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ized –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 Arista/BMG, 1997 약물 원심분리기 속 실연의 캐논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의 음악 미학은 주로 일렉트릭 기타와 신서사이저, 관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일정 소절을 무한 반복 재생함으로써 듣는 사람에게 중독성의 트랜스(drug-addicted trance)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신(前身) 스페이스멘 3(Spacemen 3) 시절부터 계승, 확장되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의 정점에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이 있다. 첫 트랙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미학을 가장 극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곡이다. 우주 유영 쇼의 개막(약물 제의?)을 알리는 여자 아나운서의 상실감에 푹 젖은 안내 멘트로 시작해, 실연과 낙오가 운명인 듯한 제이슨 피어스(Jason Pierce)의 여린 보컬, 키보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점진적으로 가세하고 음폭을 확장한다. 소절이 반복될 때마다 디지털 신호음이 삑삑거리고, 닐 암스트롱(“giant step”)에서 엘비스 프레슬리(“only fools rush in”)까지 재치 있게 끌어다 쓴 가사는 이채롭게 출렁인다. 캐논(Canon)을 포스트 록의 코드로 패러디한 구조미가 빛나는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격동적인 드럼 비트와 관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의 폭발이 현란한 ‘약물 선동가’인 “Come Together”로의 이어짐에서도 트랙의 치밀한 배치력이 엿보이는데 “Think I’m in Love”부터 각 트랙의 응집된 구조가 풀어 헤쳐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약물이 온 몸에 퍼져 들어가면서 우주를 유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반부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신서사이저+관현악+ 그레이터 런던 커뮤니티 가스펠 합창단(Greater London Community Gospel Choir)의 무한 루핑 위로 “나 사랑에 빠진 것같아/그냥 배가 고픈 거겠지/나 네 친구가 아닐까 싶어/그냥 외로운 거겠지”라는 식의 양립적인 댓구들을 배치한 가사 역시 뛰어난 구조미를 보여준다. 보다 소울적인 감성이 충만해 지는 “All of My Thoughts”와 “Stay With Me”를 지나 광증에 찬 환희로 질주하는 “Electricity”를 넘어서면, “Home of the brave”와 그 연장 트랙인 “The Individual”이 나오는데, 뒤의 두 트랙은 들을수록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여기에서 이들의 브라스 싸이키델리아 기타 드론(brass psychedelia guitar drone)의 경지는 가히 ‘생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까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환각에 의한 자아 분열의 극한을 상징하듯, 이 신경증적으로 자해하는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야 “Broken Heart”로 침잠할 수 있다. 이 단계는 전작 앨범 [Pure Phase](1995)와 동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가령 “Pure Phase”에서 스테레오 음폭의 강약 조절이 전부인 신서사이저의 지루한 동일 반복이 6분 이상 계속 되다가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인 “Spread Your Wings”로 접어드는 것이 비슷하다. 하이라이트 직전에 영원히 유보하는 듯한 오프닝 쇼랄까. 수축과 팽창을 효과 있게 오가는 이들의 음악적 센스를 포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위협이 아닌 위안을 위한 현악 파노라마를 들려주는 “Broken Heart”, 가장 가스펠 적인 “Cool Waves”로 다시금 부드럽게 오그라들다 느슨한 냉소적 분위기로 동일 소절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Cop Shoot Cop”으로 이들의 약물 유영기는 끝을 맺는다. ‘정키 낙오자의 실연 역정기’라 할만한 가사 역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내러티브적 진정성을 확립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제이슨 피어스의 유명한 실연담은 가십이 아닌 본 앨범을 위한 주석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 이 앨범의 성공과 함께 뒤따른 라이브 앨범인 [Royal Albert Hall October 10 1997](1998)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영화된(spiritualized) 집단 제의’는 단순한 라이브가 아닌 히피즘 공동체의 재현이라 여겨질 정도의 감동적인 울림을 준 기억이 있다. 분망하게 망가지는 것을 유일한 처세술로 삼는 낙오자들의 집단자위… 20010224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10/10 수록곡 1.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2. Come Together 3. I Think I’m in Love 4. All of My Thoughts 5. Stay With Me 6. Electricity 7. Home of the Brave 8. The Individual 9. Broken Heart 10. No God Only Religion 11. Cool Waves 12. Cop Shoot Cop 관련 사이트 아리스타 레이블의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사이트 http://www.aristarec.com/aristaweb/Spiritualized 스피리추얼라이즈드 비공식 사이트 http://www.no-fi.com/spiritualized http://www.angelfire.com/ca/spiritual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