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28035223-JeffBeckJeff Beck – You Had It Coming – Epic/Sony, 2001

 

 

그래도 땜장이 질은 계속된다

제프 벡(Jeff Beck)의 신작 [You Had It Coming]이 지난 2월 첫째 주에 발매되었다. 1944년 영국 태생인 제프 벡은 1965년 에릭 클랩튼의 후임으로 야드버즈(Yardbirds)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해왔다. 야드버즈를 지미 페이지에게 넘긴 후, 제프 벡 그룹을 결성해 블루스 하드 록의 전형을 확립한 [Truth](1968)를 비롯, [Beck-Ola](1969), [Rough And Ready](1971), [Jeff Beck Group](1972)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음반을 내놓았다. 블루스 하드 록의 개념을 한 차원 확장시킨 트리오 벡 보커트 앤 어피스(Beck Bogert & Appice)를 결성하여 잠시 활동한 이후 그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나섰는데, 록과 재즈의 독창적인 퓨전과 리듬 및 톤에 관한 탁월한 감각을 담은 [Blow by Blow](1975), [Wired](1976)를 발표하였다. 이후에도 그의 기타 여행은 계속되었는데, 비루투오소 테크니컬 아티스트 테리 바지오(Terry Bozzio), 토니 하이마스(Tony Hymas)와 함께 발표한 [Jeff Beck’s Guitar Shop](1989) 앨범 이후 잠시 주춤했던 그는 1999년 발표한 [Who Else!]에 대한 호평과 성공적인 월드 투어로 다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You Had It Coming]에서 제프 벡은 일렉트로닉적인 접근법을 수용해 미니멀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포장한다. 그는 테크노 비트와 같은 쪼개지는 기타의 셔플 리듬으로 대단히 밀도 높고 예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는 전작 [Who Else!]에서 이미 선보인 것이지만 이 음반에서 더욱 능숙하게 정제시킨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은 제프 벡의 1970년대 음악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지도 모르고, 신세대 기타 키드들에게도 어떤 지침서가 되기에도 무리가 있는 듯하다. 이 음반은 블루지하고 재지한 면이 거의 배제된 채, 섬세한 핑거링과 직선적인 심플한 기타 리프의 반복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음반을 반길 사람은 제프 벡의 골수 팬이거나 스티브 바이(Steve Vai),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 계열의 다소 변칙적인 ‘인스트루멘틀 퓨전 록’ 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일 것이다.

이 음반에서 제프 벡의 이전 앨범까지 들추게 만드는, 전작과의 음악적인 연관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다른 의미에서 연관성이 있다면, 블루스와 서정적인 연주곡 한두 곡씩은 반드시 삽입한다는 이전의 관례를 따르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이모젠 힙(Imogen Heap)의 흐느끼듯 중얼거리는 창법이 인상적인 블루스 고전 “Rollin’ And Tumblin'”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이국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Nadia”와 “Suspension”은 후자에 해당한다. 음반에는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연상시키는 “Earthquake”, 테크노 비트와 일렉트릭 기타가 서로 경쟁하듯 어우러진 “Loose Cannon”, 새 울음소리와 그에 못지 않은 영롱한 기타솔로를 비교해서 들려주는 “Blackbird”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음의 조율을 맡은 앤디 라이트(Andy Wright: 유리스믹스, KLF 등의 음반을 제작해온)의 프로그래밍,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이 돋보인다.

제프 벡 만큼 40년 가까운 음악 활동에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블루스, 하드 록, 재즈 등을 넘나들며 음악적인 열정을 펼친 이가 또 있을까. 하지만 그는 1990년대 초반 이후, 헤비메탈의 열기가 식고 펑크의 애티튜드가 록의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기타의 난해하고 현란한 테크닉이 구세대 것으로 취급받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노선을 택해야 했다. 어쩌면 이러한 흐름에서 제프 벡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일렉트로니카와의 접목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음반은 트렌드 따라가기 급급한, 조금은 안쓰러운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이 제프 벡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기타 필이 이전보다 더욱 농밀한 질감으로 살아있고, 일렉트로니카의 도입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응용과 재해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기타의 ‘연주’보다 ‘음악’이라는 대전제를 항상 머리 속에 그려왔고, 앞으로도 자기 담금질과 같은 땜장이 노릇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음반은 그가 앞으로 펼칠 음악 세계로 던지는 또 하나의 실험이자 모험이다. 20010224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6/10

수록곡
1. Earthquake
2. Roy’s Toy
3. Dirty Mind
4. Rollin’ And Tumblin’
5. Nadia
6. Loose Cannon
7. Rosebud
8. Left Hook
9. Blackbird
10. Suspension

관련 사이트
제프 벡 공식 사이트
http://www.jeffbeck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