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 Achtung Baby – Island, 1991 실험주의와 절충주의의 행복한 만남 1990년대 10년에 걸쳐 이미지와 스타일을 변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U2는 아직까지 ‘1980년대, 인기 록 밴드’라는 아이콘이 강하다. U2는 팝과 메탈이 화려한 폭죽을 쏘아대던 1980년대에 몇 안 되는 ‘록(큰롤) 십자군’이었다. 이들은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 후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한 [War](1983)까지 (편의상) 1기에 정치적이고 기독교적인 메시지와 직선적인 포스트펑크 사운드를 선보였고, 영미권 차트 1위와 그래미상 수상을 불러온 [The Joshua Tree](1987)에서 정점을 이룬 2기에 메시지와 사운드를 한층 정제시켜 양심적이고 영적인 록 음악을 구사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의식 있는 음악과 대중성(혹은 비평적 찬사와 상업적 성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세계적인 록 밴드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3기 U2의 시작을 알린 [Achtung Baby](1991)는 라이브와 신곡을 반반씩 섞은 더블 앨범 [Rattle & Hum](1988) 이후 3년만의 신작이다.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다니엘 래노이스(Daniel Lanois)가 여전히 프로듀서로 참여하였고, 다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와 플러드(Flood)가 믹싱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여 베를린에서 녹음되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또한 건스앤로지스(Guns & Roses)의 [Use Your Illusion]과 메탈리카의 [Metallica], 모틀리 크루(Motley Crue)의 [Decade Of Decadence]가 막 (그러나 마지막이 될) 불꽃을 태우던, 그리고 너바나의 [Nevermind]가 차트 밑바닥부터 맹렬히 올라오던 1991년 11월에 발매되었다는 점은 상징적인 동시에 시사적이다. [Achtung Baby]는 기존의 U2 팬들에게 충격과 혼란을 안겨준 앨범으로 1990년대 U2의 변신을 예고한 신호탄이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사회적 양심, 종교적 테마를 노래하는 신실한 태도로 ‘진정한 록 밴드’라는 명성을 얻던 이들이 선택한 항로는 자성적인 메시지와 뒤틀리고 혼합된 사운드였다. 새로운 U2 사운드는 잔뜩 뒤틀린 엣지(The Edge)의 기타와 보노(Bono)의 보컬이 차가운 철(鐵)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첫 곡 “Zoo Station”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더스트리얼적인 첫 곡에 이어지는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또한 여러 종류의 이펙트를 이용한 엣지의 기타가 변화무쌍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댄스 리듬과 성적인 연상을 일으키는 보노의 후반부 보컬은 충격적이다. “The Fly”의 일렉트로닉 댄스 리듬과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의 기타와 보컬, 그리고 “Mysterious Ways”의 날이 선 혹은 날 것의 이미지의 훵크 사운드도 이들의 극적인 변화를 증명한다. 가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음반에서 U2는 메시지의 정치성과 종교성 대신 개인의 내적인 성찰을 그린다. 비유적이지만 비교적 뚜렷한 메시지를 담던 그간의 방식에서 물러나 모호하고 회의적이며 때로는 냉소적이기까지 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양심이 때로 해충이 될 수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 / 야망이 성공의 손톱을 물어뜯는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 / 모든 아티스트는 식인종, 모든 시인은 도둑 / 모두 자신의 영감을 죽이고 깊은 슬픔에 대해 노래하지’와 같이 냉소적인 자기 패러디를 하기도 한다(“The Fly”). U2의 변화는 시각적으로도 두드러진다. 이전의 음반 재킷들이 하나의 사진/이미지로 구성된 데 반해 이 음반의 재킷은 퍼즐 같은 16등분된 지면에 조그만 정사각형 사진 16장이 붙은 구성이다. 사진들은 현란한 팝 아트적인 것인데 사진 속의 멤버들 모습, 특히 보노의 모습은 위악적이고 악마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뮤직 비디오와 ‘Zoo TV’ 투어는 U2의 이미지 변신을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 포스트모던 기법을 담은 뮤직 비디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미디어와 정치에 대해 풍자한 순회공연은 이들의 바뀐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Achtung Baby]가 U2에 있어서 극과 극의 이동을 뜻하는 음반은 아니다. 아무리 실험적으로 일렉트로니카와 인더스트리얼, 훵크와 힙합, 노이즈의 ‘요소’를 비틀어 녹여냈다고 해도 U2 고유의 에토스는 이어진다. 보노의 보컬은 더 이상 분노에 찬 내지름과 가스펠적인 발성으로 단순화할 수 없지만 아직 ‘보노표 창법’이 다수이며, 엣지의 기타는 좀더 많은 이펙트를 복잡하게 구성하여 놀랄 만큼 다양한 음의 스펙트럼을 들려주지만 딜레이와 페이저를 통한 특유의 출렁이는 기타는 여전히 음반의 곳곳에 출몰한다. 이 음반을 절충적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다. “One” “Love Is Blindness” 같은 발라드나 “So Cruel”은 U2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울림을 주는 트랙들이다. [Achtung Baby]는 1980년대에 팝 음악의 지배적인 조류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부단한 변화와 열정으로 성공을 구가했던 U2가 1990년대를 맞아 더욱 실험적인 자세로 빚어낸 역작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과 그 뿌리에 해당하는 음악들)에 대한 순례를 마친 U2의 1990년대 행보는 동시대 영국의 레이브와 매드체스터 씬의 성향을 흡수하면서 록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실험주의와 절충주의의 행복한 만남이란 무엇인가를 모범적으로 증명한 이 음반 이후 U2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과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를 더욱 뚜렷이 하게 된다. 2000년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로 다시 회귀하기까지. 20001115 | 이용우 djpink@hanmail.net 9/10 수록곡 1. Zoo Station 2.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3. One 4. Until The End Of The World 5. Who’s Gonna Ride Your Wild Horses 6. So Cruel 7. The Fly 8. Mysterious Ways 9. Tryin’ To Throw Your Arms Around The World 10. Ultra Violet (Light My Way) 11. Acrobat 12. Love Is Blind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