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15065159-bebelBebel Gilberto – Tanto Tempo – Ziriguiboom, 2000

 

 

모던하면서 트립(trip)한 보사 노바의 새로운 매력

베벨 질베르뚜라는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Red Hot + Rio]라는 앨범에서였다. 바라우 베르멜류(Barao Vermelho)라는 브라질 최초의 록밴드의 보컬인 까주자(Cazuza)와 함께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Preciso Dizer Que Te Amo”가 그것이었다. 앨범 자체도 너무나 훌륭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두 명의 아티스트가 들려준 음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한번 눈에 띄면 계속 눈에 밟힌다고 곧이어 그녀의 이름을 발견한 곳은 또와 떼이(Towa Tei)의 앨범에서였다. 힙합과 랩, 보사 노바와 애시드 재즈가 혼합된 독특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려주던 또와 떼이의 앨범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단번에 귀에 들어왔다. 이쯤 되면 그녀를 보사 노바와 일렉트로닉이 섞여있는 남미 태생의 트립합 뮤지션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비슷한 느낌과 태생의 트립합 밴드 스모크 씨티(Smoke City) 같은 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을 손에 쥐게 되었고,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그 유명한 주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의 딸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질베르뚜(Gilberto)라는 이름이 주는 고정화된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지 그때부턴 ‘보사 노바’라는 단어만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보사 노바의 명곡인 “So Nice (Summer Samba)”나 “Samba da Bencao” 같은 곡들마저 들어있었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은 보사 노바 가문의 등장이라는 확신은 더해졌다. 헌데, 그녀의 앨범을 몇 번 찬찬히 들은 뒤 느끼는 감정은 ‘보사 노바’라는 명찰만으로 설명해 버리기에는 너무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앞서 말한 두 곡처럼 보사 노바의 명곡을 너무나 고풍스럽게 잘 재현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Lonely”가 주는 프렌치 재즈의 느낌이나, “Alguem”에서 보여지는 반복적인 루프, 스모크 씨티가 같이 참여해준 “August Day Song”의 멜로디 라인은 보사 노바보다는 분명 트립합에 가까운 것이었다. 가장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이유는 앨범 모든 곡의 연주가 주는 일렉트로닉한 느낌의 공간감 때문이다.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을 브라질의 테크노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인 수바(Suba)가 했기에 당연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다양한 텍스처들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는 그녀의 능력이다. 그녀는 ‘새로운 시대 보사 노바의 가능성’이라는 감투가 별로 모자라게 느껴지지 않는 완성도를 데뷔 앨범에서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참, 그녀는 주앙 질베르뚜와 아스뜨루드 질베르뚜(Astrud Gilberto)의 딸이 아니라, 주앙이 아스뜨루드와 이혼한 뒤에 다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고 한다. 그녀도 유명한 가수였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느낌은 든다.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버지의 후광이 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브라질을 떠나 뉴욕과 유럽 등 이국 땅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시켜 낸 그녀에게 이미 ‘보사 노바’란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 아닌, 긴 음악적 여정 속에 있는 하나의 지점이지 않을까.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그녀의 2집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20011014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수록곡
1. Samba da Bencao
2. August Day Song
3. Tanto Tempo
4. Sem Contencao
5. Mais Feliz
6. Alguem
7. So Nice (Summer Samba)
8. Lonely
9. Bananeira
10. Samba e Amor
11. Close Your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