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해산한 지 30년이 되는, 그리고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비틀스 열기는 해를 넘긴 지금도 식을 줄을 모른다. 특히 “언제까지 비틀스냐”는 비아냥과 옹색한 기획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편집 앨범 [1]의 인기는 실로 대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라는 목표가 과언만은 아닌 듯하다. 대중 음악의 역사에서 비틀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순전히 그들의 재능 탓이든 시대를 잘 만났든 간에 비틀스로 인해 대중 음악의 위상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1]을 구성하는 영국과 미국 차트 1위 곡들이 비틀스의 모든 것은 아니다. “Yesterday”가 비틀스의 전부가 아니듯, 앨범 [1]이 비틀스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CD 시대의 1위곡 모음'(LP 시대에는 20곡 짜리 미국 1위곡 모음집이 있었다)인 [1]은 비틀스를 모르는 세대에게 ‘비틀스 입문용’으로도 적절하다고 말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비틀스가 가진 다양한 음악적 모습을 조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앨범 한 장에 비틀스의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으며 모든 앨범을 다 나름대로 들어야 한다는 근본주의적 주장에 꼭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앨범 중심적인 주장 역시 비틀스의 특정한 측면(예컨대 초기보다 후기)에 더 후한 점수를 주게되기 마련이다. [weiv]는 ‘비틀스 신화화’에 일조할 생각은 없다. 다만 1위곡 모음이 아닌 비틀스 편집앨범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리스트 중 하나를 만들어본 것이다. 아래 결과는 15명의 [weiv] 필자들로부터 10곡씩을 받아 각각 가중치를 합산하여 27곡을 정리한 것이다. 아무쪼록 비틀스에 접근하는 ‘하나의’ 리스트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른 리스트들처럼 이 리스트에도 어떤 ‘편향’이 존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게 어떤 것인지를 지적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혹시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의 리스트를 만들어 ‘reader’s view’ 게시판에 올릴 생각은 없는지. ——————————————————————————————— 1.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weiv] 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틀스의 곡은 존 레논도 폴 매카트니도 아닌 조지 해리슨의 이 곡이었다. [The Beatles]에 수록된 곡으로 애상적인 선율과 함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블루지한 톤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2. A Day In The Life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수록된 곡으로 환각 상태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국내에서 들을 수 없었다. 비틀스의 싸이키델릭한 실험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특히 “I’d love to turn you on”하며 이질적인 분위기로 반전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3. Across the Universe 비틀스의 해산과 함께 발표된 [Let It Be]에 수록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 리메이크했다. “Norwegian Wood”와 더불어 비틀스 곡 중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한 곡으로 기억된다. 레넌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곡들 중 하나이다. 4. The Long And Winding Road 마찬가지로 [Let It Be]의 수록곡이며 비틀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싱글이다. 녹음을 마친 상태에서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현악 연주를 오버더빙하여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이 곡을 쓴 폴로부터 큰 원성을 샀다고 알려져 있다. 5. Twist And Shout 데뷔 앨범 [Please Please Me]에 수록된 곡으로 비틀스 초기를 대표하는 경쾌한 로큰롤이다. 원래는 탑노츠(Topnotes)가 불렀던 곡이며, 비틀스 이전에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가 이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가스펠에서 영향받은 주고받는 형식이 인상적이며 특히 고음의 “우우~”하는 코러스는 당시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6. Because 실질적으로 비틀스 마지막 앨범인 [Abbey Road]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수수께끼 같은 가사와 복잡한 화성 진행 등 후기 스타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성 진행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비틀스 곡 중 가장 뛰어난 보컬 하모니를 들을 수 있다. 훗날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7. Happiness Is A Warm Gun [The Beatles]에 수록된 곡으로 존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자와 리듬의 변화가 많고 선율 역시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다. 브리더스(Breeders)가 리메이크한 바 있다. 8. Help! 동명 영화에 수록된 곡으로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작품이다. 대위법적 구성으로서, 경쾌한 리듬을 타고 부드럽게 흐르는 주선율 아래로 다채롭게 변하는 화성과 멋진 코러스는 비틀스의 수많은 곡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9. Tomorrow Never Knows [Revolver] 앨범의 맨 끝에 위치한 이 곡은 당시 비틀스가 인도 음악과 새로운 사운드 실험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타르 연주로 시작하여 테이프 조작에서 비롯되는 기이한 사운드의 싸이키델릭한 향연은 혼란스럽고 으스스한 느낌마저 준다. 10. In My Life 비틀스의 곡 중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 중 하나로서, [Rubber Soul]에 수록되어 있다. 조지 마틴(George Martin)의 피아노로 진행되는 전주와 특히 간주가 인상적이다. 11. Blackbird 폴 매카트니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갖고 노래하는 포크 스타일의 곡으로 [The Beatles]에 수록되어 있다. “Julia”, “I Will”과 더불어 앨범에서 가장 조용한 곡인데, 한음씩 짚어 내려오는 화성 진행이 유려하기 그지없다. 12. I Want To Hold Your Hand 1964년 초, 미국 시장에서 첫 번째 싱글로 선보인 곡으로 미국에서의 비틀스 열풍, 나아가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신호탄이 되었다. 로큰롤의 거침과 티니밥의 부드러움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이 곡으로 비틀스는 전세계 소녀 팬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미국에서 발매된 첫 번째 앨범 [Meet the Beatles]에 수록되어 있다. 13.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수록된 곡으로 경쾌한 리듬과 팝적인 선율을 담고 있다. 조 카커(Joe Cocker)의 소울풀한 리메이크 곡은 TV 시리스 [케빈은 열두살(열세살)(Wonder Years)]의 주제가로 사용되었다. 14. Penny Lane 1967년 초 [Revolver]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사이에 발표된 싱글로 밝고 경쾌한 곡이다. 특히 화려한 관악 연주가 어우러지는 후렴구는 비틀스의 선율 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꼽힌다. 15. I Will [The Beatles]에 수록되어 있는 곡으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곡이다. 베이스의 반복적인 리듬과 여백을 채우는 기타 소리가 흥겹다. 폴이 작곡한 곡이다. 16. I Want You [Abbey Road]의 앞면을 끝을 장식하고 있는 이 곡은 비틀스의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장대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반복적인 가사와 단순한 음형이 확장되어 7분이 넘게 지속되는데, 블루스에 기반한 하드록의 어법을 감지할 수 있으며, 기타의 아르페지오 연주, 템포의 변화, 격한 보컬 처리 등 흥미로운 요소를 담고 있다. 17. Strawberry Fields Forever “Penny Lane”과 함께 발표된 싱글로 서정성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잘 조화를 이룬 곡이다. ‘Penny Lane’처럼 ‘Strawberry Fields’는 리버풀의 지명에서 노래 제목을 땄다. 18. I Saw Her Standing There 초기 비틀스를 대표하는 로큰롤 넘버이다. 특히 24년 후 티파니(Tiffany)에 의해 “I Saw Him Standing There”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다. [Please Please Me]에 수록된 곡이다. 19. Golden Slumber-Carry That Weight-The End 폴 매카트니는 [Abbey Road]의 뒷면을 조곡 형식으로 꾸몄는데 이는 “Golden Slumber”에서 “Carry That Weight”, “The End”로 이어지며 끝을 맺는다. 현악기를 사용하여 비장한 슬픔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20. Norwegian Wood 하루키의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곡은 [Rubber Soul]에 수록되어 있다. 시타르 연주와 특이한 선율 진행은 당시 비틀스의 이국적인 취향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훗날 코너숍(Cornershop)이 펀잡어로 다시 불러 화제를 모았다. 21. Here Comes The Sun [Abbey Road]에 수록된 곡으로 “Something”과 더불어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곡이다. 유려한 선율과 아기자기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다. 22. Eleanor Rigby “Yesterday”에서 보듯 중기의 비틀스는 현악기를 즐겨 사용했는데, 이 곡은 현악기 반주로만 이루어진 곡으로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Revolver]에 수록되어 있다. 23. Ob-la-di, Ob-la-da 광고 음악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은 레게(스카)의 영향을 받은 듯한 업비트의 곡으로서 극히 낙천적이다. 3화음만 사용했으며 리듬도 단순하다. [The Beatles]에 수록되어 있다 24. Within You, Without You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수록된 곡이다. 시타르 연주와 특이한 선율 진행에서 인도 음악의 영향이 많이 드러나며 비틀스 곡 중 가장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조지 해리슨의 곡이다. 25. Yellow Submarine [Revolver]에 수록된 곡으로 링고 스타가 보컬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뿜뿜거리는 관악 연주와 링고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6. Michelle 프랑스어 가사를 부분적으로 사용해 샹송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곡은 비틀스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 중 하나로 꼽힌다. [Rubber Soul]에 수록된 곡이다. 27. Hey Jude 1968년 “Revolution”과 함께 싱글로 발표된 이 곡은 비틀스의 곡 가운데 빌보드 차트 정상에 가장 오래(9주) 머문 곡으로 기록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존이 첫부인 신시아 사이에서 얻은 아들 줄리안 레넌을 위해 폴이 작곡한 곡이다. 20010115 | [weiv] 필진 관련 글 흥행은 오래오래 지속된다 – [한겨례21] 341호 비틀스 산업은 아직도 건재하다 – vol.2/no.23 [20001201] 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