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65은희의 노을 – 노을팝 – 카바레, 2000

 

 

사랑과 추억의 여름 캠프를 위한 신세기 키취

딕 훼밀리, 샌드 페블스, 뚜와에 무와 등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이 재현, 확장하고 있는 사운드를 통해 아련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을 ‘향수’할 만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이 앨범이 실제적으로 가 닿을 수 있는 경로는 얼마나 좁은지…)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복고가 새로운 ‘대안(?)’이 된 지 오래인 지금의 문화 덕에 과거로부터 단절된 세대라고 해도 이런 사운드에 쉽게 친숙해질 수 있다는 식의 심뽀 고약한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은희의 노을이 보여주는 기타 팝의 복고적 정서가 가령 브릿팝 혹은 후기 브릿팝(벌써?)이 제시했던 스타일보다 7,80년대의 한국 포크 팝 사운드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소박한 재치가 엿보이는 ‘재해석’으로 들리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인 [노을팝]을 채우는 정서는 ‘젊음과 사랑의 시절에 겪는 아름답고 쓸쓸한 추억들’이다. 그 정서는 퇴행적인 환상에 빠진 젊은이들이 의례 그렇듯 음습하고 치기 어린 비장함으로 얼룩져 있는 ‘고통’이 아니라 햇살이 응달 하나 없이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여름만 있는 시절의 ‘특권적인 애상’이다.

박수 갈채 소리의 샘플링과 함께 시작되는 첫 트랙 “무대”부터 이러한 ‘햇살팝’의 온기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아마도 이 앨범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 중의 하나일 듯한 이 곡에서 어쿠스틱 기타의 아기자기한 리프와 디스토션을 완전히 배제한 일렉트릭 기타의 몽환위로 김종욱의 중성적인 비음이 ‘의도적인’ 촌스러움을 실어 젊음의 특권적인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의도적 촌스러움’은 더욱 분명해 진다. “son of a beach”라는 위악적 조어법과 달리 얼핏 딕 훼밀리의 “나는 못난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천진난만한 사운드를 깔고 여린 바이브레이션으로 마디마디를 장식하며 노래하는 것은 ‘캠프파이어와 함께 타올랐던 사랑이 여전한 지난 여름에 대한 추억’이다. 이른바 ‘캠프파이어용 합창곡’의 ‘복원’인 셈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여름 휴가철의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앉아 동요에 가까운 캠프파이어 송을 손뼉치며 합창했던 ‘구닥다리들’의 놀이 문화를 어느 정도까지 사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피해의식성(?) 의문이 잠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악의 없는 예쁜 키취송들의 행진 속에서 구닥다리의 선입견은 편하게 자취를 감춘다.

그것은 가령 “비온 뒤”나 “비가 와요”와 같은, 앨범내의 주 정서에 충실한 트랙들이 아닌 다른 곡들을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감지된다. 훵키(funky)한 드럼 비트와 일렉트릭 디스코 리듬이 이색적인 “버블라이프”는 무심을 가장한 박정준의 목소리와 함께 어울려 역시 과거의 디스코 팝을 재현하고 있으며, 드물게 디스토션 걸린 일렉트릭 기타가 김경탁과 김종욱의 단아한 중창 뒤에서 지글대는 “스마일” 역시 그런지 팝을 ‘노을팝적 에토스’에서 풀어내고 있다.

은희의 노을은, 그들의 의도와 별 상관없이 처음부터 B급 문화나 화석 문화의 복원을 취향 화한지 오래인 요즘의 문화 카테고리 안의 범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데뷔 EP인 [Vol.0.5 Spring](1999, 캬바레)부터 지형적인 음악적 원천이 뚜렷해 보이는 비정치적 포크 팝의 노선을 계속해서 확장해 오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이들을 음악적으로 가동시키는 힘이 ‘좋았던 시절에 대해 선험적으로 그리워하는 유아기적 동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 ‘목가적이고 회상적인 정취’의 기반이 되는 시절에 대한 정치 사회적 소고를 통한 다른 해석은 이들에게 부당한 혐의가 될지도 모른다. 이들이 발굴해 새로운 결(texture)로 덧칠해내는 ‘복고에 대한 향수’에서 느껴지는 것은 ‘급조된 야심’보다는 ‘소박한 취향에 대한 성실함’이기 때문이다. 20001114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6/10

수록곡
1. 무대
2. son of a beach
3. 젊은 미소
4. 버블라이프
5. 사랑의 여행
6. 안녕, 안녕!
7. 스마일
8. 비가 와요
9. 비온 뒤
10. 꿈
11. hidden track

관련 글
은희의 노을 [vol.0.5 Spring] 리뷰 – vol.1/no.2 [199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