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Comedy – A Short Album About Love – Setanta, 1997 / Apro C&C, 2000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사랑 노래(戀歌)의 멋진 향연 원래는 1997년 발렌타인 데이에 발매되었다고 하는 [A Short Album About Love]는 처음 발매될 당시에만 해도 분명히 제목처럼 ‘짧은(Short) 앨범’, 즉 일곱 곡이 수록되어 있는 EP였다. 처음부터 음반 자체를 소량으로 발매한 탓이었는지 몇 달 후 네 곡의 보너스 트랙이 추가된 음반으로 재발매되었고, 이 재발매 음반이 국내에 수입된 바 있다. 그런데 2000년 들어 뒤늦게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된 이 음반에는 무려 일곱 곡의 보너스 트랙이 추가되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식적으로 영국의 인기 밴드라면 일본에서 발매하는 음반에서나 보너스 트랙을 추가하곤 하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음반이 발매될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일단 이 문제의 보너스 트랙에 대해서는 잠시 후 살펴보기로 하자. 30인조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들어진 (오리지날 EP 수록곡인) 앞부분 일곱 곡은 한마디로 근래에 보기 드문 오케스트라 팝(orchestra pop)의 멋진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악기가 만들어내는 ‘꽉 찬’ 사운드는 넘칠 듯 하면서도 절대 넘쳐나지 않으며, 관악과 현악이 잘 어우러져 있는 편곡은 곡의 진행을 거스르는 경우가 거의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특히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을 맡은 닐 해넌(Neil Hannon)의 개성 있는 저음의 목소리는 당시 그가 즐겨 입던 정장 스타일의 복장과 더불어 깔끔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깔끔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는 오케스트라가 연출해내는 음반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음반의 제목에서도 예측할 수 있듯이 이 노래들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구애(求愛)’ 혹은 ‘영원한 사랑에 대한 약속’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대가 내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감당하기 어려운 지독한 행복을 느낍니다”(“In Pursuit Of Happiness”), “모든 사람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당신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네요”(“Everybody Knows (Except You)”), “만약 그대가 밤이라면 나는 낮에 잠자고, 그대가 낮이라면 나는 밤에 눈물을 흘리리”(“If…”). 이런 표현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소 진부하거나 과장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랑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는 이 남자의 ‘오버액션’이야말로 어쩌면 지극히 솔직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보너스 트랙이다. 이 일곱 곡들은 1996년에서 1999년 사이에 밴드가 발표한 싱글의 비사이드(b-side) 곡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서 음반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치고 있다. 보너스 트랙에서는 라이드(Ride)의 명곡 “Vapour Trail”이나,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의 “With Whom To Dance”, 크라프트베르크의(Kraftwerk)의 “Radioactivity”, 그리고 영화 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마이클 니만(Michael Nyman)의 “Miranda”(음반에는 “Mirands”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다) 등 유명 음악인들의 곡들을 커버한 것이 눈에 띤다. 하지만 이런 곡들은 대체로 원곡에는 충실한 편이긴 하나 디바인 코미디만의 개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Radioactivity”의 경우 원곡에 비해 확연하게 느려진 템포와 축 늘어지는 닐 해넌의 목소리로 인해 마치 기력이 쇠한 사람들이 겨우 연주해 낸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국내 음악 산업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음반이 예상을 뒤엎고 국내에서 발매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군더더기와도 같은 보너스 트랙으로 인해 음반이 그 빛을 잃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처음 일곱 곡만큼은 오직 디바인 코미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말 남부럽지 않은 당당한 사랑 노래들이라는 사실이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사랑 노래들?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그렇지만 당분간 이보다 근사한 오케스트라 팝을 만나보기는 힘들 것 같다. 20010327 | 정훈직 seattle1@chollian.net 7/10 수록곡 1. In Pursuit Of Happiness 2. Everybody Knows (Except You) 3. Someone 4. If… 5. If I Were You (I’d Be Through With Me) 6. Timewatching 7. I’m All You Need *Bonus Tracks 8. Vapour Trail 9. London Irish 10. Little Acts Of Kindness 11. With Whom To Dance 12. Birds Of Paradise Farm 13. Radioactivity 14. Miranda 관련 글 Divine Comedy [Regeneration] 리뷰 – vol.3/no.7 [20010401] 관련 사이트 Divine Comedy 공식 사이트 http://www.thedivinecome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