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u’s Jazzmatazz – Streetsoul – Virgin, 2000 화려한 게스트를 아우른 모던 소울 “재즈니 소울이니 R&B니 하는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어? 결국 모두 그냥 흑인음악이지 뭐.” 만약 당신이 이런 식의 관대함(?)을 지닌 청자가 아니라면, 이번 Guru의 세 번째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큰 당혹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여전히 ‘Jazz(matazz)’라는 단어에 집착할 경우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 이제 그 단어는 더 이상 염두에 두지 말자. 그건 그가 7년째 써먹고 있는 단지, 브랜드네임일 뿐이다. 그냥 ‘(Street)soul’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고 트랙들을 훑어 나가자. 그럼 이 앨범은 한결 즐겁고 신나고 ‘쿨’할 것이다. 당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인 DJ Premier와 래퍼 Guru의 Gang Starr는 얼마 전에 [Full Clip: A Decade of Gang Starr](1999)라는 2장 짜리 베스트 음반으로 자신들의 10여 년 간의 활동을 한 차례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정리작업은 동시에, ‘재즈-훵크’ 사운드에 기반한 Gang Starr식의 ‘재즈-랩’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류와 언더 힙합의 간극을 메우는 위치에 자리잡은 Gang Starr, Outkast, Black Eyed Peas, Roots 같은 뮤지션들의 현재의 생존전략은 이제 재즈보다는 훵키한 모던 소울과 R&B의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갱스타의 반쪽인 Guru의 솔로 프로젝트, [Jazzmatazz] 1집(1993)과 2집(1995)은 단순한 재즈 샘플과 랩의 결합을 넘어, Donald Byrd, Roy Ayers, Freddie Hubbard, N’Dea Davenport(Brand New Heavies의 보컬) 등의 당대 (애시드) 재즈 공동체의 걸물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된, 생생한 그루브의 재즈-랩 트랙들로 빼곡이 채워진 역작들이었다(물론 2집이 1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지긴 했지만).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Guru는 세 번째 ‘Jazzmatazz’에서 과거의 지기들을 과감히 제외하고, 새롭게 R&B와 소울의 재주꾼들을 결집시켜 모던 ‘소울-힙합’ 사운드로의 변신을 도모한다. 물론 첫 번째 싱글 “Keep Your Eyes”에서의 Angie Stone의 달콤한 목소리도 그럴 듯 하지만, 이 앨범에서 일단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당대의 ‘소울 디바 트로이카’로 불리는 Erykah Badu, Macy Gray, Kelis가 참여한 곡들이다. Macy Gray와 Guru의 조화(“All I Said”)가 예상 밖으로 쳐지긴 하지만, Erykah Badu는 자신이 직접 프로듀스한 “Plenty”에서 스윙감 넘치는 리듬과 그녀의 목소리의 세련된 조합을 제공하고 있고, “Supa Love”에서 떠오르는 신성 Kelis의 보컬은 Neptunes의 기타, 톡톡튀는 리듬과 절묘하게 결합한다. 영국에서 건너온 Craig David(“No More”)와 프랑스의 흑인 자매 Les Nubians(“Who’s There?”)의 ‘국제적인’ 결합 역시, Guru의 이미지에 비해 다소 고급스럽긴 하지만, R&B와 소울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이며, Isaac Hayes의 느릿한 저음과 다소 노곤해 보이는 Guru의 래핑이 조합된 “Night Vision”은 마치 [The Shaft]의 감성을 재현하는 듯하다. 물론 Amel Larrieux와의 별반 의미없는 공동작업(“Guidance”)이나 Junior Reid의 ([The W]에서처럼) 실패적 기용(“Mashin’ Up Da World”)은 다소간 불만스럽다. 게다가 단지 ‘Jazzmatazz’란 이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초빙한 듯한 Herbie Hancock의 마지막 트랙(“Timeless”)은 오히려 5년 전 2집에 실렸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street soul’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Guru의 래핑과 가사에 있다. 여전히 단조롭고 기계적인 버스와 노곤한 래핑(비록 그것이 한때는 장점으로 작동하던 시절이 있었지만)은 그다지 진보의 흔적이 보이지 않으며, 별다른 의식 없이 써내려 가는 그저 그런 가사 역시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없다. 물론 놀랄 건 없다. 사실 Guru 뿐 아니라 심지어 Gang Starr의 음악도 사회적 감각이나 인식보다는 근사한 사운드 그 자체로 늘상 평가받지 않았는가? 전체적으로 볼 때, 거물급 뮤지션들을 조율하여 그들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Guru의 역량은 이번 [Streetsoul]에서도 여전한 것 같다. 게스트진의 대대적 교체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전작들과는 변화된 사운드를 무난하게, 성공적인 결과물로 주조해 내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사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트랙마다 전혀 다른 개성의 뮤지션들을 피쳐링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모던 소울의 색깔을 끝까지 지속해내는 Guru의 뚝심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이미 Roots, Black Eyed Peas, Outkast 등의 최근 앨범에서 어느 정도 감지되었던 스타일의 사운드이기에, 이 앨범에서 표현된 Guru의 변화, 나아가 Gang Starr의 변화의 몸짓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Jazzmatazz] 1집이나 혹은 Gang Starr의 중기 앨범들에서 표출되었던 신선한 충격의 ‘재즈-랩’, ‘재즈-훵크’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지금, Guru(혹은 Gang Starr)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진정, 이러한 ‘street soul’ 밖에 없단 말인가? 20010202 | 양재영 cocto@hotmail.com 6/10 수록곡 1. Intro 2. Keep Your Worries (feat. Angie Stone) 3. Hustlin’ Daze (feat. Donell Jones) 4. All I Said (feat. Macy Gray) 5. Certified (feat. Bilal) 6. Plenty (feat. Erykah Badu) 7. Lift Your Fist (feat. The Roots) 8. Guidance (feat. Amel Larrieux) 9. Interlude 10. Supa Love (feat. Kelis) 11. No More (feat. Craig David) 12. Where’s My Ladies? (feat. Big Shug) 13. Night Vision (feat. Isaac Hayes) 14. Who’s There (feat. Les Nubians) 15. Mashin’ Up Da World (feat. Junior Reid & Prodigal Son) 16. Timeless (feat. Herbie Hanc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