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201081132-gigs2긱스 – Gigs 02 – 폴리미디어/크림, 2000

 

 

사공이 많은 슈퍼밴드의 두 번째 난장판

이적, 한상원, 정원영, 강호정, 이상민, 정재일. 제각기 수준급의 음악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받는 6인의 음악인들로 이루어진 ‘슈퍼밴드’ 긱스(Gigs). 이렇듯 멤버들 모두가 나름대로의 실력을 자랑하는 밴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서로의 음악적인 견해차로 인한 불화의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멤버 숫자가 여섯이나 되고 밴드를 이끄는 핵심 멤버를 누구라고 꼬집어서 말할 수 없을 경우에는 더욱 그런 우려를 할 만하다. 그런데 데뷔 앨범이 나온 지 1년이 좀 덜된 시점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2집이 발매된 것을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잠깐. 이들의 새 앨범을 들어보고 나서는 ‘불화 없음’이 오히려 찜찜한 이유가 무엇일까?

2집을 꺼내 들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사운드는 깔끔하고 연주력도 그다지 흠잡을 데가 없다.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서인지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앨범의 완성도를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첫 곡인 “동네음악대”와 마지막 곡인 “가자!”를 들어보면 긱스는 두말할 것도 없이 훵크(funk)를 추구하는 밴드이다. 하지만 앨범 전체에서 일관된 흐름을 찾아보기 힘들고, 곡들에 따라서는 아주 명백한 음악적 차이가 드러난다. 앨범 속지를 들여다보면 6명의 멤버가 모두 최소한 한 곡씩은 작곡했음을 알 수 있는데 처음 곡 “동네음악대”는 한상원이, 그 다음 “짝사랑”은 한상원과 이적이 공동으로, “축복”을 포함한 세 곡은 이적이, “탈주”를 포함한 세 곡은 정원영이,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이 각각 한 곡씩을 맡았다. 결국 작곡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곡들이 심한 편차를 보인다. 단적인 예로, 강호정이 작곡한 “The Real Me”는 무척 인상적인 곡이긴 하지만, 이 곡의 어둡고 무거운 정서는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뛰어난 음악인들로 구성된 밴드에서 불화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 본다. 다시 말해 밴드 멤버들이 서로의 음악적 역량을 지나치게 존중해서 밴드가 자칫 ‘사공이 너무 많은 배’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꼭 불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밴드 내에서 일종의 음악적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이 단지 개성 있는 음악을 하는 ‘개개인들의 집합체’를 넘어서서 나름대로 색깔을 지닌 ‘밴드’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여기에 조금만 덧붙이자면, 이적은 좀 더 재치있고 유쾌한 가사를 만들었으면 한다. “음악감상 웃기지 말고 평론가도 재수니”(“동네음악대”)는 재미있지만,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 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짝사랑”)는 글쎄? 20001127 | 정훈직 seattle1@chollian.net

6/10

수록곡
1. 동네음악대
2. 짝사랑
3. 축복
4. 탈주
5. 동팔이 Blues
6. 늙은 딜러에게 묻다
7. 새
8. 그 날 이후
9. Complex Complex (Interlude)
10. The Real Me
11. 끝
12.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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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스 [Gigs] 리뷰 – vol.1/no.9 [199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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