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 – Drifting – 라디오, 1998 소박한 감성으로 빚은 멜로디 한국의 모던 록의 흐름 속에서 ‘미선이’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언니네 이발관이 기존 록 음악의 ‘테크닉 지상주의’와 선을 긋고 ‘멜로디적 상상력’을 음악의 중심에 불러왔다면, 미선이는 서투른 솜씨지만 이를 연마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델리 스파이스가 주류와 큰 거부감 없이 손잡고 ‘성장’해 가는 동안 그들은 (물론 자신들의 병역상의 문제도 있지만) 인디 씬 내에서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 외에도 미선이를 모던 록계의 ‘선배’들과 구분 짓게 하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음악’이다. 노스탤지아(nostalgia). 미선이의 음악을 한 단어에 억지로 구겨 넣는다면 이게 아마도 가장 적당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노스탤지아가 ‘무언가에 대한 향수, 혹은 그리움’이라면 그들의 음악은 그 감정의 동선을 따라 부유(drifting)하고 있다. 그것은 팝적인 감수성 섞인 선율과 일상의 묘사와 상처받은 자아에 대한 위로, 그리고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대와 좌절로 이어지는 가사의 어우러짐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바탕 위에 그들이 엮어가는 사운드는 소박하고도 차분하다. 베이시스트의 갑작스러운 탈퇴로 우연히 올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가 되어버린 조윤석은 기타, 보컬, 베이스, 키보드를 직접 연주했다. 또한 이를 받쳐주는 김정현의 드러밍은 조윤석의 연주와 큰 부딪힘 없이 앨범전반을 이끌고 간다 이 앨범은 크게 세 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다.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가벼운 드럼 터치, 튀지 않는 베이스라인으로 이루어진 ‘팝 이디엄’에 충실한 “Sam”, “치질”, “Shalom”, “송시” 같은 곡들이 앨범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면, 기타와 피아노가 이끄는 잔잔한 선율이 인상적인 “Drifting”, “시간”, “진달래 타이머” 등은 그들의 여린 감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올드스쿨 힙합의 냄새가 조금은 나는 “두 번째 세상”이나 거친 사운드로 중무장한 “섬” 등은 팝의 자장 밖으로 몇 걸음 내디딘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들은 앨범 재킷처럼 저마다의 색깔이 강렬하지만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인디 씬이 성장하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갈 즈음 나왔던 이들의 앨범은 펑크의 ‘거침의 미학’과 인디 씬 전반의 ‘문제’로 인식되던 연주의 미숙함에 식상해 하던 사람들, 그리고 ‘팝적 감수성’에 익숙한 이들에게 청량제의 역할을 하였다. 병역문제가 발목을 잠시 잡고 있지만 미선이가 데뷔 앨범의 신선함을 넘어서는 앨범을 만들기를 기원한다. 서퍼모어 징크스라는 덫에 걸리지 않기를. 20001114 | 조성민 chosama@orgio.net 8/10 수록곡 1. Sam 2. 송시 3. 진달래 타이머 4. 치질 5. Drifting 6. 섬 7. Shalom 8. 시간 9. 두번째 세상 10. Drifting(instrumental) 관련 사이트 미선이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miso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