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28042334-OffspringOffspring – Conspiracy of One – Sony, 2000

 

 

어른이 되어 나타난 네오펑크의 선수

펑크는 스타일(style)일까, 태도(attitude)일까? 이 끝나지 않는 논쟁의 중심에 바로 오프스프링이 비웃듯이 서있다. 천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는 인기, 네오펑크(neo-punk)라는 장르의 대표자로 불리는 위치까지, 오프스프링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다른 많은 펑크 밴드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1989년 [The Offspring]으로 음반 데뷔했지만 무명의 인디 밴드에 불과하던 그들이 1994년 [Smash]를 통해 제목대로 5백만 장의 스매시 히트를 날린 역사를 지켜보다 보면 지금의 핌프 록의 부흥도 오프스프링, 그린 데이(Green Day), 랜시드(Rancid)가 수놓은 네오펑크의 전성기인 이때부터 준비되어 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Come out and Play”나 “What Happened to You?” 같은 곡들은 한국에도 많이 어필했고(후자는 TV 프로그램 [호기심 천국]의 주제가로 쓰였다), 펑크로 춤을 즐기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유쾌하기만 하던 오프스프링의 음악은 1998년 발표된 [Americana]에도 이어졌고, 2000년 말에 나온 이 음반 [Conspiracy of One]에도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음반은 그동안의 오프스프링의 음악과는 다른, 전면적이진 않지만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었다. ‘거칠기만 하면 OK’였던 모습에서 매끈한 그루브에 어색하지 않은 발라드, 드럼 루프의 사용까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통해 그 변화를 감지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드디어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즐기며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이 때문인가? 하여튼 좀 더 여유롭고, 풍성하며, 성숙해진 음악을 들고 나왔다.

[Conspiracy of One]은 크게 두 가지 경향, 즉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한 곡들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곡들로 나뉜다. 전자에 해당하는 곡들은 주로 전반부에 위치해 있다. 매끈한 펑크 훅(hook)을 보여주는 “Come out Swinging”, 전형적인 네오펑크 곡 “Want You Bad”, 1970년대 메탈 기타 리프를 펑크로 재구성해낸 “Million Miles Away” 같은 곡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후자에 속하는 곡들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던 훵키한 그루브를 선사하는 “Living in Chaos”가 대표적이다. 이는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펄 잼의 프로듀서였던 브렌던 오브라이언(Brendan O’Brien)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오프스프링 역사상 최초인 듯한 발라드 “Denial, Revisited”, 메탈리카의 곡에서 보던 서서히 상승하는 곡 전개를 가진 “Vultures” 등 오프스프링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을 만한 곡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를 변절이라고 이야기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자신들의 변화와 성숙을 스스로가 충분히 즐기고 있다면 말이다.

데뷔 초부터, 멀쩡한 중산층 가정 출신에 우수한 학업성적을 보였다는 이유로 펑크 정신에 대한 의심을 한 몸에 받아왔던 그들은 [Smash]의 엄청난 성공, 인디 레이블과의 결별과 메이저 레이블과의 계약, 점점 세련되어 가는 음악 등을 이유로 일부로부터 펑크 밴드 취급조차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음반에서 보여지듯이 음악만은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고품질을 보여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많던 펑크밴드들이 쉬 사라져버리고 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유연한 처세를 배신으로도 전략으로도 보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다.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구분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연한 성공’에 이어진 ‘주어진 자유’라는 혹평이 그들의 한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 굴레를 그들에게 온전히 씌우는 것 또한 다분히 편파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그런 생각들은 다 내려놓고 같이 ‘나가서 놀자’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펑크는 스타일일까, 태도일까? 20010226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6/10

수록곡
1. Intro
2. Come out Swinging
3. Original Prankster
4. Want You Bad
5. Million Miles Away
6. Dammit, I Changed Again
7. Living In Chaos
8. Special Delievery
9. One Fine Day
10. All Along
11. Denial, Revisted
12. Vultures
13. Conspiracy Of One

관련 사이트
오프스프링 공식 사이트
http://www.offspr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