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 하면 된다 – 예당, 2000 뽕짝 오마주, 키치 릴레이 홍대앞 클럽 밴드들을 중심으로 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듯한 OST [하면 된다]는 하드코어, 펑크, 뽕짝, 모던록, 힙합, 테크노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지향하는 밴드들의 미발표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스타일의 간극(間隙)들을 메우는 컨셉이 느껴진다. 뽕짝 음악에 대한 키치, 혹은 교배라고 할까. 자칫 과잉된 제스처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참여한 밴드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내용물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사운드의 중독성이라는 기준으로 보자면 개인적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 주요 밴드들 정도(?)만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곡은 노브레인의 “개가 개를 먹는 도다”다. 데뷔 앨범인 [청년폭도맹진가]에서 레게, 스카, 스윙으로 천민 정서의 그루브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이들의 감각은 로큰롤, 펑크의 코드에서도 같은 성공담을 들려준다. 싸구려 트로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타로 시작, 트로트의 꺾기 창법을 주정하듯 내뱉는 차승우의 노래가 전반부를 이끌면, 거칠고 스트레이트한 이성우의 노래와 강렬하게 확장된 로큰롤의 질주가 뒤따른다. 건실한 파격이라고 해야할까. ‘비펑크적인 기타 테크닉’을 신나고 유연하게 구사하는 차승우의 기타 솔로도 탁월하며 냉소적인 메시지도 들을 만하다. 가장 재밌게 제대로 파격하는 곡은 볼빨간의 “언감생심”이다. 슬로우 뽕짝의 철저하게 성실한 재현이 짐짓 뻔뻔해 보이기까지 하는 볼빨간은 특유의 ‘야매 전자 사운드’를 통해 ‘야매 인생’에 대한 희비극적 애상을 넘쳐나게 보여준다. 삼류 카바레 가수의 창법에 바치는 오마주에 있어서도 능청스러울 정도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특히 단란주점 아가씨와 남자 손님간의 만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사는 걸작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으로 듣는 즐거움을 주는 곡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물 속에서 추는 춤”. 이 앨범의 암묵적 컨셉에서 기대해봄직한 어어부 프로젝트의 사운드(앨범 [21C New Hair]에서의 천민 유랑극단 음악)는 아니지만 매력은 충분하다. 간소한 악기 편성으로 이루어내는 느린 록 사운드와 더불어 분열증적이고 초현실적인 가사는 특유의 ‘과장’을 지그시 누른 채 읊어진다. 그 외의 곡들은 전술한 바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닥터코어와 크라잉 너트는 각각 “닥터문이”와 “미안해”로 참여해 특유의 묵중한 그루브를 난사한다. 닥터코어의 경우 뽕짝의 애드립과 연주 스타일을 래핑과 뒤섞는 재치를 보여준다. 델리 스파이스는 앨범의 컨셉에 딴 눈 안 팔고 고유의 영역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으로 자리매김한다. 초기 미발표곡을 실었는데 몽환과 섬세함이 특징이다. 이 외에 모하비가 드럼앤베이스와 전형적인 가요 창법이 뒤섞인 테크노 트랙을 선보이고 있고, 신서사이저 멜로딕 베이스의 구조물 위로 래핑을 주고받는 갱톨릭의 “하면 되지”로 앨범은 끝난다. 이제 본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황신혜밴드의 김형태가 곡을 만들고, 앨범에 참여한 대부분의 보컬리스트들이 참여, 할당된 소절을 맡아 부른 합창(떼창)곡인 “똑바로 살아라”와 황신혜밴드 단독의 “뱅뱅뱅”이 남았다. “똑바로 살아라”의 경우, 김형태의 곡이어서인지 떼창으로 들리지 않고 황신혜밴드의 노래처럼 들린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다 된 그들의 파격으로 들린다. 익살맞은 키치 사운드를 통한 무정부주의적 ‘놀이’라는 음악적 기치가 ‘의미’를 찾으려는 청자의 ‘학구적 태도’까지 비웃는 태도로 특유의 스타일을 확보했지만,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재미’마저 그들의 ‘자족성’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아쉬운 것은 상투적인 표어를 늘어놓으면서 ‘막 나가는 척’하는 가사다. 어쨌든 최소한의 비틀기 전략을 찾으려하는 사람은 다소 민망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마저도 그들의 ‘의도’라면 할 말은 없지만. 1980년대 한국의 사이키델릭 록밴드(이른바 그룹 사운드), 더 나아가서 산울림에 대한 오마주처럼 들리는 “뱅뱅뱅”은 나쁘진 않지만 심심하다. “짬뽕”이나 “밥중독” 이외의 황신혜밴드는 나에겐 여전히 ‘놀이 이상의 강박’인가보다. 20001211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7/10 수록곡 1. 똑바로 살아라 – 떼창 2. 닥터문이 – 닥터코어 3. 미안해 – 크라잉 너트 4. 개가 개를 먹는 도다 – 노브레인 5. 언감생심 – 볼빨간 6. 물 속에서 추는 춤 – 어어부 프로젝트 7. Still Falls The Rain – 델리 스파이스 8. 뱅뱅뱅 – 황신혜밴드 9. 초강력 – 모하비 10. 하면 되지 – 갱톨릭 관련 사이트 영화 [하면 된다] 홈페이지 http://www.hamyon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