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y Gray – On How Life Is – Epic, 1999 세기말에 새롭게 떠오른 디바의 목소리 허스키 하다 못해 날이 선 듯한 거친 목소리의 메이시 그레이(Macy Gray)의 데뷔 앨범 [On How Life Is]는 최근에 들을 수 있는 흑인 음악 중 가장 흥겨운 분위기를 제공한다. 앨범의 많은 곡이 1970년대의 훵키한 스타일이지만 주된 정서는 매우 현대적인데, 이러한 기이한 조합은 앤드류 슬레이터(Andrew Slater)의 프로듀싱과 디제이 섀도우(DJ Shadow)의 믹싱 때문이다. 앤드류 슬레이터는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데뷔작 [Tidal]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던 인물로 외모와 음악적 감수성이 다른 두 여가수의 데뷔작을 ‘전혀 닮지 않은 쌍둥이’처럼 만들어냈다. 그녀는 목소리로 듣자면 분명 티나 터너(Tina Turner)의 후계자임이 분명한데, 음악적 성격으로 보자면 훵크와 R&B이고, 가사로 보자면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의 직계이다. 남자 친구에 대해 노래하는 것은 어느 여가수의 노래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주류 팝에서 들리는 달콤하기만 한, 또는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사랑과 거리가 있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노랫말에서 찾기 힘들 정도인데, 가령 “I Try”에서의 “난 안녕이라고 말하려 했어요… 난 뒤돌아 서서 걸으려 해요”는 빌리 할러데이의 “I’m A Fool To Want”를, “I’ve Committed A Murder”에 나오는 철부지 살인녀는 밥 말리의 “I Shot The Sheriff”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가사는 자유롭고 섹스에 관한 욕망을 강박관념 없이 풀어낸다. 이는 그녀의 개성과 음악적 스타일과 잘 어울려 보인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스네어 드럼이나 오르갠 소리, 정확하게 배치된 샘플링 및 스크래칭은 혁신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고, 드문드문 등장하는 전자음향은 트립합(trip-hop)이라는 장르에 기대지 않고도 몽롱함을 준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이 모든 것에 살짝 얹혀진 메이시 그레이의 목소리다. 이는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연주된 악기소리처럼 들린다. 디제이 섀도우의 참여는 문득 트립합이 흑인음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앨범은 대부분의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1999년 브릿 어워드도 수상했다. 특별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거나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은 작업물은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재조합의 미학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음반 외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2000년 하반기에만 그녀는 구루스 재즈마타스(Guru’s Jazzmatazz)의 [Streetsoul],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Bridging the Gap],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의 [Halfway Between The Gutter And The Stars]에서 매력적인 보컬을 선보였다. 20001229 | 이정남 yaaah@dreamwiz.com 8/10 수록곡 1. Why Didn’t You Call Me 2. Do Something 3. Caligula 4. I Try 5. Sex-O-Matic Venus Freak 6. I Can’t Wait To Meetchu 7. Still 8. I’ve Committed Murder 9. A Moment To Myself 10. The Letter 관련 사이트 메이시 그레이 공식 사이트 http://www.macyg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