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i Size & Reprazent – In the Mode – Talking Loud/Universal, 2000 날개를 접고 질주를 시작한 로니 사이즈 기타 중심인 록도 그렇지만 요즘 일렉트로니카라는 명칭이 흔히 쓰이는 테크노는 힙합을 비롯한 타 장르들을 흡수하거나, 소리에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발달시켜 새로운 장르를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뜸한데, 그 중에 트립합(triphop)과 드럼앤베이스(drum’n’bass)가 비교적 신형의 테크노 장르가 아닐까 싶다. 원래 드럼앤베이스는 골디(Goldie)로 대표되는 정글(jungle)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는데, 정글의 분파에서 좀더 실험적이고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플로어용보다는 감상용에 가까운 인텔리젠트 정글로 분류되다가 드럼앤베이스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로니 사이즈는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고향인 브리스톨에서 레프라전트(Reprazent)라는 무리를 이끌고 드럼앤베이스에 힙합, 애시드 재즈, 하우스, 훵크 등을 결합한 새로운 사운드를 들고 나왔다. 알다시피 브리스톨은 영국의 노예무역항으로 악명 높은 지역인데, 그래서인지 레프라전트의 래핑은 미국의 갱스터랩과는 사뭇 다른 억양을 들려준다. 이 독특한 래핑은 DSP(Digital Signal Processing)라는 드럼앤베이스 특유의 기술과 합쳐져서 사이보그의 래핑처럼 정밀히 계산된 리듬감을 준다. 또한 절단기로 정확히 분쇄한 리듬의 프로디지나 울림이 오래 지속되는 깊은 느낌의 매시브 어택와 달리 로니 사이즈 음악에서는 훵키한 그루브가 감지된다. 이들은 1997년 머큐리 상을 수상한 데뷔 음반 [New Forms] 이후 3년 만에 [In the Mode]를 들고 나왔다. 지난 앨범에서 첫 곡 “Railing”의 박진감 있는 리듬과 속도감, 리듬을 정확히 밟으며 진행되는 랩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또한 몽롱한 오낼리(Onallee)의 보컬과 앨범 곳곳에 자리한 애시드 재즈적 요소는 마치 우아한 새의 비행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번 [In the Mode]는 보컬이 한층 강화되었고 몽롱한 느낌이 배제되어 리듬과 멜로디가 좀더 쉽게 들어온다. 이제 로니 사이즈 군단은 날개를 접고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첫 곡 “Railing, Pt. 2″는 지난 앨범의 “Railing”과 똑같은 리듬에 똑같은 라임을 들려주고 있는데, 가사는 “우리는 새로운 발자국을 디뎠어. 신선함. 이것은 97년의 새로운 감각이야. 이제 우리의 때가 온 것을 알아… 계속해. 아직 우린 시작도 하지 않았어”에서 “그래, 이제 우리가 다시 온 거야. 이제 새로운 음악을 다운로드할 때야… 말해봐. 너의 행동을 터트릴 준비를 해”로 바뀌었다. 앨범의 첫 싱글 “Who Told You” 역시 탄력있는 래핑과 정확하게 분리된 리듬, 비트와 립싱크라도 하듯 일치된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래핑은 좀더 공격적이다. 또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잭 들 라 로샤(Zack de la Rocha)가 참여한 “Centre of the Storm”과 메쏘드 맨이 가세한 “Ghetto Celebrity”는 속사포 같은 래핑으로 드럼 비트에 잘 조응하고 있다. 물론 “Lucky Pressure”와 “Out of the Game”처럼 오낼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있다. 이채로운 트랙이라면 “Mexican”과 “Heavy Rotation” 정도를 들 수 있다. 보컬이 들어 있지 않은 “Mexican”은 날카로움보다 따뜻함 쪽에 배려를 했으며, “Heavy Rotation”에서는 미끄러지듯이 속도감을 내는 다른 곡의 드럼과 달리 아주 둔탁하고 강한 드럼소리를 낸다. 전체적인 느낌은 앞서 말했듯이 우아한 느낌을 접고 이제 땅에 발을 딛고 질주를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데뷔 앨범만큼의 새로움은 아닐지라도 이들의 사운드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신감에 넘친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의 영역을 수호하기 위한 조급한 기색을 비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20010112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8/10 수록곡 1. Railing, Pt. 2 2. Snapshot 3. System Check 4. Ghetto Celebrity – Featuring Method Man 5. Lucky Pressure 6. Switchblade 7. In Tune With the Sound – Featuring Rahzel 8. Who Told You 9. Heavy Rotation 10. Staircase 11. Mexican 12. Dirty Beats 13. Out of the Game 14. Centre of the Storm – Featuring Zack De La Rocha 15. Idi Banashapan 16. In and Out (Edited Version) 17. Play the Game (Extended Version) 관련 사이트 로니 사이즈 공식 사이트 http://www.ronisiz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