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31050928-gosrak고스락 – Monologue – Spell Sound, 2001

 

 

훵키한 록 사운드에서 벗어나려는 고스락

고스락은 홍대 클럽씬이 자리를 잡아가던 1997년경, 클럽 재머스(Jammers)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Rock 닭의 울음소리]에 참가했으며 이듬해인 1998년 초에는 싱글 앨범 [Get Up & Jump]를 발표하는 등 무척 활발하게 활동했던 밴드였다. [Get Up & Jump]는 비록 정규 앨범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홍대 클럽 출신의 밴드가 단독으로 음반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멤버들의 군복무 문제 등으로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가 초창기 멤버들이 다시 모여 이제서야 첫 정규 음반인 [Monologue]를 발표했다.

[Rock 닭의 울음소리]에 선보였던 “Please Mama”나 [Get Up & Jump]에 수록된 곡들을 들어보면, 이들이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훵키(funky)한 록 사운드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매된 음반에서는 좀더 새롭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Inside Enemy”, “Click”, “Love Queen” 등 다수의 곡에서 요즘 유행하는 하드코어 스타일이 감지되고, “Subway Dance”, “Dancing Queen” 등의 곡에서는 테크노 사운드 혹은 전자음이 가미된 사운드가 들려온다. 또한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자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독백”에서는 과연 고스락의 음악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앨범의 최대의 아이러니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곡들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허전한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고스락 스타일, 즉 훵키한 스타일의 곡들은 꽉 차고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하드코어 스타일의 곡들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하드’함이 전해지지 않고, 자주 구사되는 랩(rap)은 끈적한 맛없이 딱딱하며, 여기저기 배치된 전자음도 이들의 음악과 그다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유사한 스타일의 두 곡이자 나란히 붙어있는 “Perfect Day”와 “잘 익은 달빛”에서만큼은 이들만의 훵키한 감각이 돋보이면서 편곡이나 연주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서 다른 곡들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이들의 앨범을 발매한 음반사에서 공개한 보도 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이제 고스락은 더 이상 ‘인디’라는 타이틀에 묶여 있기를 거부한다… 스스로의 음악적 방향 모색 실험의 결과물인 만큼 초기 싱글 앨범 발표 이후의 활동에서 나타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영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고스락은 이번 앨범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들을 규정지어 왔던 ‘인디’와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자 노력한 듯하다. 그렇지만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앨범에서 자신들의 장기인 훵크 사운드를 좀더 명백하고 개성있게 밀어부쳤다면 어땠을까. 20010127 | 정훈직 seattle1@chollian.net

5/10

수록곡
1. Fortune Is So Blind (She’s Not Blind As Men Were)
2. Inside Enemy
3. Click
4. 孤島(고도)
5. Perfect Day
6. 잘 익은 달빛
7. 너는 내게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보았다
8. Love Queen
9. Subway Dance
10. Dancing Queen
11. Cluvia
12. 독백

관련 사이트
고스락과 로튼 애플이 소속된 레이블인 Spell Sound의 홈페이지
http://www.spellsou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