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31김정미 – 김정미 – 지구레코드, 2001

 

 

숨막히던 시절의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의 표현

‘옛날 가수’ 김정미의 음반이 CD로 재발매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미의 음반이라기보다는 신중현의 ‘작품집’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복각된 음반은 한국적 싸이키델릭 록의 진수를 담은 1971년작 [바람](혹은 [김정미 최신가요집])과 1973년작 [Now]가 아니라 1974년과 1977년에 발표된 두 개의 음반들에서 추려낸 것이다. 그 이유는 “지구 레코드 자료실에 마스터 테이프가 수십 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사장돼 있다가 이렇게 뒤늦게나마…. 컴팩트 디스크로 재발매”라는 라이너노트의 문구를 보고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신중현은 김정미를 “한국적인 싸이키델릭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내가 택한 가수….그녀는 기꺼이 내가 조정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신중현, [신중현, Rock], 다나기획, 1999, p. 118)”라고 말했다. ‘꼭두각시’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독선을 부리면서도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한국적 싸이키델리아’란 무엇일까. 여기서 ‘싸이키델릭 록이 무엇인가’라고 설명하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1970년대 ‘가요 팬’으로서 살았던 나로서도 ‘싸이키델릭 록’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고 ‘싸이키 조명’이라는 단어만을 들었을 뿐이다. 그건 환각과 퇴폐의 상징이었다.

신중현의 음악이 보통의 대중가요들처럼 국제적 유행을 ‘키치화’하는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에게는 분명히 국제적 조류를 포착하여 당대 한국인의 정서에 융화시키는 재능이 있다. 그래서 ‘매니아’가 아니라 일반인이 듣기에도 그의 음악은 친숙하면서도 신선했다. 대중음악다운 ‘천박함’과 ‘야함’이 있으면서도 여느 고상함과 우아함을 능가하는 무엇이 있다. 그의 싸이키델릭 록이란 것도 ‘대중가요가 아닌 무언가’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중가요를 창조한 것이다.

그래서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민방공 훈련’의 싸이렌 소리와 장발단속의 호루라기 소리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인 “이건 너무 하잖아요”와 (뒤에 신중현과 엽전들이 다시 레코딩한) “생각해” 등에서 두 개의 기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전개되는 연주는 ‘합주’의 고전적 묘미를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캠퍼스 그룹 사운드’에 대한 신중현의 절대적 영향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기타 톤은 대부분 ‘생톤’이고 오버더빙도 초보적 단계인 ‘빈약한’ 사운드지만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드러내는데는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김정미의 비음 강한 ‘야한’ 창법은 신중현의 작품들 뿐만 아니라 번안곡 “난 정말 몰라요”(원곡: Janis Joplin의 “Move Over”)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봄”이나 “해님”에서 표현된 몽환적 분위기는 이 음반에서 충분히 느끼기 힘들다(억견이지만 김정미의 1971년작은 같은 해에 나온 김민기의 음반과 더불어 ‘한국적 싸이키델리아’ – 더 좋은 표현이 없어서 미안하다 – 의 고전이다). 왜일까. ‘유신’ 어쩌구 하면서 시대상황을 들먹인다면 유치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서인지 이 음반의 ‘한국적 싸이키델릭 록’이 유토피아만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 것도 분명하다. 아마도 나이를 웬만큼 먹은 사람은 당시 명동의 거리나 ‘음악 다방’의 분위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때의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숨막히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는 현실에서도 ‘멋쟁이’를 지향하는 욕망을 감출 수 없었던 시절 문화적으로 가장 첨단적인 공간의 묘한 정서” 정도로 해두자. 거기에는 이런 권태로운, 그렇지만 유머러스한 정서도 포함된다. “담배를 붙여 물고 이 궁리 저 궁리 천장을 바라보고 / 찾아서 가볼까 여기서 기다릴까 / 아이고 뜨거워 놀래라 꽁초에 손을 데었네”(“담배꽁초”)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 주제곡인 “갈대”에서도 그럭저럭 유지되지만 여덟 번째 트랙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사라진다. 촌스러운 현악기 소리와 “나는 바보인가봐”라는 노래가 나오면 화들짝 ‘깬다’. ‘뽕끼’ 가득하고 ‘구리다’. 앞의 일곱 트랙과 뒤의 네 트랙 사이에는 작곡가의 차이 뿐만 아니라 ‘시대’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대마초 사건 이전과 이후라는. 저작권자에 편집권이 없는 현실이 우울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 역설적으로 – 다행이다. 신중현의 음악을 듣고 ‘뭐가 대단한 거지?’라고 묻는 사람들한테 좋은 비교가 될 테니까. 김영광이 누구냐고? 다음 기사를 참고하길.

저작권과 관련된 위법행위로 집행유예 중에 있는 작곡가 김영광씨가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회장에 취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9일 취임한 金씨는 1992-4년 유열, 김희갑씨 등 인기 작곡·작사가 13명의 계약서를 위조, 이들의 노래 저작권 관리 권한을 일본 음악저작권협회(JASRAC)에 넘겨준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로 지난해 2월 서울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열씨 등 피해자들과 협회원들은 “저작권 관련 범죄로 집행유예 중인 사람이 저작권을 보호하는 단체의 장이 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金씨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KOMCA측은 “김씨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 형법을 위반했으므로 법적으로 회장취임 결격사유가 없다”고 해명했다([중앙일보], 1999. 2. 20) 2001043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이건 너무 하잖아요
2. 생각해
3. 난 정말 몰라요
4. 담배꽁초
5. 너와 나
6. 갈대
7. 당신이
8. 나는 바보인가 봐
9. 너를 갖고 파
10. 셋방살이
11. 너를 보내고

관련 사이트
신중현 홈페이지
http://shi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