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Yo La Tengo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weiv] review 보기 앨범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밴드가 얼마나 될까? 이제 더 이상 욜라탱고 형들에게 바라는 건 없지만, 한가지 부탁을 한다면 형들의 다음 앨범을 또 3년이나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 (구세준) 전작의 놀라운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이 음반을 지나친다면, 당신은 커다란 축복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욜라텡고는 이제 서서히 우리 시대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최지선) ——————————————————————————————— 9 The Delgados [The Great Eastern] [weiv] review 보기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인디 밴드라는 사실도. 그래도 이 음반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정서적 울림을 담고 있다. 이를 모던 록의 끈질긴 생명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장호연) 아이의 웃음 뒤에 감추어진 슬픔 혹은 일상의 고요를 가장한 흥겨움. 때론 나른하지만 특화될 수밖에 없는 음률의 편재가 지속된다. (신주희) ——————————————————————————————— 10 Grandaddy [The Sophtware Slump] [weiv] review 보기 1998년 Mercury Rev의 [Deserter’s Song], 1999년 The Flaming Lips의 [Soft Bulletin]이 (앵글로 팝 중에서) 베스트였던 이유와 동일. 바다 건너 신천지를 찾던 앵글로의 후예들, 21세기에 실리콘 밸리에서 우주를 찾아나서면서도 슬픔(혹은 궁상)을 머금다. (신현준) 이들의 음악은 날아갈 듯 날아갈 듯 하면서도 실은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줍은 미소는 자칫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을 가볍게 극복한다. (정훈직) ——————————————————————————————— 11 Doves [Lost Souls] [weiv] review 보기 “자살”이란 영국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프랑스인들이 항상 주장을 하는데, 정말 영국의 찌뿌린 하늘과 안개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어릴 적 달력에서 항상 봐왔던 그런 영국의 모습은 요즘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브스의 노래들은 20년 전 달력 속, 흐린 날씨의 습습한 영국을 재현해주었다. 가끔은 블루스가 미국에서가 아니라 영국에서 나왔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정남) 신인답지 않게 자신감 넘치는 사운드는 필시 과거의 ‘댄스 음악’ 경력 때문일 것이다. 이들과 출신지가 같은 배들리 드론 보이가 진정한 의미에서 올 최고의 신인이라면, 이들은 올해 맨체스터가 배출해낸 최고의 ‘중고(!)’ 신인이다. 어쨌든 맨체스터는 또 경사난거다. (정훈직) ——————————————————————————————— 12 DJ Soulscape [180g Beats] [weiv] review 보기 ‘인디’라는 이유만으로 ‘아직은’ 어느 음반가게에서나 쉽게 볼 수 없는 DJ Soulscape의 첫 작품은 우연히 발견한 맛있는 사탕의 느낌이다. 힙합의 무거움도 여기서는 소울과 재즈의 선율로 아련하게 들리고,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마비가 된다. 그리고는 이내 현실에서 살짝 빠져 나와 있는 미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느새 음악이 끝나면 눈앞에서 아쉽게 사라지는 오아시스 같다고나 할까. 이제 멈춰져 있던 시간이 다시 가기 시작한다. 예기치 않았던 사소한 것의 기쁨.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음악. (김윤정) ‘힙합 클래식’까지는 과했지만, Guru, DJ Krush도 DJ Shadow도 부럽지 않은 ‘예정된’ 한국 인디 힙합의 개가. (박정용) ——————————————————————————————— 13 Various Artists [Take Me Home: A Tribute to John Denver] [weiv] review 보기 별의별 트리뷰트 앨범이 다 나오는 세상이지만, 미국의 포크/컨트리 국민 가수이자 인터내셔널 팝 스타였던 존 덴버를 기리는 헌정 음반이 인디 씬에서 만들어지리라고 누가 예상했으랴. 하지만 마크 코즐렉과 그의 친구들은 존 덴버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존 덴버를, 존 덴버를 아는 사람들에겐 색다른 존 덴버를, 참여 뮤지션이 낯선 사람들에겐 새 음악 조류를 안내하는 음반을 만들어냈다. 이쯤되면 트리뷰트 앨범에 관한 환멸 혹은 무관심을 재고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이 음반을 듣고 “Take Me Home, Country Road”, “Sunshine On My Shoulder” 같은 미국 ‘국민가요’들이 빠진 것에 서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러 ‘이 친구들이라면 그런 노래들은 또 어떻게 연주했을까’하는 호기심 어린 가정이라면 또 모를까. (이용우) ——————————————————————————————— 14 Bjork [Selmasongs] [weiv] review 보기 웬일인지 브욕은 몇 광년 멀리 떨어진 별에서 지구로 떨어진 시대착오적 외계인 같다. 헐리우드 고전기 뮤지컬 영화의 삽입곡 같은 노래를 불러도, 댄스곡을 불러도, 발라드를 불러도 미래에서 들려오는 노래같이 들린다. 그래서인지 내가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때는 이상하게도 이방인의 외로움과 외계에서의 전염된 두통이 느껴진다. (이정남) [Post]의 “It’s So Quiet”를 들으면서, 거리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뮤지컬 디바로서의 브욕을 상상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즐거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 상상이 실현되었으니 오죽하랴. 인더스트리얼, 고딕, 현 오케스트레이션, 브레이크비트가 한 자리에 모여 춤을 추고 그 위로 이상한 나라의 꾀꼬리 같은 그녀가 날아다닌다. (최세희) ——————————————————————————————— 15 어어부 프로젝트 [21c New Hair] [weiv] review 보기 파격과 해체, 천민정서의 극단,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요설들의 난타 혹은 잦아듦, 주정뱅이 개똥 철학자, 치기적 자살미수 전문인, 파멸로 가는 직효약이라며 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더러운 약장수, 무엇보다 자기 자신부터 전혀 추스릴 수 없는 구제불능의 영매(靈媒). (최세희) 본인들이 그렇게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어부는 영원한 인디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그래서 어어부는 더욱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전위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현실은 이들 음악처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