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k Cave And The Bad Seeds – The Boatman’s Call – Mute/Reprise, 1997 죽음으로부터 사랑에게로, 신으로부터 그녀에게로 한 남자가 ‘작은 브롬프톤 교회당(Brompton Oratory)’ 의자에 앉아 있다. 어떤 날은 혼자 묵상하고, 어떤 날은 설교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헝클어진 머리, 찌푸린 이맛살, 어딘가를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의 닉 케이브. 연륜과 고뇌가 묻어나는 듯 지적이고 진지하게 보이는 이 앨범 재킷의 표정은, 한때 노이즈와 악다구니 가득한 펑크(&고딕) 밴드 버쓰데이 파티(Birthday Party) 시절의 껄렁하고 치기 어린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음악적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백 밴드 배드 시즈(The Bad Seeds)를 이끈 이후, 이 앨범에서 보다 많은 변화를 노정했기 때문이리라. 특히 그간 내재하던 아이러니나 풍자, 폭력적인 해결은 사라졌다. 이전 앨범 [Murder Ballads](1996)는 얼마나 엽기적이었던가. 그에 비한다면 이 앨범은 달콤한 발라드이며 이지 리스닝 음악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닉 케이브에게 사랑이라는 테마는 급작스러운 것이 아닌, 꽤 오래 전부터 가져온 화두였다. [From Her To Eternity](1984)나 [Let Love In](1994)을 보라. 놀랍게도, 이 [The Boatman’s Call]은 죽음/죽임에 대한 화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Murder Ballads]와 ‘동시에’ 씌여졌다. 이는 그의 욕망의 다른 면이 투영된 것으로, 사랑과 신과 살인은 모두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노래에는 닉 케이브의 사랑에 대한 성찰과 신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물론 그는 통념적인 낭만적 사랑을 부정하는 대신 오히려 낭만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이는, 그가 말했듯, 모든 것을 회의하는 인생관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태도(와 음악)는 진지하고 철학적이(라고 느껴지게 만들)지만, 무작정 어렵고 추상적이지는 않다. 사랑의 아름다운 시작과 씁쓰름한 종말로 귀착되었던, 소문을 타고 특정인이 거론될 만큼 구체적인 그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들리는 비브라폰 소리가 영롱한 “People Ain’t No Good”은 부인 비비안 카네이로(Vivian Carneiro)와의 관계의 끝을 보여준다. 낭송과 함께 노래되는 가스펠 스타일의 “Green Eyes”는 토리 에이모스(Tori Amos)가, 또한 삐걱거리는 바이올린 선율이 두드러지는 “West Country Girl”과 오르간 및 아코디언이 경건하게 만드는 “Black Hair”는 폴리 진 하비(PJ Harvey)가 소재가 되었다는 후문도 들렸다. 하지만 노래 하나하나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과거에는 단 하나의 생각, 나의 진짜 생각과 감정을 절대로 반영하지 않는, 잘 구조화된 작품을 쓰려고 했”지만, 이 앨범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모든 감정적 계기들을 묘사”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이로써 그는 신에게 ‘그녀를 자신에게로 인도해 달라(“Into My Arms”)’고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종국에는 ‘당신이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 존재인지(“(Are You) The One That I’ve Been Waiting For?”)’ 반문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백과 성찰은 슬로 템포의 성긴 텍스처 속에서 낮고 고요한 크루닝의 바리톤 목소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많은 악기가 아닌, 주로 닉 케이브 자신의 피아노나 오르간 반주에 맞춰. 그 뒤에는 오랜 지우(知友)인 두 명의 디렉터 – 믹 하비(Mick Harvey)와 더티 쓰리(Dirty Three)의 바이올리니스트 워렌 엘리스(Warren Ellis)가 있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 그들의 사운드는 복잡하지도,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와, 심오하지만 난해하지 않은 아름다운 가사가 그래서 돋보인다. 물론 닉 케이브가 사랑과 구원에 대해 그렇게도 몰두하고 싸워왔던 결과물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경건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리라.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 혹은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닉 케이브의 사랑에 대한 탐구는 현재(+미래) 진행형이다. 20010427 | 최지선 fust@nownuri.net 10/10 수록곡 1. Into My Arms 2. Lime Tree Arbour 3. People Ain’t No Good 4. Brompton Oratory 5. There Is A Kingdom 6. (Are You) The One That I’ve Been Waiting For? 7. Where Do We Go Now But Nowhere 8. West Country Girl 9. Black Hair 10. Idiot Prayer 11. Far From Me 12. Green Eyes 관련 글 Nick Cave And The Bad Seeds [No More Shall We Part] 리뷰 – vol.3/no.9 [20010501] Nick Cave And The Bad Seeds [Murder Ballads] 리뷰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Nick Cave 공식 사이트 http://www.nickcave.co.uk 음반사 공식 웹사이트 http://www.repriserec.com/nickcave/index.shtml http://www.mutelibtech.com/mute/cave/cave.htm 기타 http://www.nick-cave.com http://www.bad-seed.org/caveinn/cavein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