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ork – Selmasongs – Universal, 2000 브욕 인 사운드 오브 뮤직 ‘이상한 나라의 브욕’은 모르긴 몰라도 마법사의 혈통을 물려받았음에 틀림없다. 또 한 명의 마법사 스테픈 메릿(Stephin Merritt)처럼 그녀가 지나간 곳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상들이 소록소록 태어난다. 그녀의 손을 거치면 댄스 음악은 ‘이상한’ 댄스 음악이 되고, 재즈는 ‘이상한’ 재즈가, 전자 음악은 ‘이상한’ 전자 음악이 된다. 이처럼 놀라운 음악 세계는 중력이 무시되고 시작과 끝이 없으며 시공간이 뒤얽힌 마법의 공간이다. 마치 사람들도 동물도 집도 시계도 바이올린도 모두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샤갈(Marc Chagall)의 회화처럼. 대중 음악에도 초현실주의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브욕에게 초현실주의자의 훈장을 달아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관습과 경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그녀에게 뮤지컬은 썩이나 어울리는 장르처럼 보인다. 그녀의 연극적인 기질은 일찍이 주목받아왔던 바, 이는 올해 칸느 영화제에서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뮤지컬 영화 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작은’ 이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음반은 바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지난 앨범 [Homogenic](1997)이 예사롭지 않은 음반이었던 것만은 분명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오한 탓에 가까이하기 힘들었다면, [Selmasongs]는 그 점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좋다. 그 어떤 앨범보다도 그녀의 신비로운 세계를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매력은 무엇보다 거칠 것 없는 자유로움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때로는 순진하게 때로는 고집스럽게 내지르는 고함에 가깝고, 사운드는 실제 악기 연주보다 다양한 스타일에서 조합한 전자 악기음이 중심이며, 가사는 모호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물론 상상력 넘치는 뮤직 비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점차 그녀의 음악은 진지하고 무거운 쪽으로 변화해왔다. 세상에는 동화나 판타지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듯 말이다. [Selmasongs]에는 이 두 세계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경쾌함(“Cvalda”, “In The Musicals”) 이면에 자리잡은 절박한 진지함(“I’ve Seen It All”, “Scatterheart”)의 세계… 독특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 개성을 긍정할 것이냐 부정할 것이냐에 따라 문장은 극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브욕의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나 자신을 포함해서). 그녀는 많은 개성 있는 사람 중에 그 개성을 인정받는 얼마 안 되는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30분 남짓한 이 음반이 더욱 아쉬운지도. 20001015 | 장호연 ravel52@nownuri.net 7/10 수록곡 1. Overture 2. Cvalda 3. I’ve Seen It All 4. Scatterheart 5. In The Musicals 6. 107 Steps 7. New World 관련 사이트 앨범 수록곡 가사와 리얼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 곳 http://www.selmasongs.com/ 소속 레코드사의 브욕 페이지 http://www.elektra.com/retro/bjork/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