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 비둘기는 하늘의 쥐 – 석기시대/킹레코드, 1996 참을 수 없는 기타팝의 유혹 음악을 듣다보면 가끔 음악을 직접 하고픈 유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음악 공부는 해본 적이 없고, 악기도 잡아본 적이 별로 없는데. 특히 음악하면 복잡한 콩나물들만 떠오르고, 어릴 적부터 들어온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고. 그렇다고 음악을 만들고픈 욕구를 포기할 순 없지. 누구는 처음부터 재능을 타고났나. 그리고 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해서(그것만이 이유는 아니겠지만) 1990년대 중반 홍대 앞으로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인디의 시작이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데뷔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는 홍대 앞 인디 씬이 낳은 최초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보컬, 기타)은 테크닉 위주의 한국 대중 음악 문화에 환멸을 느껴 음악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밴드를 결성하여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연주를 하면서 음반이라는 것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이 음반에 대해 어떤 이들은 냉소로 답했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이 음반에 열광했다. 물론 대단한 기교와 음악성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에 대한 소박하고 순수한 열정은 이들을 일종의 컬트 밴드의 위치에 올려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체로 단순한 코드 진행을 기초로 하여 소박하고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를 보여준다. 가령 “우스운 오후”는 처음부터 끝까지 C-Am-Dm-G7으로 진행하고, “동경”은 세 개의 코드만을, “팬클럽”과 “로랜드 고릴라”는 두 개의 코드만을 반복한다. 하지만 곡의 구성은 종종 관습적인 진행에서 벗어난다. “동경”은 버스-코러스 구성에서 코러스 부분을 보컬 대신 기타가 맡고 있으며, “보여줄 순 없겠지”는 클라이맥스 없이 버스의 반복으로 구성된다. 또 “산책끝 추격전”은 상이한 분위기의 두 곡이 하나로 엮어진 곡이고, “동경”과 “보여줄 순 없겠지”는 접속곡 형식으로 이어져있다. 이는 멤버들이 작곡법이나 음악 형식에 정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구성인데, 역으로 단순한 곡조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에서 주목할 것은 청명한 기타 톤과 자연스러운 목소리이다. 수록곡들 대부분에서 기타는 자연스러운 소리로 연주되며, 보컬은 바이브레이션 없이 일상적인 톤으로 노래된다. 그리고 “20대 초중반의 열패감에 빠진 소년의 자아와 내면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상념 같은 것들을 스케치하는 식으로” 가사를 썼다는 이석원의 말처럼, 사춘기적 감성과 혼란스러움이 밝은 사운드 속에 감춰져 있다. 인디 씬이 형성될 무렵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언니네 이발관의 데뷔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는 한국 인디의 지형도에서 새로운 감수성을 알린 음반인 동시에 기타팝의 전형을 보여주는 음반으로 기억된다. 20001115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8/10 수록곡 1. 푸훗 2. 동경 3. 보여줄 순 없겠지 4. 쥐는 너야 5. 생일 기분 6. 산책끝 추격전 7. 팬클럽 8. 로랜드 고릴라 9. 상업 그런지 10. 미움의 제국 11. 소년 12. 우스운 오후 관련 사이트 언니네 이발관 팬 사이트 http://myhome.hananet.net/~loomer/unnin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