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34데이슬리퍼(Daysleeper) – Ending Here – Maze, 2001

 

 

음울하고 서정적인 나른함

데이슬리퍼의 음악은 정적이다. 초기에는 동적인 면도 많이 있었고 강한 사운드도 꽤 있었으나, 현재 그들의 사운드는 정적이고 옅다. 잔잔한 물과도 같고, 그 떨림과도 같다. 이들의 공연에서 춤을 추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광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을) 이해시키고 싶지도 않다. 다만 소수라도 이러한 감성을 같이 느끼고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음울하고 서정적인 1990년대의 느낌을 갖고 있지만 독특한 위트와 세상 다 지겹다는 듯한 나른함도 섞여 있다. 그 나른함은 음울함이라기보단 자연스러움에 가깝다.

데이슬리퍼의 음악은 노이즈 팝, 드림 팝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음악적인 뿌리는 매우 다양하다. 위저(Weezer), 페이브먼트(Pavement), 소닉 유스(Sonic Youth), 블러(Blur), 일스(Eels), 고메즈(Gomez) 등을 공히 거론하지만, 너바나(Nirvana), 루 리드(Lou Reed), 산울림의 느낌도 있다. 또한 사운드나 편곡에서 슈게이징(shoegazing)과 포크적인 연주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가사는 거의 영어로 쓰여져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여 스스로의 음악을 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영어의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영어로 노래를 하는지 한국어로 노래를 하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물론, 이들의 의도는 보컬이 전체 음악에 흡수되어서 더욱 몽롱한 느낌을 연출하려는 것도 같지만 몽롱한 느낌은 한국어로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수록곡 “Today Again Today”가 이들의 색깔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그런데 별로 독특함이 없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가한 일요일, 낮잠을 늘어지게 잔 뒤 따뜻한 햇살이 내비치는 침대에서 차가워진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외로움을 음미하는 느낌과 아주 잘 맞는 곡이다.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잠스러워질 것이고, 더욱 코믹해 갈 것이다. 그것이 솔직해지는 길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들이 솔직해지는 길이기는 해도 과연 대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생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10330 | 정소현 cream0201@hanmail.net

4/10

수록곡
1. Ending Here
2. Today Again Today
3. Ending Here (in club)
4. 유리병

관련 사이트
데이슬리퍼 공식 사이트
http://www.dayzz.net
데이슬리퍼 팬 사이트
http://home.postech.ac.kr/~gaseum/day/index.htm
레이블 Maze 공식 사이트
http://www.maze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