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e Matthews Band – Everyday – RCA/BMG, 2001 미국 루츠 록은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는가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게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거의 국민 가수/밴드 수준이지만, 미국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 그 인기를 실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메탈리카와 동등한 수준의 공연 수입을 올리는 거물 밴드이지만, 그 밖의 나라에서는 별로 재미를 못 보는 편이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상대적’이란 말을 쓰지 않더라도 보잘 것 없는 정도이다. 이는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음악이 미국의 전통적 음악들, 이른 바 루츠(roots)로 지칭되는 음악들을 뒤섞은 것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음악은 포크/컨트리라든지 (서던 록을 포함해) 1960-70년대 아메리칸 록 등의 복고적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데이브 매튜스 밴드를 후티 앤 더 블로 피쉬(Hootie & The Blowfish)과(科)의 아메리칸 루츠 록 밴드라고 한 마디로 규정하면 되는 걸까. 이들의 음악 속에 묻어 있는 잼 세션 록, 퓨전 재즈, (미미하지만) 아트 록의 색채를 간과할 수 없다(색서포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정규 멤버로 있다). 더불어 이들의 음악에는 멤버들의 다문화적 취향이 맞물려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데이브 매튜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피쉬(Phish),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매치박스 20(Matchbox 20), 폴 사이먼(Paul Simon), 스팅(Sting), 펄 잼(Pearl Jam) 등 여러 성향의 뮤지션/밴드가 떠오르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Everyday]는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스튜디오 정규 4집이다. 1991년 버지니아주 샬로츠빌(Charlottesville)에서 결성되어 올해로 결성 10주년을 맞은 이들은 끊임없는 투어와 1990년대 음악계의 복고적 풍조(루츠 록 열풍도 그 중 하나)에 힘입어 스타디움 투어를 매진시키는 거물의 위치에 있다. 이들은 음반에 담긴 음악보다는 라이브 연주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다. 데뷔 앨범이 라이브 앨범이고, 총 8장의 발표 앨범 중 절반이 라이브 앨범이라는 특이한 디스코그래피는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전작 [Before These Crowded Streets](1998)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스튜디오 음반인 이 음반은 전작과 비교해 단순하고 간결해졌다는 인상을 준다. 우선 곡 길이가 짧아졌다. 4분 안팎의 곡 길이는 일반적으로 볼 때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지만,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곡이라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5분에 못 미치는 곡이 인트로 격인 “Pantala Naga Pampa” 하나뿐이었던 전작에 견주어 보면 더 그렇다. 또 복잡한 구성을 보이거나 즉흥적 모티브를 밀고 나가는 곡도 거의 없다. 어떤 곡을 예로 들어 특이한 점을 묘사할만한 곡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곡들은 ‘<버스-코러스> 구조에 3-4분 길이의 곡’이란 주류 팝/록 음악의 원칙에 충실하다. 물론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와 데이브 매튜스의 비음 섞인 보컬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왠지 한번 걸러진 듯한, 혹은 잘 포장된 듯한 인상을 준다. 첫 싱글 커트된(올 1월 냅스터를 통해 다른 버전으로 사전 공개한) “I Did It”은 다소 거친 질감과 그루브를 주지만 이것은 건들거리는 보컬과 코러스의 확실한 훅에 묻힌다. “Fool To Think”는 구성진 색소폰과 긴장감 있는 바이올린이 인상적인 연가이지만 이들만의 특색 있는 사운드로 보기엔 부족하며, 이국적이고 주술적인 “What You Are”는 전작의 “The Last Stop”이나 “Don’t Drink The Water”에 비하면 밋밋한 편이다. 품앗이 차원에서 까를로스 산타나가 게스트로 참여한 라틴 냄새 그윽한 “Mother Father”는 산타나의 [Supernatural](1999)에 담긴 곡들의 재판(再版)같은 느낌을 준다. 그와 같은 음반의 성향은 새로 프로듀서로 가세한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글렌 발라드는 대체로 대중적이고 성인 취향의 팝/록적인 곡과 음반을 만드는 데 귀재로 알려져 있다(꼭 팝 뮤지션들의 음반에만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폴라 압둘(Paula Abdul),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 윌슨 필립스(Wilson Phillips), 모팻츠(The Moffatts), 노 다웃(No Doubt) 등의 음반에 참여하거나 프로듀서를 맡아 이름을 날렸는데, 결정적으로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블록버스터 앨범 [Jagged Little Pill](1995)에 작곡, 프로듀서, 프로그래밍 등으로 참여해 명성을 굳힌 인물이다. 글렌 발라드는 [Everyday]의 프로듀서일 뿐 아니라, 데이브 매튜스와 공동으로 모든 곡을 만든 작곡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메이저 데뷔 시절부터 계속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가 이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이기는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이 음반은 원래 스티브 릴리화이트의 프로듀싱으로 음반 녹음이 진행되다가 중단하고 글렌 발라드를 영입해 장소를 옮겨 거의 새로 녹음 작업을 하다시피 해서 완성되었다). 꼭 글렌 발라드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이 음반이 자유분방함과 즉흥성이 줄어들고 모나지 않은 질감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참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음반은 지난 2월 27일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앨범 차트(3월 17일자) 1위에 올라 2주간 정상을 유지했다. 사운드스캔에 의하면 이 음반은 첫 1주일간 732,000장이 팔렸는데, 이는 올해 발매된 다른 어떤 음반의 첫 주 판매량보다 많은 것이며 이들의 지난 음반들(의 첫 주 판매량)에 비해서도 훨씬 앞서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화제작이 적은 때이기는 했지만, 차트 2위를 기록한 섀기(Shaggy)의 [Hotshot]의 269,000장에 비해 압도적이다. 난산 끝에 나온, 3년만의 신보란 점을 감안해도 이 음반은 꽤 성공적인 첫 발을 디딘 것으로 볼 수 있다. 음반이 상업적인 성공 궤도에 오른 것과는 달리, 음악적인 평가에 있어서 우호적인 노선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르로이 무어(Leroi Moore)의 색서폰과 보이드 틴슬리(Boyd Tinsley)의 바이올린은 어디로 갔는가’라든지 ‘라이브에서 들려주던 즉흥적인 연주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목소리는 과장이 아니다. ‘데이브 매튜스의 실패한 솔로 음반 같다’는 평이 지나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데이브 매튜스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연주가 ‘반주’처럼 들리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 음반에서 가장 서정적으로 뛰어난 순간을 제공하는 발라드 “The Space Between”도 데뷔 시절의 “Satellite”의 감동을 잇기보다는 감상적인 말랑함이 엿보인다. 사실 일반적인 기준에서 이 음반은 괜찮은 음반이다. 여러 장르가 무난하게 뒤섞여 공존하고 데이브 매튜스의 무르익은 다채로운 표현력도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음반으로서는, 글쎄다. 이들의 절충주의가 주류적인 무난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스친다. ‘이 음반에 만족하지 못한 팬의 느낌은 U2의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에 불만이었던 U2 팬의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20010329 | 이용우 djpink@hanmail.net 6/10 수록곡 1. I Did It 2. When The World Ends 3. The Space Between 4. Dreams of Our Fathers 5. So Right 6. If I Had It All 7. What You Are 8. Angel 9. Fool To Think 10. Sleep To Dream Her 11. Mother Father 12. Everyday 관련 글 데이브 매튜스 밴드, 냅스터에 먼저 신곡 발표 – vol.3/no.2 [20010116] Santana, [Supernatural] 리뷰 – vol.1/no.3 [19990916] 관련 사이트 Dave Matthews Band 공식 사이트 http://www.davematthews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