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peed You Black Emperor! –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 – Kranky, 2000 탈(脫)전자음악을 꿈꾸는 앰비언트의 회귀 브레히트가 ‘익사한 소녀’를 보고 “그녀의 창백한 몸통이 물 속에서 썩었을 때 (매우 천천히) 일어난 일이지만, 하느님은 서서히 잊어버렸다”고 읊었다면, 이미 변질된 것에 대한 충실한 이미지의 재현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결국 그 소녀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상 원형의 이미지는 어려울 터인데, 이러한 바램에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라고 부정하겠지만 어느 날 소녀는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다룬 서적인 [입 닥치고 춤이나 춰]는 테크노에 관한 복잡다단한 카테고리를 설명하면서 그중 한 부분을 ‘앰비언트’에 할애하였다. 이로써 앰비언트는 전자음악이라는 전제를 갖게 되는데, 책에서 최초의 앰비언트 하우스 앨범으로 소개하는 The KLF의 [Chill Out]은,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식된 테크노 이미지의 흔들거림이 아닌 새소리라든가 열차 지나가는 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림 등 일상의 효과음으로 여백을 채우고 있다. 또한 에스닉한 사운드로 ‘정신의 트랜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한 퓨처 사운드 오브 런던(Future Sound Of London)의 테크니컬한 연주는 ‘앰비언트 본연을 왜곡시킨 것’이라는 고립주의자들의 항의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앰비언트 사운드는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니카’로 지칭되었나보다. 하지만 여기, 1994년에 결성된 캐나다 퀘벡 출신의 갓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Godspeed You Black Emperor!; 이하 GYBE로 칭함)의 새 앨범은 The KLF를 뛰어넘어 1975년에 발매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Discreet Music]에 버금가는 ‘앰비언트의 오리지낼러티’를 형식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유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기타 및 바이올린, 첼로, 실로폰 등의 전통적인 악기로서 효과를 확장한다. 마치 익사한 소녀가 자가복제로 되살아나 원형을 재현하듯이, 이는 세월의 간극을 무시하고 미니멀한 교향악과 단조의 비감으로 20여분을 가볍게 주무르는 공력을 펼친다. 또한 앰비언트를 바탕으로 한 완급의 감량조절은 극단의 고저를 오가는 동안 아련한 회상을 넘어 벅찬 감동과 흥분을 전해준다. 물론 GYBE의 앨범을 두고 감정의 과잉발산이라 비난할 수 있다. 동일한 음보의 반복이 상투적이며 순간적인 분출은 계산된 연출이라는 의혹을 얻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Devil Doll의 말랑한 버전’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다면? 설혹 그렇다해도 ‘현 위의 환경(ambient on string)’은 음악적 파노라마를 위해 클래식과 음향의 조화, 마이너 코드를 반복하며 심연으로 들어가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청자는 진작에 눈치챌 수 있는 완만한 곡선을 타고 편안함과 긴박감을 오가는데, 이를테면 오늘날 ‘전자음악’으로 오도된 앰비언트의 회귀를 종용하듯 그 긴박감이란 것이 산만하기보다는 열정적이다. 예를 들어 “Static”의 경우 앞선 공식대로 문을 열고 있으며, 무늬 없는 음향과 단조의 비감이 나레이션과 연결된다. 그리고 기본선율이 후방 위에 배치되면 소소한 현악기가 간극을 보다 촘촘히 채워 객체와의 동행은 흐름을 타게 될 뿐이다. 여기에 완급이 밀려오면서 나른하면서도 혼미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속도감 위로 일정량의 리듬이 부여되는 상호 이질적인 음들의 난재(亂在) 덕분이다. 이것들이 결국 한 일치점에서 만나게 되면 청자는 새로운 위치에서 음화(音畵)를 그리게 된다. 이를테면, 음률에 따라 결정되는 경로로서, 동떨어진 청자도 결국 그 길로 들어서 동일한 종착점에 이르는 것이 GYBE의 음악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상의 확장을 늘릴 수도 있고 감정의 깊이를 패일 수도 있으며 물질의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끔은 회의를 지닌 채 격정적으로 돌변할 위험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한동안 부재하고 있던 사람들에겐 GYBE의 출현만으로도 기쁨의 홍조를 띠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20001229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9/10 수록곡 Disc 1 first; Storm 1.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 2. Gathering Storm 3. Il Pleut A Mourir (& Clatters Like Worry) 4. Welcome To Barco AM/PM 5. Cancer Towers On Holy Road Hi-Way second; Static 6. Terrible Canyons Of Static 7. Atomic Clock 8. Chart #3 9. World Police And Friendly Fire 10. The Buildings They Are Sleeping Now Disc 2 first; Sleep 11. Murry Ostril: “They Don’t Sleep Anymore On The Beach” 12. Monheim 13. Broken Window, Locks Of Love Pt. 3 second; Antennas to Heaven 14. Moya Sings “Baby O” 15. Edgyswingsetacid 16. Attention… Mon Ami… Fa Lala Lala La La 17. She Dreamt She Was A Bulldozer, She Dreamt She Was Alone In An Empty Field 18. Deathkamp Drone 19. Antennas To Heaven 관련 사이트 GYBE 공식 사이트 http://brainwashed.com/godsp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