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adly Drawn Boy [The Hour of Bewilderbeast] [weiv] review 보기 음악은 이름값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영국 인디 팝의 역사와 깊이. 그, 사려깊은 우울함과 따뜻한 유머에 매혹당하다. (박정용) 새롭지는 않지만 이런 음악은 언제 들어도 따스한 감수성이 흐른다. 미국 음악 재료들을 영국 재치로 버무린 아기자기한 소품들의 성찬. 아참, 베스트 선정은 겨울에 이루어진다는 얘길 빼먹을 수 없다. (이볼) 영국의 중고 신인 배들리 드론 보이가 없었다면 금년은 상당히 쓸쓸한 한 해였을 것이다.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그의 음악은 들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뿜어낸다. 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악기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에게는 ‘새로운 포크의 등장’이라는 평가가 전혀 과찬이 아닌 듯. 더없이 상쾌하고 따뜻한 우리 시대의 목가. (장호연) ——————————————————————————————— 2 노브레인 [청년폭도맹진가] [weiv] review 보기 제목 : 전자 펑크 꼴라주 – 1. 난투편, 2. 청춘예찬편 * 제작자 : 호로 자식들(a.k.a. 잡놈 패거리) * 제작국 : 대한민국 South Korea (관련국 : 영국, 미국, 자메이카, 일본) * 재료 : (하드코어) 펑크, 스카/레게, 로큰롤, 블루스, 컨트리, 찬송가, 민중가요, 뽕짝 등 * 제작연도 : 2000년 (참고 연대 : 1995-2000) * 관련 공간 : 펑크 클럽/페스티벌 공연장, 해변, 대학/집회장, 자취방, 지하철(역)/지하도, 교회, 방송국 공개홀, 노래방, 관광버스 등 (이용우) 한국의 [London Calling]이라고 부른다면 지나친 과찬이라는 핀잔을 듣겠지만, 앞으로 한국 펑크 씬에서 이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2장 짜리 펑크 앨범은 보기 힘들 것이다. 아쉬운 점은 활력과 비애가 매끈하게 조화를 이룬 ‘청춘예찬편’에 비해, ‘난투편’에서는 공격적인 면만 강조하여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조성관) ——————————————————————————————— 3 U2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weiv] review 보기 2000년, 중년으로 이뤄진 아일랜드 출신 공룡 밴드가 “네가 남겨놓고 갈 수 없는 것들”이란 타이틀로 내놓은 앨범과 한국의 어느 40대 감독이 “나 다시 돌아갈래”란 대사를 인상적으로 담아낸 영화는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렇지만 그 둘은 (물론 서로 다른 의미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반추하게 하는 무엇인가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단순히 향수로서가 아니라. (이용우) 미국문화(블루스와 가스펠)에 대한 열등감도 없고, 새로운 것(일렉트로니카)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는 진짜 U2. (이볼) ——————————————————————————————— 4 OST [Buena Vista Social Club] [weiv] review 보기 언제나 빔 벤더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꽉찬 선곡으로 평론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번 영화의 사운드트랙 역시 그러하였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경우에는 음악이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영화가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한때 MBC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란 캠페인을 한 적이 있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그것과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내가 라틴 문화계에서 자라났다면 이 음악을 듣고 지금과 같은 감동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 바다 너머 음악에 대한 부르주아적인 취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단 머리를 떼버리고 음악을 들어보면 평생 무명악단으로 살아온 할아버지들의 스완 송은 ‘감동적’이라는 말말고는 달리 표현이 안 된다. (이정남) 발매된 지 3년이 지나 국내에 소개된 이 음반에는, 저간의 사정과 언론의 일치된 찬사를 넘어서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음반에 참여한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도 경이롭고, 이것이 성공을 낳은 것도 경이롭고, 그래서 이 음반을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경이롭다. 그렇지만 하나의 계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그래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음반. (장호연) ——————————————————————————————— 5 Radiohead [Kid A] [weiv] review 보기 일관된 정서를 폭넓게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동안 기계적 사운드는 필수였던 바, 이에 타협하지 않고 속화된 도구를 승화시켜 효과의 극대화를 가져오니 결국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닌 정신으로, 사용자에 따라 ‘도리도리’가 되기도 하고 ‘프로그레시브’가 되기도 한다. (신주희) [OK Computer]만큼 정서적으로 강렬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음악적으로 견고해진 록 음악의 미래. (이볼) ——————————————————————————————— 6 DJ DOC [The Life… DOC Blues 5%] [weiv] review 보기 이런 음악은 그냥 좋다.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그런 게 좋은 대중가요(혹은 팝송)이다. 머리 굴릴 필요도 없고, ‘평론’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듣고 나서 자기가 한심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지식인의 양아치 문화의 낭만화’만 없다면 더욱 더. (신현준) 스캔들과 음악적 퀄러티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DJ DOC는 분명 2000년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행운아였다. 이들이 대학가 최고의 인기 그룹이 될 줄은 그 누가 알았을까. (최지선) ——————————————————————————————— 7 Common [Like Water for Chocolate] [weiv] review 보기 ‘온고지신(溫故之新)’, 흑인음악의 뿌리에서 찾아낸 새로운 힙합의 가능성.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아프로-재즈-힙합의 교과서. (박정용) 훈계와 교시가 재미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음악과 가사의 재치. 흑인이 지성을 담아서 대미제국(大美帝國)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음악.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를 잇는 검은 대서양(Black Atlantic)의 계속되는 역사. 게토를 위한 최음제(aphrodisiac)인 갱스터 랩을 넘어 세계를 향한 아프리카주의(afrodesiac for the world!)로. (신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