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Brainfreeze]에 대한 글이 나간 후 독자들로부터 항의성(?) 메일들을 몇 통 받았다. 주된 내용은 [Brainfreeze]는 커녕 [Dark Days]조차도 지금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메일을 받은 후에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호주 등의 각종 도매 혹은 중고 음반 거래상을 살펴본 결과 [Dark Days]가 이미 대부분 ‘백 오더(back order)’ 상태에 들어가 있음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마존(Amazon)이나 씨디나우(CDNOW) 같은 대형 인터넷 씨디샵에는 아예 리스트에서조차 빠져 있었다.

물론 그 전에도 (특히 ‘베이 에리어 힙합 추천앨범’ 글이 나간 후) 한국에 있는 독자들로부터 온갖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메일들을 심심찮게 받았었는데,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이미 절판된 희귀 힙합 음반들을 찾느라 광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상당히 놀랐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절판된 음반이라 해도 상당수는 냅스터 등을 통해 최소한 엠피3 파일은 찾을 수가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 이런 음반이 아니더라도 현재 이 곳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음반도 특히 힙합의 경우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런 절판된 희귀 힙합 음반들까지 많은 이들이 찾아 헤매리라곤 전혀 예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소장하고 있는 1990년대에 발매된 힙합 앨범들 중에 현재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절판된 음반들을 추린 후에, 이중에서도 특히 각종 경매 사이트나 인터넷의 중고, 도매 음반상을 중심으로 힙합 매니아들이 유달리 찾아 헤매는 ‘힙합 클래식’ 9장을 골라 보았다. 이 중에는 개인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고생 끝에 찾아내어 거금을 주고 구입한 것도 있고, 의외로 헐값에 환호작약하면서 구입한 것도 있고, 발매 당시에 (별 생각 없이)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손쉽게 구입한 것도 있다. 이들 음반의 대부분은 물론 소위 말하는 ‘언더그라운드 클래식’이다.

일단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음반들은 싱글이나 EP가 아닌 정규 앨범들 중에 고른 것이다. 가령 [Dark Days]처럼, 특히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싱글 음반은 워낙 적게 찍어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불과 두세 달만에 절판되어 ‘인스턴트 클래식(instant classic)’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불과 4불을 주고 구입했던 이 싱글 씨디가 지금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 최소 20불 안팎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사실 기쁨에 겨워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지어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팔리던 본 썩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Tha Crossroads] 같은 대중적인 싱글 앨범도 지금은 이베이에서 많은 이들이 혈안이 되어 찾아 헤매는 품목이 되었다. 그러니 이런 싱글 앨범들까지 모두 소개하는 것은 실로 난감한 일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소위 말하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올드스쿨 힙합 명반들도 제외하였다. 사실 초기의 힙합 클래식 앨범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로 속속들이 디지털화되어 재발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나 그랜드마스터 플래쉬(Grandmaster Flash)의 앨범을 못 찾아서 헤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의 음반들 중에 시기적으로나 기타 여러 문제로 인해 지금 재발매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의외로 더 많다. 물론 많은 이들이 여전히 찾아 헤매는, 가령 [Street Sounds Electro](이 컴필레이션 앨범 시리즈는 1980년대를 관통하며 총 15장이 발매되었다)나 MC Shan의 [Down By Law](1987) 같은 절판된 올드스쿨 클래식들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이런 음반들에 대한 소개는 일단 다음 유에스 라인으로 미루고자 한다. (앨범의 소개 순서는 연도별 역순임.)

전술했듯이, 심지어 현재 미국의 대형 레코드 가게에서 쌓아놓고 팔고 있는 힙합 음반들 중에도 인터넷 음반상을 거치지 않고서는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음반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안다. 특히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반의 경우에는 정말 어렵사리 음반 구입과 관련 정보 수집이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런 경향의 앨범 중에서 하물며 절판된 음반들을 소개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리하고 배부른(?) 소개를 강행한 것은, 단순히 소수의 열혈 독자들의 이런 음반들에 대한 정보의 욕구를 채워주려는 의도만은 아니었음을 끝으로 덧붙인다. 그보다는, 너무도 한정된 몇몇 음반들의 소비를 통해 힙합에 대한 담론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대비해, 실제로 많은 숨어 있는 (지금은 사라진) 힙합 명반들이 존재해 왔음을 알리고자 하는 욕심과, 한편으로 최소한 냅스터 등을 통해서라도 이런 음반들을 찾아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20010417 | 양재영 coct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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