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ggy – Hot Shot – MCA/유니버설, 2000 지각 히트한 팝-레게의 재미 먼저 이 앨범을 ‘새 앨범 리뷰’에서 소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변명을 늘어놔야 할 것이다. 2000년 8월 발매된 섀기(Shaggy)의 레게 앨범은 26주나 지나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집계방식이 바뀌면서 1위로 데뷔하는 앨범이 수두룩하게 된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레게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름 대목’을 노리는 게 일반적이라면, 섀기의 앨범은 여름 지나 가을을 견디고 겨울에 당당히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남의 나라, 차트 1위가 무슨 대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없지만, 어차피 남의 나라 음악을 듣는 데다가 대중음악에 있어서 취사선택의 기준 중 하나가 ‘차트’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어쨌든 ‘새 앨범 리뷰’에 올라온 직접적인 계기는 ‘차트 1위’를 기념하여 이 앨범이 보너스 트랙 한 곡과 뮤직 비디오를 추가해서 인핸스드 CD로 다시 포장되어 나온 데 기인한다.) 섀기는 스카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Oh Carolina”(1993)와 리바이스 광고와 함께 유명해진 “Boombastic”(1995)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아파치 인디언(Apache Indian)의 “Boom Shack-A-Lak”과 함께) 별표를 백 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레게 팝을 전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듣는 사람의 취향이 어떠하든 간에 한번 듣기만 하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노래를,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연달아 내놓았다는 사실은, 섀기가 만만치 않은 실력과 감각을 가진 뮤지션이라는 증거다. 이번 앨범에서도 CD를 넣자마자 스킵을 거듭하며 그런 핵폭탄 같은 곡이 없나 찾아보았다. 이번 앨범을 발매 반 년 후에 폭발할 ‘시한폭탄’으로 만든 그런 곡이야말로 첫 머리 몇십초만 들어도 느낌이 확 오는 곡일테니까. 요란하고도 촌스러운 레게 특유의 ‘싸구려’ 키보드 소리와 묵직한 덥(dub) 사운드를 담은 “Hot Shot”으로 시작하는 이 앨범에 대한 첫 인상은 전반적으로, 특히 프로듀스 그리고 코러스와 멜로디 라인에서, 팝-R&B를 많이 받아들였으며, 레게 프로듀싱의 장기를 살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차용하고 여러 샘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R&B의 작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Lonely Lover”, “Dance And Shout”처럼 오늘날의 재닛 잭슨(Janet Jackson)이 있게 한 R&B 프로듀서 잼 앤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 팀의 참여다. 그렇지만 두 곡은 앨범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식의 프로듀싱은 섀기의 심술꾸러기/장난꾸러기 같은 랩/댄스홀 스타일의 랩/토스트와는 잘 맞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고전적인 R&B 멜로디/코러스를 채용한 것이다. 주로 여성 보컬/코러스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라인을 깔아놓으면 섀기가 유유히 등장하여 낮은 목소리로 능청맞으면서도 여유롭게 중얼거리는 스타일이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It Wasn’t Me”, 재닛 잭슨과 듀엣을 이룬 “Luv Me, Luv Me” 같은 곡들이 그렇다. 하나의 문제는 섀기보다 여성 보컬/코러스가 더 돋보인다는 것인데, 앨범 전반적으로 보아도 여러 명의 손님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주섬주섬 챙기다보니 어쩔 수 없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Hey Love”는 중동풍(?)을, “Chica Bonita”는 라틴풍을 가미했는데, 개별 곡으로 보아서는 말초감각을 자극하는 괜찮은 곡들이지만 앨범 전체로 보아서는 초점을 잃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음악 스타일의 채용에 비해 샘플의 사용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Angel”은 주스 뉴튼(Juice Newton)의 노래로 유명한 60년대 팝의 고전 “Angel Of The Morning”을 차용하여 레게곡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레게로 옷을 갈아입었을 때 즐겁지 아니한 곡이 어디 있겠는가. “Dance And Shout”는 마이클 잭슨의 “Shake Your Body (Down To The Ground)”를 샘플링했다. 곡 자체로 봐서는 별로지만 ‘세부’로 봐서는 충분한 재미를 준다. 샘플 사용 방식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샘플링 송’ 같은 경향과는 뚜렷하게 차별적이다. 이 이외에도 스팬도 발레(Spandau Ballet)라든가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앨범에서 멜로디든 리듬이든 코러스든 가리지 않고 곳곳에 ‘죽여주는 훅(hook)’이 널려있다. 각각의 세세한 부분들로 섀기의 뛰어난 감각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곡 단위의 구성으로 본다면 설득력 있는 곡은 몇 곡 없다. 앨범 전체로 본다면 불만거리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역시 이런 음악은 앨범 차트보다는 싱글 차트와 궁합이 맞는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앨범 구성력 등등의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들을 수 있는(이런 음악 찾기가 그리 쉬운가),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지지 않은, 썩 괜찮은 팝-레게 음악을 폄하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20010415 | 이정엽 evol21@weppy.com 6/10 수록곡 1. Hot Shot 2. Lonely Lover 3. It Wasn’t Me 4. Freaky Girl 5. Leave it to Me 6. Angel 7. Hope 8. Keep’n It Real 9. Luv Me, Luv Me 10. Not Fair 11. Hey Love 12. Why Me Lord? 13. Joy You Bring 14. Chica Bonita 15. Dance And Shout 관련 글 디지틀 시대의 ‘월드 뮤직’ (4) – 덥과 댄스홀의 시대 – vol.2/no.5 [20000301] 디지틀 시대의 ‘월드 뮤직’ (3) – 스카, 록스테디, 레게 – vol.2/no.4 [20000216] 디지틀 시대의 ‘월드 뮤직’ (2) – 레게의 탄생 – vol.2/no.3 [20000201] 디지틀 시대의 ‘월드 뮤직’ (1) – 인트로 – vol.2/no.2 [20000116] 관련 사이트 Shaggy 공식 사이트 http://www.shaggyon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