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inda – Terra e Ar – Celluloid/Melodie, 1996(World Sound/2clipse, 2000) 파두 디바가 파리에서 부르는 애가(哀歌) 최근 활동하는 파디스타 중에서 베빈다(Bevinda)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포르투갈 태생이지만 3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그녀는 현재도 리스본이 아닌 파리를 주요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출생한 곳도 파두의 본향인 알파마나 꼬임브라가 아닌 포르투갈 북부의 소도시인 푼다웅(Fundao)이었으며, 성장한 곳이나 활동무대가 프랑스라는 사실 때문에 베빈다의 음악은 파두의 ‘이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통’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우리로서는 차라리 친숙하다. 17살 때부터 세르쥬 겡즈부르(Serge Gainsbourg) 등의 샹송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직업 가수의 경력을 시작한 점이나 성인이 된 다음에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를 배웠다는 사실로 미루어 유추한다면 이 음반은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음반인 셈이다. 작년에 나온 4집 음반의 한 곡은 국내 모 PCS폰 광고와 드라마 주제곡으로 사용된 일도 있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2집 음반 [Terra e Ar]은 4집 음반에 실린 수록곡보다 오리지널 파두에 가까운 편이다.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최근작들이 ‘팝 파두’에 가깝다면 이 음반은 다소 거리를 둔다는 점이다. 특히나 파두의 여왕인 고(故)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대표곡들인 “Barco Negro(검은 돛배)”와 “Lagrima(눈물)”가 리메이크되어 있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불행히도’ 내게는 이 곡들이 제일 좋다. 물론 타이틀곡 “Terra e Ar(대지와 하늘)”의 달관한 분위기나 “Sozhina(홀로)”의 절절함도 나쁘지 않지만. 악기 편성은 기따라(기타)를 중심으로 카바퀴노,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온 등이 거들고 현악기와 퍼커션 등이 여기저기 삽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파리에서 제작된 음반’답게’ 정갈하면서도 애상적인 텍스처가 펼쳐진다. 파두에 어느 정도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세련되게 현대적으로 프로듀스된 파두 음반’의 가치에 대해 물을 듯하다. 그렇지만 (영미) 팝 음악과 함께 듣는다면 이 음반은 어떻게 들릴까. 게다가 ‘라틴 음악’이라기에는 리듬도 강하지 않고 관능적이지도 않다. 혹시 ‘라디오헤드의 궁상은 들어줄 만한데 베빈다의 궁상은 못 들어주겠다’고 느낀다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 전자는 ‘앵글로’의 궁상이고 후자는 ‘라티나’의 궁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자는 ‘청년’의 정서이고 후자는 ‘성인’의 정서이기 때문일까. 20001114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Aqui Em Evora 2. Asia 3. Sereia 4. Sozhina 5. Agua 6. Terra e Ar 7. Em Goa 8. Barco Negro 9. Feiticeiras 10. Lagrima 관련 글 Bevinda [Fatum] 리뷰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멜로디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melodie.c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