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15064003-outkastOutkast – Stankonia – LaFace/Arista, 2000

 

 

훵크와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을 통한 힙합의 해체 혹은 재조합

‘Stankonia’는 애틀랜타 출신의 듀오 아웃캐스트의 네 번째 앨범의 타이틀이자, 애틀랜타 근교에 위치한 그들의 레코딩 스튜디오의 이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단어가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을 감지하게 만드는 키워드라는 점이다. 물론 앨범을 여는 “Intro”에서 그들은 스스로 ‘Stankonia’가 “훵크의 모든 것들이 유래하는 장소(the place from which all funky things come)”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한다. 하지만 ‘Stankonia’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훵크의 모든 것들을 위한 고정적인 안식처는 아닌 듯하다. 성적, 육체적, 감각적 메타포로서 훵크를 의미하는 ‘Stank’와 공간적인 낯설음, 이상향으로서의 ‘-onia’의 결합은 [Stankonia]의 훵크 사운드가 보다 실험적, 미래지향적, 절충적인 공간으로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아웃캐스트의 음악은 1996년의 싱글, “Elevators (Me & You)” 이후 지난 앨범 [Aquemini](1998)에 이르기까지 선 라(Sun Ra)의 아방-훵크(avant-funk) 재즈나 훵카델릭(Funkadelic) 시절의 조지 클린튼(George Clinton)과 같은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훵크 사운드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덕분에, 다소 신경과민적인 사이버-마이크로(cyber-micro) 사운드의 주류 랩, R&B와는 변별되는, 라이브밴드 냄새가 물씬 나는 유기적인 훵크-힙합 사운드로 아웃캐스트는 단번에 (현재의 힙합 씬 내의 중요한 대안세력으로서의) ‘서던 힙합(Southern Hip Hop)’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Stankonia]에서 드레(Dre)와 빅 보이(Big Boi)는 ‘더티-사우쓰(dirty South)’의 이미지(목화밭, 선술집, 컨트리, 흑인노예 등의)에 천착한 서던-훵키 힙합에 자신들을 한정시키기를 거부한다(실제로 애틀랜타의 최첨단의 모던한 도시적 현재를 생각한다면, 그러한 남부의 전통적 이미지에 특히 평자들이 여전히 얽매여 있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물론, 덕분에 아웃캐스트의 전작들은 이러한 ‘더티 사우쓰’를 등에 업고 그들로부터 서던 힙합의 정수로 극찬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의도는 훵크의 유기적 색조와 대조(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비유기적 느낌의 일렉트로니카를 전자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앨범에서 표출된다. 그들의 말대로 “이미 힙합 클럽과 우리의 거리를 X(엑스타시)가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음악으로서의 힙합의 정체성 역시 이젠 이러한 경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훵키한 기타와 뉴올리언스 바운스(New Orleans bounce)에 영국식 드럼앤베이스, 혹은 정글이 시끌벅적하게, 하지만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는 히트 싱글 “B.O.B. (Bombs Over Baghdad)”는 말할 것도 없고, “Snappin’ & Trappin”의 딸깍거리는 신쓰 사운드, “?”에서 반영된 레이브적 마이크로-리프의 강력한 정글 스타일, 그리고 마지막 곡 “Stankonia”의 몽환적 트립합은, 훵크와 일렉트로니카가 힙합이라는 이름 하에 어떤 식으로 뒤섞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물론 앨범의 전체적인 색조는 여전히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훵크에 바탕하지만, 이 또한 [Aquemini]가 기타 중심의, 훵카델릭 시절의 클린튼 사운드를 연상케 한다면,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1980년대, 후기 클린튼의 일렉트로-훵크(electro-funk)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제임스 브라운, 슬라이 스톤, 프린스의 유령들이 트랙들 사이로 떠돌아다닌다. “I’ll Call Before I Come”이 클린튼의 “Atomic Dog”을 연상시킨다면, “Ms. Jackson”은 프린스의 “Pop Life”식의 유려함이 결합된 근사한 사이키델릭 훵크의 맛을 전달한다.

사운드에서 드러나는 다양성과 절충적 성격은 가사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알다시피 빅 보이는 거리에 천착하는 플레이어로서, 반면 드레는 다소간 중성적이고 시적인 존재(마치 PM Dawn의 Prince B처럼)로서 이미지 메이킹을 해왔는데, 이 상반되고 모순된 이미지는 다양한 주제의 가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들 듀오는 정치적 문제 제기(“Gasoline Dreams”)보다는 일상 생활의 다양한 면모들을 (상대적으로) 경쾌하게 다루는 데 주안점을 두는 듯하다. 따라서 게토적 진정성(혹은 흑인성)을 욕설을 통해 퍼붓는 데 주력하는 여타의 흑인 래퍼들과 달리, ‘word play’ 자체를 즐기려는 경향이 훨씬 강한 것 같다. 물론 그 속에는 흑인 사회내의 해체적 가족구조 상황(“Ms. Jackson”)과 이미 정점에 이른 게토의 10대 문제(“Toilet Tisha”)에 대한 칼 같은 풍자도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현실인식 능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결국 아웃캐스트는 [Stankonia]를 통해 힙합 씬에서 존재해온 모든 종류의 이분법적 대립을 가능한 무너뜨리고자 한다. 기계적이고 프로그램화된 스튜디오 사운드/라이브의 질감, 비유기적 일렉트로니카/유기적 훵크, 사이버 공간/게토의 거리, 미래적 진화/더티 사우쓰 혹은 과거에의 고착, 게토적 진정성/깃털처럼 가벼운 일상성, 이 화해할 수 없어 보이는 운명적 대립의 범주들이 해체되어 새롭게 재조합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들 듀오는 힙합의 미래, 혹은 혁명적 가능성의 또 다른 갈래를 찾고 있는 것이다. 20010112 | 양재영 cocto@hotmail.com

7/10

수록곡
1. Intro
2. Gasoline Dreams (featuring. Khujo Goodie from Goodie Mob)
3. I’m Cool (Interlude)
4. So Fresh, So Clean
5. Ms. Jackson
6. Snappin & Trappin – (featuring Killer Mike/J-Sweet)
7. D.F. (Interlude)
8. Spaghetti Junction
9. Kim & Cookie (Interlude)
10. I’ll Call Before I Come – (featuring Gangsta Boo/Eco)
11. B.O.B.
12. Xplosion – (featuring B-Real)
13. Good Hair (Interlude)
14. We Luv Dez Hoez – (featuring BackBone/Big Gipp)
15. Humble Mumble – (featuring Erykah Badu)
16. Drinkin’ Again (Interlude)
17. ?
18. Red Velvet
19. Cruisin’ In The ATL (Interlude)
20. Gangsta S*** – (featuring Slimm Calhoun/C-Bone/T-Mo Goodie)
21. Toilet Tisha
22. Slum Beautiful – (featuring Cee-Lo Goodie)
23. Pre-Nump (Interlude)
24. Stankonia (Stanklove) – (featuring Big Rube/Sleepy B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