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16081848-silviorodriguezSilvio Rodriguez – Cuba Classics 1: Canciones Urgentes – Luaka Bop/Warner Bros., 1991

 

 

정치적으로 올바른, 음악적으로 아름다운 꾸바 팝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 워너 브라더스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월드 뮤직 전문 레이블 루아카 밥(Luaka Bop)의 ‘Cuba Classics’ 시리즈 1탄으로 나온 음반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 장르일 경우 컴필레이션 음반의 형식을 취하여 일종의 ‘샘플러’ 역할을 하기 마련이지만 이 음반은 한 명의 아티스트의 ‘베스트 음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은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다. 음반이 나오는 시점에서 미국 등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중남미 지역에서는 이미 수퍼스타였던 인물이다. 특히 강력한 좌파 세력을 가진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실비오 로드리게스는 수만명을 모아놓고 경기장에서 공연을 갖는 인물이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말하자면 실비오 로드리게스는 빠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es), 노엘 니촐라(Noel Nicola)와 더불어 이른바 ‘누에바 뜨로바’에 속한다.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다른 나라의 음악인들처럼 그의 음악도 노래이자 시(詩)이다(한 관찰자는 꾸바의 누에바 뜨로바의 핵심인물들을 “청바지를 입고 기괴한 노래를 부르는 일군의 반(半)히피”로 묘사한 바 있다). 이런 시인으로서의 면모는 그의 초기 대표작인 [Unicornio](1976, Maybe)에서 잘 드러난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으로 연주하는 소박한 음악에 가녀리지만 날카로운 무언가를 가진 목소리는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무언가 할 말이 많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한 그의 경력의 중기에 해당되는 [Causas y Azares](1986)에서는 오케스트라 편성에 각종 퍼커션까지 추가하여 리듬감이 보다 강한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베스트 음반은 이런 두 면모를 모두 보여준다. 처음 두 트랙은 재지한 편곡을 통해 멜로디와 리듬을 모두 살린 “Sueno de una Noche de Verano(한 여름밤의 꿈)”와 “Causas Y Azares”로 장식된다.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어쿠스틱 기타와 관악기가 어우러지고, 베이스 기타는 (리듬이 아니라) 멜로디를 연주하고,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가늘지만 힘찬 목소리가 전체를 조율해 간다. 뒷부분에도 이런 스타일의 곡들은 보다 선동적인, 그렇지만 서정성을 잃지 않은 “Cancion Urgente para Nicaragua”등에서 몇 개 더 들어볼 수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메르체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노래로 더 유명한 “La Maza(망치)”와 “Playa Giron” 등이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의 반주로 비장하게 연주(혹은 낭송)된다. 3절의 형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실존을 묻고 있는 “Playa Giron”은 ‘감히’ 밥 딜런(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에 비견할 만한 곡이다. “어떤 유형의 형용사를 사용해야 하는가…. 센티멘털하게 만들지 않고 / 아방가르드하게 만들기 위해서, 정치선전처럼 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가사는 그의 음악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임과 동시에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해 준다. 비슷한 스타일의 초기 대표곡인 “Unicornio”는 이 음반에서는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다(이런 곡들을 들으면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음악이 ‘하덕규 같아서 좋다’고 말할 사람이 꽤 있을 듯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O Melancolia”는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독특한 ‘팝’이 쿠바의 민속음악, 비틀스와 밥 딜런 등의 영미 팝 뿐만 아니라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에도 빚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무리하면서 한 마디. ‘아르헨티나의 가장 혁신적 밴드’로 평가되는 로스 파불로소스 까딜락스(Los Fabulosos Cadillacs)의 플라비오 치안치아룰로(Flavio Cianciarulo)는 “(라틴 아메리카의) 교조적 좌파들은 실비오 로드리게스냐, 데이비드 보위냐라는 식의 그릇된 이분법을 가지고 있었다”([New York Times], 2000. 8. 6)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록 밴드들은 심사숙고 끝에 양자 모두를 취사선택했다. 저 말을 ‘민중가요’와 ‘팝 음악’으로 의역한다면, 지금 여기에서 조금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 시대가 지났다고 해도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만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의 분별이 필요하다고(속마음: 아님 됐고). 20010412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Sueno de una Noche de Verano
2. Causas y Azares
3. Como Esperando Abril
4. Playa Giron
5. Canto Arena
6. La Maza
7. Cancion Urgente Para Nicaragua
8. Sueno con Serpientes
9. Unicornio
10. Nuestro Tema
11. No Hacen Falta Alas
12. O Melancolia

관련 글
Various Artists [Cuba Classics 2: Dancing with the Enemy] 리뷰 – vol.3/no.8 [20010416]

관련 사이트
Luaka Bop 레이블 공식 사이트 내의 앨범 소개
http://www.luakabop.com/cuba_classics/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