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 – 야간 비행 – LG미디어, 1995 / Musikdorf, 2001 재발매 기타리스트의 야간 비행, 네 번째 기타 그림 “어렸을 때 하던 만화영화 있죠,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고. 거기에 나오는 대마왕의 부하 버섯돌이는 무슨 꿈을 꾸며 잠들까 생각하다 만든 노래가 “꼬마버섯의 꿈”이예요. 처음에는 제목을 “버섯동자의 꿈”으로 붙였는데 주위에서 장난 하냐고 하기에…..” 지난 3월 21일 LG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콘서트에서 이병우 스스로 밝힌 “꼬마버섯의 꿈”에 얽힌 사연은 이러했다. 물론 이날의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버섯돌이의 꿈을 서정적이고 고요하게 지어내는 그의 소박한 마음은 그의 음악적 지향성이 어느 특정한 분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즉, 그가 ‘한국의 팻 메스니’로 불린다거나,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거나, 열 한 줄의 기타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내성적인 음악의 원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마치 손을 뻗으면 흠뻑 묻을 것만 같은 샘물 같은 감성적 질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이병우가 1994년 빈 국립 음대 기타과를 졸업한 후 귀국하여 발매한 4집 [야간 비행]은 3집 [생각 없는 생각]에 비해 악기 구성이나 기교 면에서 기타가 주도적이지 않기에 사뭇 싱거울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음반에 드는 애착은 낱개로 분리되는 소리가 아닌, 적재적소와 상호보완에서 이루어지는 큰 덩이의 효율 덕분이다. 머리로 만드는 음악과 가슴으로 느껴지는 음악의 차이라고나 할까. 부연하자면 실력의 과시욕을 주체못해 어느 곳에서나 들쭉날쭉 솔로 플레이를 벌이며 음을 남발하는 여느 기타리스트와 달리, 그는 하나의 곡을 위해 자신을 숨기고 그 이미지에 차분히 다가서는 식으로 음악을 펼친다. 물론 수록된 일곱 곡이 모두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전반부 네 곡은 자작곡이고 후반부 세 곡은 류트 주자로 널리 알려진 존 다울랜드(John Dowland) 곡의 라이브 커버인데, 이는 LP의 A면과 B면처럼 구분된 것으로 느끼면 될 것이다. 제목을 보면 연상되듯이, 이 음반의 타이틀 곡이자 약 11분 가량의 긴 곡인 “야간 비행”은 저녁놀이 지는 사막을 쓸쓸히 가로지르는 방랑자의 심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묶여있는 모두를 비유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 곡은 시간상으로 따지면 ‘대곡’으로 부를 법하나, 대곡이란 명칭만으로는 어색한 측면도 없지 않다. 관조적인 느낌이 지배적인 전반부를 지나 점차로 상승하는 기운 속에 각각의 악기가 일정의 소절을 번갈아 반복해갈 때 즈음이면, 청자는 그 속에 몰입되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 곡이 주는 심상은 비행하며 주변의 정경이 하나씩 바뀌는 동안 주변 자연물과 융합하는 것과 같다(상상의 나래를 더 펼치면, 이는 생 텍쥐페리가 비행 중 돌아오지 않았던 이유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가 인간이기를 거부한 이유를 들려줄 것만 같다). 그의 ‘기타 그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슬라이드 연주가 일품인 “눈이 와요”에서 흰색의 물감을 풀어헤친다. 단촐하게 피아노와의 합주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함박눈이 내린 후 오후의 강렬한 햇발을 받으며 솟아오르는 아지랑이의 이미지를 그려주는 듯하다. 생 텍쥐페리는 [야간 비행]을 쓰면서 “이번에는 야간 비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나만의 내밀한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밤에 관한 책이다”라고 고백했는데, 수록곡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의 내밀한 의미를 살피자면 이병우가 어떤 자세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에 촉촉이 스며드는 단비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 아닐는지, 그러기 위해 여전히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을 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때문에 그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은 아련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20010410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6/10 수록곡 1. 꼬마버섯의 꿈 2. 야간 비행 3.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4. 눈이 와요 5. Mr. Dowland’s Midnight 6. Lachrimae 7. Fantasie 관련 사이트 이병우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리뷰 – vol.3/no.8 [20010416] 어떤 날 [1960, 1965] 리뷰 – vol.3/no.8 [20010416] 관련 사이트 Musikdorf 레이블 사이트 http://www.musikdorf.com 어떤 날 팬 사이트 http://mpeg.snu.ac.kr/~jiyang/etn/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