Fifteen Feet Of Pure White Snow
6. God Is In The House
7. Oh My Lord
8. Sweetheart Come
9. The Sorrowful Wife
10. We Came Along This Road
11. Gates To The Garden
12. Darker With The Day

관련 글
Nick Cave And The Bad Seeds [The Boatman’s Call] 리뷰 – vol.3/no.9 [20010501]
Nick Cave And The Bad Seeds [Murder Ballads] 리뷰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Nick Cave 공식 사이트
http://www.nickcave.co.uk
음반사 공식 웹사이트
http://www.repriserec.com/nickcave/index.shtml
http://www.mutelibtech.com/mute/cave/cave.htm
기타
http://www.nick-cave.com
http://www.bad-seed.org/caveinn/cavein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