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올러 튠즈(Areola Tunes) – Catholic Alcoholic – Balloon And Needle, 2001 용감무쌍하고 작위적인 음악이 주는 ‘역설적’ 참신함 만약 음악이 개인 내면의 배설에 치중하는 거라면 이 앨범에 별 둘을 주겠다. 만약 음악이 ‘음악’보다 사회적 메시지에 충실한 거라면 별 셋은 주겠다. 만약 음악이 기존 음악과는 다른 유형의 폐곡선을 그린다면 별 넷은 줄 것이며, 만약 음악이 정점에 도달하려는 치열한 그 무엇을 느끼게 해준다면 기꺼이 별 다섯은 줄 것이다. 하지만 [Catholic Alcoholic]은 그 무엇에도 부합되지 못하는 바, 결국 어떤 점수도 줄 수 없다. 최저 예산의 홈 레코딩을 지향하고 로파이 정신에 입각해 수공업적으로 제작되는 인디 음반의 성격으로 볼 때, 이 음반을 보통의 레코드 숍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반적인 음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비적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로 별점의 의미는 다소 퇴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앨범 리뷰로 애리올러 튠즈(Areola Tunes)를 선정한 까닭은, 인큐베이터 속의 아기라고 무조건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희소가치에 의한 과대 포장이나 그 동안 쌓아올린 레이블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은 채, 모든 음악의 평가는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이번 기회에 증명되었으면 한다. 애리올러 튠즈는 노이즈 성향이 짙은 음악을 선보였던 애스트로노이즈(A(e)stronoise), 퓨어디지틀사일런스(Puredigitalsilence-약칭 PDS)와 동일한 레이블인 ‘벌룬 앤 니들(Balloon And Needle)’ 소속인데, 안토니오 엠(Antonio M)이라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이 홀로 작곡, 노래, 연주를 하지만 음악에 쓰인 악기는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면 노이지한 효과는 힘들 것이고, 사전 추측으로 요즘 유행하는 리리시즘의 포크 음악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갈한 통기타 음악은 아니고, 서럽도록 아름다운 니힐리즘의 음악은 ‘더더욱’ 아니며, 느리게 침전하는 몽환적 멜로디는 ‘더더더욱’ 아니니, 마치 기타를 처음 잡은 초짜 중학생처럼 연습곡의 범주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한마디로, 급조한 리듬이 사방으로 튀어 다닌다고나 할까. 친절하게도 앨범 속지에는 코드번호까지 적혀있는데, 굳이 의의를 두자면 ‘카피 레프트(copy left)’의 정신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번만은 이런 거짓말도 제쳐두고픈 이유는 억지스러운 리듬을 용감무쌍하게 몰고 가는 ‘무대뽀’ 정신 덕분이다. 그러한즉, 애초부터 음률이라는 것은 무시되고 작위적인 리듬은 기본적인 흐름으로부터 역행한다. 이는 즉석에서 흥얼거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데, 결국엔 긴 내용의 가사마저 노래에 미처 주워담지 못하고 만다. 이럴 경우 노래 제목에서 보듯 ‘음악’보다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노래 가사는 아래의 레이블 사이트를 방문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문화평론가 ‘참피욘’이라는 인물이 앨범 속지에 쓴 글을 보면, “Areola Tunes는 21세기 초엽의 한국사회가 아직은 터부시하고 있는 성적인 사각지대에 대해, 아니 사각지대에 대한 시각에 대해 과감히 ‘새(bird)’를 날리고 있다”라고 하지만, 오히려 사각지대 속에는 안토니오 엠 자신만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문학”이라는 회월 박영희의 말처럼, 이런 음악은 1980년대 운동권 음악의 또 다른 성적(性的) 발상에 지나지 않으며 그 표현 또한 고루하고 가식적이다. 따라서 다분히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화이트 선전’을 욕하지만 구체적 이유 없이 시니컬하게 보이는 태도는 겉멋에 중독된, 솔직함을 가장한 위증이며 위악이다. 연약하게 부르려고 꽤나 애쓰는 듯한 보컬은 가사 내용과 불균형을 이룬다. 가령 탤런트 황수정이 욕을 한다고 상상할 때 느껴지는 오르가즘이나 아이러니컬한 분위기 정도는 전달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런 언밸런스한 음악을 계속 듣는다는 것도 곤욕이다. 단지 ‘인디 음악’이라는 별칭이 어디서든지 면죄부의 능력을 발휘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어쨌든 소비자는 다른 앨범과 똑같은 값을 지불하니, 인디 음악을 맹신할 필요는 없으며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 이유도 없다. 이로써 오랜만에 ‘인디 음악’에 실망을 느끼는 그 기분은 참신하거니와, 인디 음악도 참신한 것만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참신하다. 그러고 보면 인디 음악은 어떤 식으로든 ‘참신함’을 준다. 그리고 애리올러 튠즈는 ‘참신함’을 전달했다는 점에서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20010327 | 신주희 tydtyd@hotmail.com 0/10 수록곡 1. 플라토닉 러브는 개나 주워 먹어라 2. 섹스 탬버린 3. 부비 트랩 4. 메이크업, 유산소 운동 그리고 펌프식 유방 성형기구 5. Antonio Machismo (Who I Am) 6. 남탕의 우울 7. 신부님 제 눈을 뽑아주세요 8. 선영아 나랑해 9. 펭귄조크 10. 교회 성가대에서 오르간 치는 아가씨 관련 사이트 레이블 Balloon And Needle http://www.balloonnneed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