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stica – The Menace – Atlantic/2000 새롭지만 흡족하지는 않은 변신 그동안 일래스티카는 밴드 자체의 음악적 역량보다 저스틴 프리쉬먼(Justine Frischmann: 보컬)의 중성적인 카리스마와 염문설 등 음악 외적인 요소로 주목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지난 1집에서 표절시비에 여러 차례 휘말렸으며 일부는 당당히 인정하기까지 했던지라, 이번 2집이 그다지 기대되지는 않았다. 전체 러닝타임도 40분이 채 안되었기 때문에, 또 펑크로 적당히 밀어붙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네 번째 트랙 “Image Change”를 기점으로 이들의 이미지는 조금씩 ‘체인지’되기 시작한다. 음울하게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키보드 위에 얹혀지는 저스틴의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는 따뜻한 물 속을 흐느적거리며 부유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한 트랙 건너 “Human”에서 그 모호함은 한층 깊어지며, “Miami Nice”에 이르러 보컬은 사라지고 여러 기계음과 믹싱된 소리가 몽롱함의 극을 이룬다. 발랄하고 당당한 이미지의 그 일래스티카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그밖에 “Nothing Stays the Same”에서 감미로운 멜로디의 여성적 보컬은 사이키델릭한 면모를 보이고, “My Sex”에서 사적인 이야기는(블러의 데이먼 알반과의 지난 사랑) 꾸밈없이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5년이란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사이 일래스티카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밴드의 침체 끝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도나 매튜스(Donna Matthews: 기타)가 탈퇴했고, 본격적으로 새 음반 작업에 돌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변화와 갈등 속에서 일래스티카가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함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시도의 절반 이상은 성공적이다. 그런데 음반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흡족한 완성도를 보이지 않은 듯하다. 물론 ‘일래스티카표’인 “Mad Dog God Dam”이나 짓궂게 외치는 “Your Arse… My Place” 같은 경우 매력적인 트랙이며, 이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포스트펑크 밴드 더 폴(The Fall)의 마크 E. 스미스(Mark E. Smith)와 부른 “How He Wrote Elastica Man”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트리오(Trio)의 곡 “Da Da Da”의 리메이크가 나쁘다는 의미도 아니다. 하지만 음반 작업기간이 6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어서인지, 이들이 예전에 추구하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사이에서 아직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느낌이다. 각각 좋은 곡들이 매끄럽게 흐름을 타지 못하고 서로의 개성 때문에 중간중간 흐름이 깨지는 듯한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그리고 팀을 떠난 도나 매튜스의 곡이 네 곡이나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다음 모습이 어떻게 될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아마도 3집 정도에서는 일래스티카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설마 그렇다고 가면을 벗고 나오는 건 아니겠지. 20001029 | 김윤정 suedever@hanmail.net 6/10 수록곡 1. Mad Dog God Dam 2. Generator 3. How He Wrote Elastica Man 4. Image Change 5. Your Arse… My Place 6. Human 7. Nothing Stays the Same 8. Miami Nice 9. Love Like Ours 10. K B 11. My Sex 12. Way I Like It 13. Da Da Da 관련 영상 “Mad Dog God Dam” 관련 사이트 엘라스티카 공식 홈페이지 http://www.stutter.demon.co.uk/elastica/