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e – Lovers Rock – Sony, 2000 8년만에 돌아온 ‘빈티지’ 샤데이 하마터면 샤데이(Sade)는 내 기억에서 잊혀질 뻔했다. 매력적인 그녀의 목소리도 들어본 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간간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녀의 세련되고 고급스런 스타일의 팝 넘버들은 이젠 ‘그 시절 그 노래’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긴, 그간 공백기간이 길었던 것은 사실이다. 1992년 네 번째 앨범 [Love Deluxe] 이후 새 앨범 [Lovers Rock]이 나오기까지 무려 8년이란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녀는 애초부터 분명하고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던 가수였다. 1980년대 중반, 마돈나(Madonna), 신디 로퍼(Cyndi Lauper)를 위시한 비디오형 가수들의 댄스 음악이 지배적이던 상황에서 R&B와 블루스에 재즈를 가미한 세련된 스타일의 곡들로 그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었다. 굳이 그녀가 영국에서 사는 나이지리아 출신 혼혈임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당시 팝계에선 상당히 독특한 경우였음은 분명하다. 그녀 최고의 히트곡이자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Smooth Operator”는 이러한 샤데이의 음악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으로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3집부터 그녀는 음악적 색깔을 조금씩 바꿔왔다. 1992년 4집 [Love Deluxe]에 가서는 재즈 스타일을 줄이고 좀더 블루스에 충실하려고 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샤데이의 인기곡들은 세련된 색소폰 연주를 바탕으로 한 경쾌하고 흥겨운 비트의 곡들이었다. 그녀의 5집 [Lovers Rock]은 전작 [Love Deluxe]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듯하다. 그러나 더 이상 “Smooth Operator” 같은 경쾌한 재즈 필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없다. 대신에 블루스, 소울, 힙합, 레게 등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시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확연히 눈에 띠는 스타일도 없다. 샤데이는 그저 힘을 빼고 조용히 속삭이듯 노래를 부르고 있으며, 밴드 멤버들 또한 최소한의 세팅으로 어쿠스틱한 연주를 들려준다. 전작들은 세련되고 정갈한 연주, 거기에 샤데이의 차갑고 허스키한 보컬이 마치 고급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 같았지만, 이번 앨범의 곡들은 낡은 테이프에 녹음된 중년(샤데이도 이젠 40대에 들어섰다) 여성의 조용한 육성 고백처럼 들린다. 앨범의 첫 싱글로 커트된 첫 트랙 “By Your Side”는 익숙한 멜로디에 신서사이저의 잔잔한 울림이 인상적인 곡이다. 앨범에서 “King of Sorrow”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다. 이 밖에도 힙합 스타일의 “Flow”, “Immigrant”, 레게 리듬을 깐 “All About Our Love”, “Slave Song”, 그리고 조용한 가스펠 곡 “It’s Only Love That Gets You Through”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앨범이 꾸며져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혼재는 자칫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앨범에서는 좀더 깊어진 가사와 간소한 연주와 녹음으로 앨범 전체를 무리없이 흐르게 한다. 사랑이 주된 테마임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것이 이젠 아픔을 감싸줄 수 있는 모성애로 드러나고 있으며(“By Your Side”, “The Sweetest Child”) 인종주의(Racism)에 대한 반대를 담은 두 곡 “Slave Song”, “Immigrant”에서 그녀는 더욱 개인적인 목소리를 낸다.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이 어떤 그릇에 담겨지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젠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에 좀더 귀를 모아야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가사뿐만 아니라 밴드의 연주나 녹음 작업도 한 몫하고 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는 밴드 멤버들과, 홈 레코딩 작업을 통해 좀더 라이브의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던 오랜 공동 프로듀서 마이크 펠라(Mike Pela) 덕택으로 샤데이의 음색은 더욱 도드라지고, 이는 결국 그녀의 노래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젠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의 감흥을 주기 어려운 엔야(Enya)나, 짙은 종교적 색채를 깔면서 더욱 신비스런 분위기로 무장했지만 도발적인 끼가 사라지면서 다소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온 시네드 오코너(Sinead O’Connor)와 비교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우연하게도 세 가수 모두 베스트 앨범 이후 올해 새 앨범이 나왔다). 샤데이의 이번 앨범은 올 한해 주목받았던 여가수들의 컴백 앨범 중에서도 단연 베스트다. 20001210 | 김승익 holy3j@hotmail.com 8/10 수록곡 1. By Your Side 2. Flow 3. King Of Sorrow 4. Somebody Already Broke My Heart 5. All About Our Love 6. Slave Song 7. The Sweetest Gift 8. Every Word 9. Immigrant 10. Lovers Rock 11. It’s Only Love That Gets You Through 관련 사이트 샤데이 공식 홈페이지 http://www.sade.com/s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