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15112755-newamsterdamsNew Amsterdams – Never You Mind – Vagrant/서울음반, 2000

 

 

유연하고 밝은 새드코어(sad-core)의 미학

씨임(Seam),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를 계기로 소수의 팬들을 중심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모코어(emo-core), 슬로코어(slow-core), 새드코어(sad-core)라는 장르는 빠르고 강렬한 리듬이 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장르이다. 물론 씨임과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음악 사이에는 제법 큰 간격이 있지만 느림, 단순함, 내성적인 가사, 침잠하는 사운드 등의 공통점을 가진다. 흔히, 펑크에서 위악적인 제스처를 제거한 것을 ‘이모코어’, 여기서 조금 더 느리고 단순한 편성을 취하면 ‘슬로코어’, 그것을 좀더 우울함으로 밀고 나가면 ‘새드코어’라 부른다(이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차이점보다는 더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 암스테르담스(New Amsterdams)는 미국 인디 씬의 새드코어의 최근 경향을 잘 보여주는 밴드이다.

앨범을 여는 순간 뉴 암스테르담스의 음악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00년 말 국내에도 발매되어 제법 호평을 받았던 유쾌한 펑크/이모코어 밴드 겟 업 키즈(The Get Up Kids)의 보컬리스트인 매튜 프라이어(Matthew Pryor)가 주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겟 업 키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단숨에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개성 뚜렷한 보컬). 겟 업 키즈의 전작 [Something To Write Home About]에 잘 드러나 있는 유연하고 명징한 멜로디는 가장 단순하고 느린 새드코어 장르인 이 앨범에도 어김없이 드러나며,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 같은 일반적인 새드코어 음악과 확연한 차이점을 갖게 한다. 어쿠스틱 기타 위주로 편성된 검소한 연주와 쓸쓸하게 단촐한 보컬 등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사이로 전해지는 멜로디는 유연하고 매끄러우며 아름답다.

흔히 이런 장르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쉽게 그 매력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은 이 앨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앨범 전체를 감싸는 것은 ‘느림’의 미학이지만, 그것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듣는 이를 쉽게 사로잡는 ‘훅(hook)’이 모든 곡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겟 업 키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McShame”이나 살랑거리는 셔플 리듬을 타고 흐르는 해먼드 오르간이 매력적인 “Make Me Change My Mind” 같은 곡에서 그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Every Double Life”나 “Goodbye”, “I Won’t Run Away”에서처럼 단순한 8비트 리듬에 기타 연주와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새드코어 곡도 있다. 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발견되는 정서는 분명 느리지만 ‘밝음’이며, 침잠과 독백보다는 삶과 음악에 대한 찬가 쪽에 가깝다. 위저(Weezer)가 부르는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라면 오버일까.

이렇게 느리지만 명쾌한 멜로디를 이들의 장점으로 뽑았지만, 그 때문에 이들의 음악이 외면당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듣기 편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상투적인 방법이 아닌 새로운 형식으로 진솔하게 자신의 음악을 전해주는 이 앨범이 낮은 평가를 받을 까닭은 거의 없을 듯하다. 너무 오래 느리고 침잠할 때, 이렇게 한번쯤은 밝은 표정으로 세상을 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20010313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Every Double Life
2. Lonely Hearts
3. Proceed With Caution
4. Slow Down
5. McShame
6. Goodbye
7. Idaho
8. Drama Queen
9. Make Me Change My Mind
10. When We Two Parted
11. Never Treat Others
12. I Won’t Run Away

관련 사이트
The Get Up Kids 공식 사이트
http://www.thegetupkid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