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ho Valdes –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 Blue Note, 2000 라틴 열풍 속에서 건져낸 진짜 꾸바 재즈 30년 넘게 꾸바 재즈 피아니스트를 대변해온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음악이 꾸바 이외의 지역에 그나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이었던 1991년 솔로 앨범 [Solo Piano]부터이며, 20여 년간의 이전 음악들은 그가 리더였던 ‘꾸바 재즈 드림팀’ 이라께레(Irakere)의 음악에서나 확인 할 수 있을 뿐, 어디서도 그의 음악과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열린 200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라틴 재즈’ 부문 상을 받았다니 세계를 휩쓸고 있는 꾸바 음악 열풍은 아직 진행중인가 보다. 꾸바의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추초 발데스는 3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16세 되던 해에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는 등 일찌감치 그 천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그후 그는 꾸바를 대표하는 몇 개의 밴드를 결성하여 리더로 활약했다. 그 중에는 1973년에 결성되어 현재까지 활동중인 유명한 라틴 재즈 밴드 이라께레도 포함되는데, 이 밴드에는 아르뚜로 산도발(Arturo Sandoval)이나 빠끼또 드리베라(Paquito D’Rivera) 등과 같은 뮤지션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꾸바 음악 열풍을 몰고 온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의 음악으로 어느덧 꾸바 음악의 전부가 되어버린 듯한 손(son)이나 단손(danzon)같은 음악이 꾸바 대중음악을 잘 나타낸다면, 그보다 좀더 전통적인 재즈의 어법에 충실한 대표적인 밴드가 바로 이라께레이며, 이는 꾸바 음악을 설명하는데 빠져서는 안될 밴드이다. ‘아프로쿠반 재즈(Afro-Cuban Jazz)’는 ‘아프리카의 정열(리듬)과 남미의 관능(정서)이 만난 것’이란 표현처럼, 일반적으로 남미와 아프리카의 음악 요소들이 ‘즉흥성’이라는 재즈의 바운더리 안에 녹아든 음악을 이야기한다. 아프로쿠반 재즈는 라틴 재즈, 꾸바 재즈라는 말과 동일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라틴 재즈는 보사노바나 브라질리언 재즈, 그 외 다양한 라틴 음악적 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한 것들까지 포함하는 보다 넓은 범주로 이해하는 것이 좋으며, 꾸바 재즈 또한 훨씬 다양한 범위를 포괄한다. 예컨대 그 유명한 곤잘로 루발까바(Gonzalo Rubalcaba)의 음악은 단순히 꾸바 음악에 재즈를 도입하거나 비밥에 남미 리듬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꾸바 현상을 타고 라이선스 발매된 꾸바 재즈 뮤지션 오마르 소사(Omar Sosa)의 음악은 좀더 흑인 음악의 뿌리에 다가선 음악을 들려주는 등 최근 들어 꾸바 재즈 뮤지션들의 다양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거칠지만, 앞의 설명처럼 아프로쿠반 재즈와 라틴 재즈, 꾸바 재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며 여기 소개하는 추초 발데스는 가장 유연하게 그 영역을 넘나드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그의 음악은 초기 재즈 피아노에서 비밥에 이르는 전통적인 재즈 연주기법 속에서 꾸바 민속음악의 고유한 리듬과 단손(danzon)의 영향이 분명한 경쾌하고 힘있는 타건, 라틴 특유의 낭만적인 멜로디가 섞인 독특한 그만의 연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1999년 4월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에서의 라이브를 담은 [Live At The Village Vanguard](2000)는 앞서 말했듯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라틴 재즈’ 부문 상을 받은 음반이다. 세계적인 흐름인 라틴 음악 열풍이 한 몫을 한 듯하지만, 그동안 그가 이루어 낸 음악적 성과를 돌아보면 오히려 그런 주목은 너무 늦은 감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음악임을 발견하게 된다.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낯설지만 ‘친근함’이나,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라틴 재즈(보사노바 같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련한 ‘낭만’도 발견하기 힘든 전통적인 비밥 스타일의 연주에 가깝다. 첫곡 “Anabis”에서부터 그의 연주는 하드밥(hard bop)이나 포스트밥(post-bop) 시절에 세실 테일러(Cecil Taylor), 맥코이 타이너(McCoy Tyner)가 들려주던 강한 타건으로 청중을 압도한다. 물론, 콩가(conga)나 트랩 드럼(trap drum) 같은 악기가 이 음악이 라틴 재즈라는 사실을 주지시켜주긴 하지만, 이런 성향은 “Punto Cubano”나 버드 파웰(Bud Powell)에게 헌정하는 “To Bud Powell” 등 음반 전체에서 꾸준히 드러난다. 물론 모든 곡이 이렇게 쉽지 않은 비밥 피아노로 일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손 리듬으로 새롭게 해석한 앨범의 백미 “My Funny Valentine”이 있고, 영화음악 같은 앵콜 송으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Lorraine’s Habanera”의 낭만도 있다. 정통 재즈의 팬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는지 라틴(꾸바) 재즈의 향취보다는 좀더 전통적인 어법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앨범이다. 하긴 그런 점이 보수적인 그래미의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라틴 재즈 = 보사노바’라는 오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 실망스러운 음악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면 전통적인 재즈 어법 위에 자연스레 깃들여진 라틴(꾸바) 음악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으며, 새롭지 않더라도 30년이 넘도록 꾸바 재즈의 대명사로 불리며 정력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그의 성실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20010329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6/10 참고로 43회 그래미 어워드의 재즈부문 수상작을 정리해 본다. 팻 메쓰니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낯선 이름이 많겠지만 재즈라는 장르가 다른 대중음악 장르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43회 그래미 어워드 재즈 부문 수상작 Best Contemporary Jazz Album – Bela Fleck & The Flecktones [Outbound] Best Jazz Vocal Album – Dianne Reeves [In The Moment: Live In concert] Best Jazz Instrumental Album – Pat Metheny [Trio 99>00] Best Jazz Instrumental Album, Individual or Group – Branford Marsalis [Comtemporary Jazz] Best Large Jazz Ensemble Album – Joe Lovano [52nd Street Themes] Best Latin Jazz Album – Chucho Valdes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수록곡 1. Anabis 2. Son XXI(Para Pia) 3. Punto Cubano 4. My Funny Valentine 5. To Bud Powell 6. Drume Negrita 7. Como Traigo La Yuca 8. Ponle La Clave 9. Encore: Lorraine’s Habanera 관련 사이트 Blue Note 레이블 내에 있는 Chucho Valdes 사이트 http://www.bluenote.com/Bio.html?ArtistID=3570 AfroCubaWeb에 있는 Chocho Valdes 페이지 http://afrocubaweb.com/chucho.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