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퍼 (Weeper) – Weeper – One Music, 2001 강렬함은 사라지고 너무 말끔해진 참 오랫동안 기다려온 앨범이다. 1990년대 중반 클럽 드럭 소속 밴드로 시작한 위퍼가 2001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정식 데뷔 음반을 냈으니 말이다. 위퍼의 초창기는 그 시절 여타 클럽 밴드들과 다르지 않게 너바나와 그런지였으나, 팝적인 친숙한 멜로디와 감수성이 있었다. 이는 노 브레인과의 합동 앨범인 [Our Nation 2]의 수록곡들을 통해 입증되었고, 리메이크 컴필레이션 [인디 파워 1999]의 수록곡에서 그 정점을 맞이한 듯했다.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을 리메이크한 위퍼의 곡은 라디오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고, 레이니 선의 “꿈에”와 더불어 [인디 파워 1999]에서 가장 주목받는 곡이 되었다(하지만 소리바다에서 검색 가능한 위퍼의 곡은 “향기로운 추억” 하나 뿐이다). 하지만 이 데뷔 음반에서는 위퍼의 그런 편안한 감수성이 너무 지나쳐 밋밋한 느낌을 줄 정도다. 녹색지대 신보로 착각할 수도 있을만한 음반 재킷은 이 음반의 색채를 (극단적이지만)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위퍼의 음악들이 부드러운 편이긴 했지만 이들의 음악 모토는 ‘멜로디는 부드럽게, 연주는 강렬하게’ 아니었던가. 그 지글거리던 기타 톤과 강한 리프는 믹싱을 통해 부드럽게 다듬어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또 보컬 이지형의 음색은 이승환의 초기 시절 창법처럼 맑기만 하다. 이러한 점들은 그들이 앨범 제작 중 팝적인 감각을 선호하는 엔지니어와 갈등 끝에 결국 엔지니어의 취향에 맞추게 되었다고 밝힌 어느 인터뷰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초반의 당혹함을 가라앉히고 다시 들어보면, 안정된 멜로디는 이전의 위퍼임을 알게 해준다. 오랜 앨범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록곡들은 하나 빠질 것 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산만한 느낌 없이 잘 통일되어 있다. 반면에 모든 곡들이 고만고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위퍼의 이번 앨범을 구분 짓자면, 홍대 씬에서는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이 가장 떠오른다.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의 부담 없는 음악과 솔직하고 섬세한 가사들은 위퍼와 다르지 않으나 전자의 밴드들의 감수성은 서정적이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과 일상 속에서 포착된 범상함이 있는 반면, 위퍼의 감수성은 심도와 원근을 무시하고 피사체의 색채만 강조한 광고사진처럼 평면적이다. 그리고 사운드 믹싱은 보컬을 중심에 세울 뿐 다른 악기들은 뒤쪽으로 밀려나 있어서 하세가와 요오헤이(곱창전골)의 슬라이드 기타나 고경천(ex-이스크라)의 무그는 앨범 속지를 보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밴드의 자의식이 기획사의 상업적 마인드에 패한 결과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가사에 드러난 밋밋한 러브 스토리는 밴드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20010428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6/10 수록곡 1. 아침 2. 날개 3. 상실의 시대(나의 불가능한 이야기) 4. 축제 5. 쟈스민 6. 질식 7. 달빛넝쿨 8. 친구 9. 그 더운 여름날에 10. 숨어있기 좋은 방 11. 상실의 시대(나의 불가능한 이야기) (뮤직 비디오) 관련 글 배리어스 아티스트 [인디 파워 1999] 리뷰 – vol.1/no.3 [19990916] 관련 사이트 위퍼 공식 사이트 http://www.weeper.net 쌈넷에 실린 위퍼의 음반 리뷰 http://www.ssamnet.com/3000/03_26_weep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