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46주주클럽 – Fun Fun – 성화 엔터테인먼트/드림비트, 2000

 

 

도전보다는 안전을 택한 모듬 음악의 진부함

“핌프와 펑크도 좀 가미했어요” 모던 록 밴드 주주클럽이 2년 만에 4집 앨범을 발표했다. 1996년 “16/20” “나는 나” 등이 담긴 데뷔 앨범에서 보컬 주다인의 ‘꺾는’ 창법과 음향효과를 많이 사용한 특이한 편곡으로 ‘주류 가요계’에까지 반향을 몰고 왔던 주주클럽에게 한국에서 ‘모던 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내리는 것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1997년 2집의 “수필 러브”부터는 랩과 테크노 사운드를, 3집의 “1:1″에서는 스카 리듬을 들려주며 이들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국제적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돌이켜보면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삐삐밴드, 자우림과 더불어 ‘우먼 프론티드(woman-fronted) 모던 록 밴드’를 대중들에게 보다 가깝게 만들었다.

현 대중음악계에서 앨범의 발매주기가 평균 1년이라면,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주주클럽은 2년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들은 바로는 이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활동에 제동이 걸려 있었고, 이번 앨범은 직배사 출신 인물들이 모여 설립했다는 ‘성화 엔터테인먼트’와 새로 계약을 맺고 레코딩 작업을 했다.

이번 4집은 국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예전의 빠르고 경쾌한 모던 록 스타일에다 발라드나 소프트 록 등 대중친화적 요소를 더했다. 거기에 랩은 물론, R&B 창법까지 도입했다. 서태지가 컴백 아이템으로 잡았던 핌프 록의 요소까지 도입했다. 본인들 말로는 모던 록이 아니라 ‘모듬 록’이라나. 그런데 불행히도 이전과 같은 신선함도 주지 않는다. 이미 다른 밴드들이 써먹은 것들을 다시 반복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의 팬이라면 음반에서 무언가 유행의 첨단을 바랄 것이다. 아니면 과거의 스타일을 더욱 깊이있게 추구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

지난 앨범들에서 주주클럽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었다. 하나는 소녀 취향의 깜찍하고 발랄한 노래, 다른 하나는 거친 록 사운드와 거칠고 둔탁한 보컬.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들의 옛 색깔이 묻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잡아끄는 참신한 소리는 없는 듯하다. 그들이 활동을 잠시 접고 있는 동안 이들과 유사한 스타일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에 그들이 보여주었던 사운드에 대중들이 질린 것일까. 게다가 이전의 앨범보다 각각의 스타일이 명확하게 강조되지도 않은 듯하다. 오히려 두 가지 스타일이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상이한 두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 같다. 게다가 가사는 더 이상 ‘진보’가 없다. 멤버들의 나이가 많아진 것과는 반대로 정신은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의 주다인은 귀엽고 깜찍하면서 ‘엽기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깜찍하지는 않다. 그런데 가사와 음색은 여전하다. 깜찍하지 않은 보컬이 깜찍한 모습으로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안쓰럽기조차 하다.

이렇듯 이 앨범은 별다른 변화가 없고, 이전에 보였던 여러 가지 시도들을(예를 들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드코어적인 성향이랄지) 한 데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타이틀 곡 “Fun Fun”은 한국에서 서태지가 대중적으로 유행시킨 핌프 록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주다인이 ‘아이 아이 우우-‘ 하며 꺾어대는 소리와 샤우트 창법으로 질러대는 고음역 보컬과 랩, 기타 애드립과 스크래치가 조금은 질리는 느낌을 준다. 이미 일반화된 핌프 록에 그녀의 똑같은 목소리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귀에 너무나 쏙 들어오는 뻔한 멜로디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도 준다.

이번 앨범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이들의 발라드 넘버라 할 수 있다. “견뎌야 하겠지”는 희망적인 가사와 더불어 서정적인 멜로디가 대중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줄 듯하다. 역시 비슷한 분위기인 “My Memory”는 다른 두 멤버인 주승형, 승환 형제의 아버지를 추모하는 내용의 곡으로 R&B의 요소를 가미해 슬프면서도 희망적인 양면성을 지닌 분위기를 띄고 있다.

그동안 3장의 음반을 냈고 그때마다 대중적인 지지도 어느 정도 얻었으며 일본이나 대만 등의 동남아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도 했으며 지금도 발 넓히기를 시도하는 그들에게 팬들은 기대를 할 수도 있는데 기대를 저버린 것은 아닐런지. 별다른 시도 없이 여지껏 사용해 왔던 방법들을 사용한 것이 안전하긴 하지만 너무 많은 스타일이 범람하는 이번 앨범은 지리멸렬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주주클럽의 ‘모듬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소수의 팬층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소수를 위해서 오랫동안 힘들게 앨범을 준비해 왔다면 주주클럽에게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까? 20010213 | 정소현 cream0201@hanmail.net

4/10

수록곡
1. Oh! Mommy
2. Fun Fun
3. 견뎌야 하겠지
4. 다이어트 걸
5. 아앙아
6. My Memory
7. Yo My Heart
8. 인간 새
9. 잊진 않겠어
10. 엽기 ID XXX

관련 사이트
주주클럽 팬사이트
http://jujuclub.boxbo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