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Waits – Swordfishtrombones – Island, 1983 만취와 실연 앞에 선 인생의 드라마 [푸른 안개]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톰 웨이츠의 리뷰를 쓰면서 갑자기 이 드라마가 떠오르는 이유는 방금 드라마를 보고 난 잔향 때문일까? 작가의 의도와는 다름이 분명한 최근의 논란과는 달리 이 드라마의 핵심은 ‘불륜’이나 어긋나는 사랑의 ‘절절함’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던 가치들의 허망한 위험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건 각성이자 마취이며, 전위이자 일상이다. 톰 웨이츠의 음악도 이와 같다면 억지일까. 그의 음악은 지나쳐온 일상을 문득 돌아보게 하는 ‘각성’과 일상의 근원적인 남루함과 허망함을 일깨워주는 ‘안락’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원초적인 보컬, 불길하게 끌리는 기이한 멜로디, 비어있는 듯 깊은 사운드 스케이프, 이 모든 건 그의 음악에선 다음 문제일 뿐이다. 톰 웨이츠의 1983년 작 [Swordfishtrombones]는 3연작으로 불리는 그의 중반기 걸작인 [Swordfishtrombones], [Rain Dogs](1985), [Frank’s Wild Years](1987) 중 첫 번째 앨범이다. 그의 중반기 대표작인 이 세 작품들은 1992년작 [Bone Machine]을 중심으로 한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 록적인 필(feel)이나 데뷔 앨범 [Closing Time](1973)을 중심으로 한 컨트리와 블루스 필(feel)이 적절히 섞여, 그나마 톰 웨이츠 음악으로 가장 잘 알려진 스타일(영화 [접속]에서 흐르던 “Yesterday Is Here” 같은)을 완성해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본작 [Swordfishtrombones]는 전체가 한편의 시처럼 운율을 타고 흐르는 구성으로 그의 수많은 앨범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걸작이다. 거친 기타만큼이나 듣는 이의 감정선을 긁어대는 보컬이 선명한 첫 곡 “Underground”에서 그의 음악 중 하나의 전형인 발라드 곡 “Johnsburg, Illinois”, “In The Neighborhood”, “Soldier’s Things”, 중간 중간 적절하게 감정이입을 조절하며 앨범전체의 느낌을 유지시키는 연주곡 “Dave The Butcher”, “Just Another Sucker On The Vine”, “Rainbirds”까지 음반 전체가 개별 곡으로 나뉜다는 느낌보다는 운율을 타고 흐르듯 하나의 컨셉트와 느낌을 전달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 곡 “Swordfishtrombones”는 적절한 긴장과 여유가 공존하며 묘한 낭만을 전해주며, 그의 곡 구성과 프로듀싱 능력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렇게 그의 음악은 장르적 구분이나, 특정 스타일로도 고정하기 힘든 그만의 고유한 정서와 느낌으로 가득하다. 톰 웨이츠 음악의 주요한 한 축을 이루는 가사에서도 그는 일관된 정서를 전해준다. 어두운 미국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고 있는 그의 가사는 현대 사회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는 군상들의 운명에 대한 따뜻한 냉소이기도 하며, 폐쇄적인 내면을 내밀하게 드러내는 그의 음성은 만취와 실연의 늪 앞에 선 좌절한 마초의 노래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음악은 맥주한잔과 함께 듣기엔 많이 버겁고, 차창 밖 풍경과 함께 즐기기엔 너무 어둡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모르고 지나기에 우리의 일상은 너무 진부하며, 그의 음악이 던져주는 각성과 마취가 언제든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가 변하지 않는 한 라이센스된 그의 음성을 듣기는 앞으로도 어렵겠지만, 그의 음악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음악은 세상을 흐르고 있다. 20010430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9/10 수록곡 1. Underground 2. Shore Leave 3. Dave The Butcher (instrumental) 4. Johnsburg, Illinois 5. 16 Shells From A Thirty-Ought Six 6. Town With No Cheer 7. In the Neighborhood 8. Just Another Sucker On The Vine (instrumental) 9. Frank’s Wild Years 10. Swordfishtrombones 11. Down, Down, Down 12. Soldier’s Things 13. Gin Soaked Boy 14. Trouble’s Braids 15. Rainbirds (instrumental) 관련 글 Tom Waits [Mule Variations] 리뷰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Tom Waits 공식 사이트 http://www.officialtomwai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