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6011333-u2popU2 – Pop – Island/Universal, 1997

 

 

록 스타에서 팝 스타로

초히트 앨범을 낸 로커가 매너리즘이라는 고질병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은 새로운 장르나 스타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맨체스터 사운드를 독창적으로 수용한 [Achtung Baby](1991)는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로 최고라는 반응을 이끌어냈고, 최고의 스태디엄 로커와 록계의 슈퍼스타라는 굴레는 점점 더 견고해졌다. 이러한 우상화가 U2 자신들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지, [Zooropa](1993)에 이어 1997년에 발표된 [Pop]은 괴상한 모습과 이미지로 등장했다. 가볍게 보면 한없이 가볍고, 무겁게 보면 한없이 무거운 것이 “pop”이란 화두이기에…

첫 싱글 “Discotheque”의 뮤직비디오에서 보노(Bono)를 비롯한 전 멤버는 80년대 디스코와 게이 컬쳐의 아이콘인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옷을 코스프레하고 등장했으며, 어정쩡한 춤도 보여주었다. 엣지(The Edge)의 기타 소리는 왠지 육감적으로 들렸고, U2답지 않은 신스팝 같은 사운드와 뮤직비디오에서의 점잖지 못한 행동에 많은 U2 팬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피드백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예정되었는지, “Discotheque”의 후속 싱글은 아주 전형적인 U2 사운드인 “Staring At The Sun”이었다. 하지만 이 싱글은 예전의 “One”과 다를 게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당시 브릿팝의 열풍을 타고 영국을 중심으로 팝의 복권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디스코를 비롯한 싸구려 댄스 음악으로 구성된 펄프(Pulp)의 [Different Class]는 90년대 중반 최고의 팝 음반이었다. 하지만 U2는 펄프처럼 자유롭게 날기엔 너무 무거웠다. 결정적으로 [Pop] 앨범의 재킷과 싱글 재킷으로 사용된 베이시스트 아담 클레이튼(Adam Clayton)의 누드 사진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팝 아트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었다. 의도와는 달리 오늘날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사진을 보고 가볍게 넘길 사람은 별로 없듯이, U2의 [Pop] 역시 록 스타의 신화를 깨기 위한 그들의 의도를 담고 있었지만 일반 청자들의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미지는 젖혀두고 앨범은 어떠한가? 예상외로 테크노적인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곡보다는 전통적인 U2의 곡들이 더 많고, 딜레이 걸린 엣지의 영롱한 기타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테크노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Mofo”의 놀라운 속도감은 U2라는 그룹이기에 가능한 사운드였다. 전반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소리를 높이기보다 차분히 속삭이는 보노의 목소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기타와 베이스 등 모든 악기는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울림을 들려준다. “Discotheque”의 깜짝쇼와 ‘pop’이란 거창한(?) 제목만 없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20001114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6/10

수록곡
1. Discotheque
2. Do You Feel Loved
3. Mofo
4. If God Will Send His Angels
5. Staring At The Sun
6 .Last Night On Earth
7. Gone
8. Miami
9. The Playboy Mansion
10. If You Wear That Velvet Dress
11. Please
12. Wake Up Dead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