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L.E. – Psyence Fiction – Mo\’Wax/London, 1998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경계를 허무는 슈퍼 프로젝트의 선물 1998년 늦가을에 발표된 엉클(U.N.K.L.E.)의 [Psyence Fiction]은 당시 평론가들과 ‘진지한’ 음악팬들이 가장 발매를 기다린 앨범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슈퍼 프로젝트 앨범의 수장(首長)인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은 애시드 재즈 / 트립합으로 유명한 모왝스(Mo’Wax) 레이블의 사장으로 뛰어난 음악적 안목과 수완을 보여준 인물이었고, DJ 섀도(DJ Shadow)는 앨범 [Endtroducing…..](1996)으로 일약 모왝스 레이블의 최고 스타가 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앨범에는 수많은 게스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브의 리차드 애시크로프트(Richard Ashcroft)와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Thom Yorke)라는 당대 영국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명성 그대로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을 각각 만들어냈고, 비스티 보이즈의 마이크 디(Mike D), 메탈리카의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ad), 그리고 미래의 스타로 성장할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까지 크레딧에 이름을 내밀었다. 게다가 혹시 운이 좋다면 이언 브라운(Ian Brown)이 함께 한 “Be There”가 보너스로 들어있는 음반을 고를 수도 있다.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나온 앨범 가운데 이처럼 쟁쟁한 뮤지션의 이름이 올라있는 앨범도 만나기 힘들 것이다. 현란한 게스트만큼이나 앨범에는 다양한 맛이 넘친다. 첫 곡 “Guns Blazing (Drums of Death, Pt. 1)”과 “Knock (Drums of Death, Pt. 2)”는 완연한 힙합 넘버이며, 앨범 중간중간에 들어간 스킷 역시 이 앨범의 뿌리가 힙합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 “Unreal”과 “Celestial Annihilation”은 현란한 비트와 그루브로 무장한 멋진 ‘인스트루멘탈 힙합’이다. 한편 “Bloodstain”과 “Chaos”는 여성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곡이고, “Lonely Soul”과 “Rabbit in Your Headlights”에서는 앞서 말한 리차드 애시크로프트와 톰 요크의 음울한 목소리가 빛난다. 특히 발매 2년 전인 1996년에 이미 녹음되었다는 “Rabbit in Your Headlights”의 톰 요크의 목소리는 [Ok Computer]에서의 변신을 예기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여기서 잠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이 음반의 사운드메이커인 DJ 섀도는 한 손에는 브레이크비트를 다른 한 손에는 샘플을 들고 앨범 전체를 현명하게 조율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앨범에 당당하고 무거운, 한편으로는 스산하기까지한 아우라를 부여했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그의 음악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갱 스타(Gang Starr)나 모왝스 동료인 DJ 크러시(DJ Krush) 등 애시드 재즈 / 트립합 계열의 뮤지션들은 재지한 느낌을 선호하는 예가 많은데, 오히려 DJ 섀도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출세작인 [Endtroducing…..]도 그렇지만, 이 앨범에서 가령 “Lonely Soul” 후반부의 처연한 현악 연주는 북구의 정취를 묘사한 시벨리우스의 교향시를, “Celestial Annihilation”에 사용된 저음의 관악 모티브는 바로크 시대의 푸가 주제를, 또 “Rabbit in Your Headlights”의 느린 3박자 피아노 반주는 에릭 사티의 유명한 [짐노페디(Gymnopedies)]를 단조로 옮겨놓은 듯하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어법에 힙합, 소울, 재즈, 덥 등 다양한 흑인음악을 절충하여 1990년대 중반 새로운 음악 스타일로 급부상한 모왝스 사운드. 1994년에 발표된 컴필레이션 음반 [Headz]가 모왝스 사운드를 세상에 알렸다면, [Psyence Fiction]은 모왝스 사운드의 최고의 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한편의 고품격 예술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앨범에서 엉클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모던 록의 경계, 나아가 샘플링과 실제 연주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있다. 20010211 | 장호연 bubbler@naver.com 9/10 수록곡 1. Guns Blazing (Drums of Death, Pt. 1) 2. UNKLE Main Title Theme 3. Bloodstain 4. Unreal 5. Lonely Soul 6. Getting Ahead in the Lucrative Field of Artist Management 7. Nursery Rhyme/Breather 8. Celestial Annihilation 9. Knock (Drums of Death, Pt. 2) 10. Chaos 11. Rabbit in Your Headlights 관련 글 DJ Shadow [Endtroducing…..] 리뷰 – vol.3/no.4 [20010216] 관련 영상 “Rabbit in Your Headlights” 관련 사이트 DJ Shadow 홈페이지 http://www.dj-shadow.com Mo’Wax 홈페이지 http://www.mow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