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dy Warhols – Thirteen Tales from Urban Bohemia – EMD/Capitol, 2000 충실하지만 들리지 않는 노래들 댄디 워홀스는 충분한 음악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시기적, 지형적으로 많이 불운한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지 서거(逝去)의 해라는 점에서 그 어떤 다른 음악적 이슈의 언급을 함구하게 만드는 1994년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영국 팝 록 씬의 새로운 부흥이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을 음악사에 다시 한 번 기록하기 시작한 시기에 ‘영국에서 나왔어야 할 포틀랜드 출신의 팝 록’이라는, 칭찬도 비난도 아닌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트레몰로와 노이즈, 서정과 풍자를 오가며 다양한 사운드의 구조물들을 선보였던 이들은 무작정 유행에 편승하고 보자는 공허한 제스처를 지양하고 나름대로 성실하고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지만 어딘가 미약했다. 장르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양산된 수많은 동류 밴드들의 음악 홍수 속에서 이들은 ‘댄디 워홀스적인 그 무엇’을 들려주기에 부족한 듯이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노래 “Nothing (Lifestyle Of A Tortured Artist For Sale)”처럼 그들 자신의 역량 이전에 동류의 모든 팝 밴드들이 공동으로 처해있던 불운한 음악적 운명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데뷔 앨범이 2년만 일찍 나왔어도 댄디 워홀스의 운명은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두 번째 앨범 [Dandy Warhols Come Down](1997)의 경우, 소속 레코드사인 캐피톨(Capitol)에서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발매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음악이 시대적, 지형적 장애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식의 평가는 엄밀하게 말해서 값싼 동정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처럼 다국적 레코드 회사의 거대한 유통 배급망이 뒷받침되어 있는 밴드의 경우, 접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스타일과 유행, 취향까지 넘어서는 독특한 음악적 아우라, 즉 그 음악을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요소다. 이것은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고 어디에서 정서적 발화를 일으키는지도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대중적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최근 발매된 댄디 워홀스의 세 번째 정규앨범 [Thirteen Tales from Urban Bohemia]에서 빠져있는 것이 이것이다. 이들은 ‘색이 바랜 재현’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성실성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일부러 불성실하게 앨범을 제작하는 밴드가 어디 있으랴). 성실성에서 말해보자면 이들은 수록곡마다 다른 연주 스타일과 창법을 보여준다. 더 사이키델릭해지고 드림팝적인 아름다움을 채운 일렉트릭 기타 연주나 서정적인 멜로디 만들기에 충실한 어쿠스틱 기타, 재치 있는 샘플링, 관악기의 도입 등 섬세한 차별화에 신경을 쓴 것은 충분히 느껴지지만 그 결과물은 반복해 들어도 관습적이라는 생각이다. “Godless”에서 들리는 관악 사운드의 소박한 멜로디나 선(禪)의 주술적 신비감이 서정적으로 형상화된 “Mohammed”는 아름답지만 나머지들의 곡들은 제목과 사운드를 연관시키는 컨셉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 시쳇말로 ‘뒷심’이 부족하다고 해야할까? 이것은 실력이 출중한 밴드로서는 매우 애석한 일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잔치(?)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하고 냉소하다 반복해 들으면서 ‘훅(hook)이 조금만 더 확실했어도…’라고 생각을 바꾼 청자로서는 더욱 그렇다. 시대 탓인가, 취향 탓인가… 20001228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6/10 수록곡 1. Godless 2. Mohammed 3. Nietzsche 4. Country Leaver 5. Solid 6. Horse Pills 7. Get Off 8. Sleep 9. Cool Scene 10. Bohemian Like You 11. Shakin’ 12. Big Indian 13. Gospel 관련 사이트 Dandy Warhols 공식 홈페이지 http://www.dandywarho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