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6123228-lennyLenny Kravitz – Greatest Hits – EMI, 2000

 

 

복고풍 ‘천재’의 그루브한 일대기

슬라이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존 레논(John Lennon), 프린스(Prince),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지미 헨드릭스(Jimmy Hendrix), 레드 제플린(Led Zepplin)…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이 거장들의 장점만을 모아 한 명의 아티스트에게 부어놓는다? 이런 과분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다. 본토와 유럽에서의 찬사와 호평, 인기와는 달리 국내에선 흔한 팬사이트 하나 없는 현실이 조금 의아할 정도이며, 국내에선 오히려 긱스(Gigs)의 정재일을 한국의 레니 크래비츠로 불리면서 그의 존재가 알려진 바 크다. 하지만 그를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에 스트링 편곡, 작편곡, 프로듀서까지 다 해내는 만능 테크니션 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의 음악에는 소울과 블루스에 근거한 필(feel)과 그루브(groove), 70년대 클래식 록에 대한 전통적 해석과 사이키델릭이 용해되어 있으며, 이를 더할 나위 없이 복고적이면서 동시에 창조적으로 해석한 요소들로 넘치기 때문이다.

1989년 [Let Love Rule]로 시작해 11년만에 낸 이번 베스트 앨범은 앨범 중심의 활동을 했던 그의 음악을 온전히 담기에는 모자람이 크지만, 1-5집까지의 곡들을 고르게 수록하고 있어 국내에서 유난히 낯선 그의 음악을 한번에 접하기에 무리가 없다. 앨범은 가장 잘 알려진 “Are You Gonna Go My Way”의 호방함으로 시작한다. 레드 제플린의 선굵은 사운드의 영향이 분명하지만, 레드 제플린의 원초적인 질감과는 달리 잘 짜여진 코드 진행이나 리듬은 세련되고 도회적인 느낌을 준다. 이는 이후의 곡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소울, 블루스, 클래식록, 사이키델릭 등 거칠고 원초적인 지난 시절의 음악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면서 세련되고 도회적인 사운드로 뽑아내는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의 뿌리를 둔 그루브한 리듬감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는 “Fly Away”나 “American Woman” 같은 로큰롤부터 “It Ain’t Over Til It’s Over”, “I Belong To You”, “Stand By My Woman” 같은 발라드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된다. 특히 “It Ain’t Over Til It’s Over”에서 드러나는 리듬 기타와, 80년대 디스코의 영향이 분명한 키보드, 세련된 창법이 뒤섞여 물결치는 듯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부분은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곤 하는 프린스가 끊임없는 실험과 이단(異端)의 음악세계에 집착해 있다면, 레니 크래비츠는 전통적인 방식의 ‘고수(固守)’ 안에서 ‘답습’이 아닌 음악적 ‘진화(進化)’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꽉 짜여진 사운드의 질감에서 드러나는 프로듀싱 능력은 모든 공정을 혼자 한다고 해서 접어주고 갈 만한 그런 수준이 아니다. 뜬금 없기는 하지만, 굳이 붙인다면 가장 적절히 그를 표현하는 단어가 ‘천재’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물론, 존 레논보다는 폴 매카트니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보다는 퀸시 존스(Quincy Jones)에 가까운 그런 ‘천재성’이지만. 20001114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Are You Gonna Go My Way
2. Fly Away
3. Rock And Roll Is Dead
4. Again
5. It Ain’t Over Til It’s Over
6. Can’t Get You Off My Mind
7. Mr. Cab Driver
8. American Woman
9. Stand By My Woman
10. Always On The Run
11. Heaven Help
12. I Belong To You
13. Believe
14. Let Love Rule
15. Black Velve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